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산들생태연구소

​김우성 | 자연과 공생 연구소장

울산 생명의 숲 사무국장 |울산광역시 환경교육센터 팀장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박사수료

플래닛03 자연과공생연구소 김우성 소장 planet03

아내는 저와 산들이의 관찰을 멋진 그림으로 바꿔주었습니다.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공유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우아하고 멋집니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만드는 일도 낭만적이죠. 식물과 곤충과 새의 이름을 많이 아는 사람들만 자연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변에 잘 아는 사람이나 숲해설가, 자연환경해설사 같은 분들에게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네이처링(naturing)이나 모야모(moyamo)처럼 생물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을 도와주는 어플리케이션의 도움을 받을수도 있습니다. 각자의 흐름대로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공유해보세요. 그리고 깊은 숲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보세요.

덧) 사진 속 꽃은 유채(Brassica napus)가 아니라 갓(Brassica juncea)인것 같지만 신경쓰지 맙시다. 그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저도 잘 모르니까요.

알면 사랑한다

태화강은 울산을 가로지르는 강입니다. 우리 가족은 태화강 주변에서 살고, 태화강 주변에서 일합니다. 가끔은 카메라나 스케치북, 책이나 장난감을 가지고 태화강 주변으로 산책을 나가기도 합니다. 한적한 공간을 만나면 그 곳에 돗자리를 깔고 그림을 그리거나, 간식을 먹거나, 사진을 찍습니다. 산들이의 손을 잡고 주변을 거닐면서 꽃과 새를 보고, 우리 주변의 자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태화강에 피는 갓꽃을 만난 산들이는 신이 났는지 갓꽃을 꺾어 머리에 꽂았습니다.보통 아이들이 머리에 꽂는 꽃의 크기는 아니지만 산들이는 썩 마음에 드는 모양입니다.

'산들생태연구소'는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산과 들의 생태계에 관한 이야기들을 다룹니다. 또한 제 딸 김산들의 생태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명칭은 연구소이지만 너무 깊이 파고들지 않게 노력하겠습니다. 마당 안 정원과 가까운 공원, 가로수와 도시숲,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숲과 해외에서 만난 다양한 생태계를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아름다운 숲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 망가진 생태계에 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관한 이야기, 생물다양성 보전에 관한 이야기, 숲에서 느낄 수 있는 기후변화의 문제 등 다양한 이야기도 함께 담을 예정입니다. 짧은 글과 사진이 여러분을 산과 들로 안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산들이를 따라 걷던 아빠는 붉은머리오목눈이를 만났습니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 찢어진다.’라는 속담의 주인공 뱁새입니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텃새입니다. 참새만큼 흔하지만 수줍은 성격때문에 늘 덤불속으로 숨어다녀서인지 쉽게 우리 눈에 띄지 않습니다. 덤불 옆을 걸을 때 “개개개갯- 개개개갯- 피유- 피유-” 하는 소리가 들리면 걸음을 멈추고 작은 친구들을 찾아보게 됩니다.

‘알면 사랑한다.’는 생태학의 유명한 명제입니다. 우리가 붉은머리오목눈이라는 종의 아름다움을 알게되면 이 종을 소중하게 여기게 됩니다. 붉은머리오목눈이를 소중하게 여기게 되면 이 작은 친구들이 살아가는 덤불과 키작은 숲도 소중하게 여기게 됩니다.

플래닛03 자연과공생연구소  planet03

태화강은 새를 구경하기 아주 좋은 곳입니다. 여름에는 백로류를 비롯해 여름 철새를 볼 수 있고, 겨울에는 떼까마귀의 군무를 볼 수 있습니다. 집 가까이에 새를 볼 수 있는 강이 있다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새를 관찰하는 행위를 우리는 탐조(探鳥; bird watching)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인 취미는 아니지만 북미나 유럽에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대중적인 취미생활입니다. 망원렌즈를 써서 멀리 있는 새를 조심스레 관찰할 수도 있고, 모이통이나 물통을 설치해 새들이 먼저 다가오게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아름다운 친구들과 그들의 서식지를 지켜주세요.

