연세대 인류학과 졸업. 서울대 지리학과 석사과정에서 정치생태학을 연구하고 있다. 인간의 정치활동이 생태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크다. 복잡한 논의를 통해 해답을 찾는 과정이 소중하다는, 스물여섯 살 '지구여자'다
지구여자 박소연의 러브레터
생태위기,
'공진화'에서 답을 구하다
‘공진화(Coevolution)’라는 개념이 있다. Covid-19 팬데믹이나 기후위기는 '생태위기'를 말해 주는 현상이다. 지금의 '생태위기'는 인간이 다른 생물들과 상호작용함을 인지하지 않았기에 생겨난 결과물이다. 지구인과 지구의 생명체, 무생물까지, 지구 상의 모든 존재는 '공진화'한다. 공진화는 모든 종들이 상호작용과 상호적응을 통하여 함께(共) 진화해 나간다는 개념이다. 자연의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등장했지만,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생태계에 참여할지를 논하는 데까지 확장했다. 비결정론적이고 다변적이며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공진화적 관계는 앞으로 어떤 인간의 존재론을 만들까.
모든 종들의 상호작용과 상호적응으로 진화
인간과 생태관계의 새로운 형태를 상상하는 과정
인간과 생태의 ‘공진화’는 보다 많은 스케일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과 생성작용으로 이해된다. 이는 ‘인간과 생태가 상호작용하며, 인간의 행위는 자연에 영향을 미친다’는 단순한 설명에서 나아간다. 공진화적 관점은 인간이 인과관계의 이해를 위해 만든 인식론적 스케일과, 자연의 행위자들이 만든 존재론적 스케일을 폭넓게 포함하면서(Stallins, 2012), 그러한 스케일들이 어떻게 얽히며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하고 변화시키는지에 집중한다. 다양한 존재들의 복잡한 관계적 특성은 인간이 설계하는 인식론적 스케일과 계속 마주하고 경합한다. 인간의 인식론적 척도와 존재론적 스케일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포착하거나, 다양한 크기의 스케일들이 서로 연결됨을 인식하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인간과 생태 관계를 상상하는 과정을 강조한다.
공진화에는 새로운 변이의 생성이 포함되고, 경로 의존성을 극복할 대안과 기회를 제공한다(Kallis, 2007). 이것이 공진화의 ‘진화’적 측면을 통해 들여다볼 부분이다. 인간의 인식론적 스케일링은 특정한 인과관계를 생성하지만, 그 생성 과정에서 선택과, 선택된 관계와 존재의 유지는 다른 자연 주체들의 존재에 의존한다. 이러한 시선은 인간의 존재론에 대한 고민과도 부합한다. 인간과 생태의 공진화는 기존 공진화의 주체였던 생물을 단순히 인간으로 바꿔버리기와는 사뭇 다르다. 오히려 인간의 인식론적 척도를 인정하고, 그것이 자연과 어떻게 얽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인간 중심적일 수밖에는 없는 인간이 다른 존재들과 어떻게 공진화할지를 이야기하려는 노력에 가깝다.
인간의 인식론적 척도를 인정하고 자연과
어떻게 얽히는지 들여다 보는 것
어떠한 존재론적 관계가 인간의 인식론에 영향을 주는지 들여다보는 것, 인간이 설정한 특정한 척도와 인과관계의 경계가 다른 종들과 그들이 만드는 상호작용, 혹은 인간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흐릿해지지 않는지를 지켜보는 것, 인간-생태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끊임없는 변화와 선택에 대하여 우리는 어떤 시도를 하고 적응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즉, 평형 상태의 독립적인 자연에 '불가피하게' 침입자가 되었다거나, 혹은 인간이 자연과 공진화하는 것 자체가 평형을 이루는 것이라는 오만과는 다르며, 계속해서 상호작용하는 존재론적 세계에 응답하는 일이다.
상호작용하는 존재론적 세계에 응답하는 일
지구여자
박소연의 러브레타
연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한 뒤, 현재는 서울대학교 지리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며 정치생태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정치 활동이 우리 지구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심도 깊은 탐구에 열정을 쏟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 주제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을 넘어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그들이 서식하는 환경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깊은 우려와 애정에서 비롯됩니다. 복잡한 문제들 속에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지식의 경계를 넓히고 있습니다. 그녀가 추구하는 의미 있는 연구와 실천을 통해 지구와 인류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목표로 가득 찬 스물여섯살 '지구여자'다
생태위기,
'공진화'에서 답을 구하다
박소연
‘공진화(Coevolution)’라는 개념이 있다. Covid-19 팬데믹이나 기후위기는 '생태위기'를 말해주는 현상이다. 지금의 '생태위기'는 인간이 다른 생물들과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인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물들이다.
지구인과 지구의 생명체, 무생물까지, 지구상의 모든 존재는 '공진화' 한다. '공진화'는 모든 종들이 상호작용와 상호적응을 통하여 함께(共) 진화해간다는 개념이다. 처음에는 자연의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등장했지만,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생태계에 참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에까지 확장되었다. 비결정론적이고 다변적이며 복잡하게 얽혀있는 공진화적 관계는 앞으로 어떤 인간의 존재론을 만들어내게 될 것인가.
인간과 생태가 ‘공진화’한다는 것은 보다 많은 스케일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과 생성작용으로 이해된다. 이것은 ‘인간과 생태가 상호작용하며, 인간의 행위는 자연에 영향을 미친다’는 단순한 설명에서 나아간다. 공진화적 관점은 인간이 인과관계의 이해를 위해 만들어낸 인식론적 스케일과, 자연의 행위자들이 만들어내는 존재론적 스케일을 폭넓게 포함하면서(Stallins, 2012), 그러한 스케일들이 어떻게 얽히며 관계를 형성, 지속하고 변화시키는지에 집중한다. 다양한 존재들의 복잡한 관계적 특성은 인간이 설계하는 인식론적 스케일과 계속해서 마주하고 경합한다.
인간의 인식론적 척도와 존재론적 스케일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를 포착하는 것, 그리고 다양한 크기의 스케일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인간과 생태 관계를 상상하는 과정을 강조한다.
공진화에는 새로운 변이의 생성이 포함되고, 경로 의존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과 기회가 존재한다(Kallis, 2007b). 이것이 공진화의 ‘진화’적 측면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인간의 인식론적 스케일링은 특정한 인과관계를 생성하지만, 그 생성과정에서의 선택과, 선택된 관계와 존재가 유지되는 것은 다른 자연주체들의 존재에 의존해 있다. 이러한 시선은 인간의 존재론에 대한 고민과도 부합한다.
인간과 생태의 공진화는 단순히 기존 공진화의 주체였던 생물을 인간으로 바꿔버리는 것과는 다르다. 이것은 오히려 인간의 인식론적 척도를 인정하고 그것이 자연과 얽히는 것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인간 중심적일 수밖에는 없는 인간이 다른 존재들과의 공진화를 이야기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어떠한 존재론적 관계가 인간의 인식론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 인간이 설정한 특정한 척도와 인과관계의 경계가 다른 종들과 그들이 만드는 상호작용, 혹은 인간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흐릿해지지 않는지를 지켜보는 것, 인간-생태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끊임없는 변화와 선택에 대하여 우리는 어떤 시도를 하고 적응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즉, 평형상태의 독립적인 자연에 불가피하게 침입자가 되거나, 혹은 인간이 자연과 공진화하는 것 자체가 평형을 이룬다고 하는 오만에 빠지게 되는 것과는 다르며, 계속해서 상호작용하는 존재론적 세계에 응답하는 일이다.
특이하다. 내가 처음으로 본 이수용 대표의 인상이다. ㈜플래닛03에서 주최하는 숲 아카데미 첫번째 강연 날, 강의 시작 1시간 전부터 모자를 푹 눌러쓰고 큰 배낭을 매고 엄청나게 빠른 발걸음으로 유리문을 박차고 들어와 방명록을 빠르게 작성하고 강연장 안으로 사라진 그. 강연시간에는 전 산림청장에게 평창동계올림픽 때 파괴되어 복원되지 못하고 있는 가리왕산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알고 보니 그는 수문출판사 대표였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한국 산서회 고문, 우이령 보존회(현 산과 자연의 친구 우이령사람들) 창립멤버이자 전 사무국장, 생명의 숲 숲 가꾸기위원회 전위원장, 네셔널트러스트 창립회원이자 동강위원회 위원장 역임, 한국 출판인 산악회 전 회장. 이수용 대표가 거쳐온 모든 길들이 말한다. 산을 사랑한다고.
좋아하는 데 이유가 있나요?
우리가 무언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사실 남들이 찾기는 어렵다. 본인도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수용 대표는 요즘말로 ‘산덕후’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그냥 산에 다니고 그랬다. 나는 어릴 때 아빠에게 도축장 끌려가는 소같이 산에 끌려갔었는데, 이수용 대표는 고등학교 때부터 자발적으로 친구들과 미아리에서 북한산 백운대까지 걸어 오르곤 했다. 자연이, 숲이, 산이 그냥 좋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는 한국 산서회 창립 33인 중 한명이다. 한국 산서회는 등산에 관한 책을 사랑하고, 산악문화의 발전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산덕후인 그가 들어가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그는 책과 산을 너무나 좋아하다 못해 수문출판사를 만들기에 이른다. 출판사에서 그가 만든 책들은 대부분 산과 숲과 환경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산을 좋아해서 책을 만든다고 하기엔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에겐 신념이 있었다. 그 좋아하는 산을 지키려면 사람들에게 산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것. 그런 그가 1988년 출판업을 시작해 150여 종의 책을 출간하는 동안 근 36년이 지났다.
알면 좋아할 수밖에
요즘 사람들에게 산이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나에게 산이란, 큰 관심은 없지만 가끔 보면 좋기도 하고, 지금 기후위기라는 데 지키고 보호해야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니 이수용 대표와 같은 사람을 보면 신기한 것이다. 하지만 김춘수 시인은 말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수용 대표가 숲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수용에게로 와서 숲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숲의 소중함을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제대로 알면 산을 좋아할 수밖에 없고, 좋아하면 지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가 출판업을 하는 것도 그의 숲사랑 활동의 일환이다. 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산을 제대로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다들 현생에 바빠 숲을 등한시하고 있지만, 그는 생각한다. 제대로 알면 좋아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산림이 개발과 파괴로 사라지고 없어져 우리나라 국토의 70%에서 62%가 된 이 시점에서 우리는 그의 인생 전체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깨닫고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산은 나의 종교
그는 단정지어 말한다. 산은 나의 종교라고. 고등학교를 다니던 그 시절은 참으로 먹고 살기 어려운 때였다. 그때 그가 산에 가면 산은 모든 것을 들어주고, 품어주고, 받아주었다. 어린 이수용 대표에게 그 당시 산은 낙원이었다. 산이 종교라는 것은, 그가 산을 좋아하는 이유가 맹목적이라는 말과 같다. 요즘 기후위기로 세상이 시끄럽다. 우리 인류가 지켜야 할 마지노선인 지구 온도 상승 1.5도도 넘기기 일보 직전이라는 기사가 쏟아진다. 이 상황에서 숲은 우리에게 희망이다. 파괴되었던 숲이 다시 회복되면 우리 인류에게 희망이 있다는 이야기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대표는 내 첫인상대로 특이한 사람이다. 그는 개발에 눈이 먼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기후위기가 턱밑까지 다가오기 전부터 산을 사랑하고, 지키고, 사라져가는 산을 안타까워해왔다.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없다지만, 이수용 대표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그 이유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 것도 같다. 그는 특이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리고 이제는 조금, 아니 조금 많이 늦었지만 우리가 그와 함께 산을, 자연을 제대로 알고 지킬 차례라는 것도.
산을 좋아하는 마음을
사람으로 만들면
이수용|수문출판사 대표
<이수용 대표 프로필>
이수용 수문출판사 대표는 한국 산서회 창립 멤버이자 회장직을 역임, 현재는 고문이다. 1994년 우이령보존회 창립멤버로 활동했고, 산과 자연의 친구 우이령 사람들로 이름을 바꾼 뒤에는 회장직을 역임했다. 생명의 숲 이사로도 활동했으며, 생명의 숲 내부 조직 숲 가꾸기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었다. 네셔널트러스트 창립회원이자 핵심멤버로 활동했다. 네셔널트러스트 내부 조직 동강위원회에서 위원장을 역임했다. 한국 출판인 산악회 창립 등반대장, 회장직을 역임했다.
<수문 출판사 소개>
수문 출판사는 1988년 창간된 산 전문 출판사로, 빼어난 글을 많이 소개하자는 취지에서 수문(秀文)이 이름이 되었다. 산을 사랑하는 마음과 신구 출판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결합해 산, 자연 전문인 수문 출판사를 만들었다. 제일 처음 기획한 책은 <세계산악명저선>12권으로, 하인리히 하러의<티베트에서의 7년>, 안데를 헤크마이어의 <알프스의 3대북벽>, 정광식의 등반기<영광의 북벽> 3권을 한꺼번에 발행하여 산악계의 호평을 받았다. 그 외에도 <아아 천지다!-33인의 백두산 탐험기>, <하얀 능선에 서면>, <산의 환상>,<숲과 우리문화>, <숲과 한국문화>, <동강 아리랑>, <동강12경>, <숲을 걷다> 등 150여종의 책을 출판했다. 수문출판사의 목표는 하나다. 산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에게 산을 제대로 알리자는 것이다.
생태위기, '공진화'에서 답을 구하다
박소연@ planet03 DB
모든 종들의 상호작용과 상호적응으로 진화
‘공진화(Coevolution)’라는 개념이 있다. Covid-19 팬데믹이나 기후위기는 '생태위기'를 말해 주는 현상이다. 지금의 '생태위기'는 인간이 다른 생물들과 상호작용함을 인지하지 않았기에 생겨난 결과물이다. 지구인과 지구의 생명체, 무생물까지, 지구 상의 모든 존재는 '공진화'한다. 공진화는 모든 종들이 상호작용과 상호적응을 통하여 함께(共) 진화해 나간다는 개념이다. 자연의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등장했지만,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생태계에 참여할지를 논하는 데까지 확장했다. 비결정론적이고 다변적이며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공진화적 관계는 앞으로 어떤 인간의 존재론을 만들까.
인간과 생태관계의 새로운 형태를 상상하는 과정
인간과 생태의 ‘공진화’는 보다 많은 스케일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과 생성작용으로 이해된다. 이는 ‘인간과 생태가 상호작용하며, 인간의 행위는 자연에 영향을 미친다’는 단순한 설명에서 나아간다. 공진화적 관점은 인간이 인과관계의 이해를 위해 만든 인식론적 스케일과, 자연의 행위자들이 만든 존재론적 스케일을 폭넓게 포함하면서(Stallins, 2012), 그러한 스케일들이 어떻게 얽히며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하고 변화시키는지에 집중한다. 다양한 존재들의 복잡한 관계적 특성은 인간이 설계하는 인식론적 스케일과 계속 마주하고 경합한다. 인간의 인식론적 척도와 존재론적 스케일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포착하거나, 다양한 크기의 스케일들이 서로 연결됨을 인식하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인간과 생태 관계를 상상하는 과정을 강조한다.
인간의 인식론적 척도를 인정하고 자연과 어떻게 얽히는지 들여다 보는 것
공진화에는 새로운 변이의 생성이 포함되고, 경로 의존성을 극복할 대안과 기회를 제공한다(Kallis, 2007). 이것이 공진화의 ‘진화’적 측면을 통해 들여다볼 부분이다. 인간의 인식론적 스케일링은 특정한 인과관계를 생성하지만, 그 생성 과정에서 선택과, 선택된 관계와 존재의 유지는 다른 자연 주체들의 존재에 의존한다. 이러한 시선은 인간의 존재론에 대한 고민과도 부합한다. 인간과 생태의 공진화는 기존 공진화의 주체였던 생물을 단순히 인간으로 바꿔버리기와는 사뭇 다르다. 오히려 인간의 인식론적 척도를 인정하고, 그것이 자연과 어떻게 얽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인간 중심적일 수밖에는 없는 인간이 다른 존재들과 어떻게 공진화할지를 이야기하려는 노력에 가깝다.
상호작용하는 존재론적 세계에 응답하는 일
어떠한 존재론적 관계가 인간의 인식론에 영향을 주는지 들여다보는 것, 인간이 설정한 특정한 척도와 인과관계의 경계가 다른 종들과 그들이 만드는 상호작용, 혹은 인간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흐릿해지지 않는지를 지켜보는 것, 인간-생태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끊임없는 변화와 선택에 대하여 우리는 어떤 시도를 하고 적응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즉, 평형 상태의 독립적인 자연에 '불가피하게' 침입자가 되었다거나, 혹은 인간이 자연과 공진화하는 것 자체가 평형을 이루는 것이라는 오만과는 다르며, 계속해서 상호작용하는 존재론적 세계에 응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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