플래닛03 자연과공생연구소  planet03
플래닛03 자연과공생연구소  planet03
플래닛03 자연과공생연구소  planet03

지금 우리는 석유를 먹으며 살고 있다

평화라는 한자를 풀어보면 공평하게 함께 밥을 먹는 것이다. 그런데 인류는 밥을 자본화시켰다. 다국적 기업이 식량을 대량으로 생산해 고가로 판다. 이게 녹색혁명이고 GMO다. 빵 한 조각은 열배의 석유가 들어간다. 밀을 재배하기 위한 농기계의 연료로 석유가 사용된다. 그 밀이 병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 농약을 뿌릴 때도, 농약을 만들때도 석유가 사용되며, 제빵 과정에서도 기계를 돌리기 위해 석유가 사용된다. 유통 과정에서도 이동 수단 유지를 위해 석유가 사용된다. 이렇게 우리가 먹는 거의 대부분의 음식에는 석유가 사용되고 있다. 현재 인류세 중 포유류의 무게 중 30%가 사람이다. 66%가 가축이고 나머지는 고작 3%다. 생태계는 피라미드형태인데 지금은 명백하게 역피라미드의 형태다. 이것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석유다. 석유가 받쳐주고 있어 이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석유가 고갈의 징조를 보이고 있다.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건 현실적으로 아직 없다. 석유가 모자라면 석유 값이 치솟을 것이고 더불어 식량 값도 상승할 것이다. 이는 곧 식량 위기로 이어진다. 이 식량 위기는 생태계의 다양성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생태계의 다양성은 현재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식당에서 한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맛있는 것을 계속 먹으라고 권하는 걸 보면서 걱정이 된다. 다양성이 사라져 식량 위기가 닥칠 미래에, 저 아이는 어떻게 살게 될까.

다양성을 잃어버린 공간에 생태는 없다

생태계에는 우성인자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숲에서는 검은 색이었던 꽃이 극지대로 가면 생존을 위해 하얀 색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인자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서 바뀐다. 우리의 삶도 변화에 맞추어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다양성을 없앤 사회라면 어떻게 될까. 국내에 있는 몇 만 마리의 돼지 중 정자를 제공하는 돼지는 얼마 없다. (국립축산과학원_축진듀록돼지인공수정센터보급및활용현황) 강원도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하늘다람쥐는 이제 보기 힘들다. 골프장 때문에 서식지가 단절되어 근친 교배로 인해 다양성이 사라지자 결국 전멸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동물을 해방시키기 위해 여러 조치를 시행했었는데 결과는 실패였다. 종의 다양성이 없다는 것이 원인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 네바다의 로키 산맥에서는 겨우내 내린 눈이 녹아 1년 내내 맑은 물이 흘러 아몬드 재배가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기후 변화로 인해 비가 내리지 않아 석유를 사용하여 지하수를 끌어 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빠르고 많이 생산하기 위해 아몬드의 품종을 획일화시켰다. 한국의 사과도 마찬가지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한국에서 사과를 재배하지 못할 것에 대비하여 사과의 품종을 개량한다면 오히려 사과의 유전자는 다양성을 잃고 단순해진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성을 없애 버린 개체들은 야생에서 살아남기가 힘들다. 인간이 계산한 방식으로 단일화된 공간에 생태는 없다. 생태 다양성을 잃어버린 자연은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석유가 고갈되어 식량 위기가 오면, 기댈 수 있는 곳을 잃어버려 대안을 찾을 수 없게 된 인간은 과연 살아남을 수 없다.

​(중략)

박병상

60+ 기후행동 상임대표

인천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생태가 없으면

​생존도 없다

박병상 소장은 인하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생물학 박사다. 박병상 대표가 집필한 저서로 『녹색의 상상력』, 『미래 세대를 위한 녹색 특강』, 『조곤조곤 생태정의 이야기』 등 15권에 이른다. 공저까지 합치면 50권이 넘는다. 1990년대 초 『녹색평론』을 접하면서 사회운동을 시작했다.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소장, '인천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60+기후행동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인사이트

박병상 생물학박사 생태운동가 플래닛03  planet03

박병상 60+기후행동 상임대표 |  planet03 DB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논쟁은 끝났다

과학은 증거를 제시하고, 그 증거들 사이의 균형, 여러 갈래의 증거들이 보여주는 일관성을 다룬다. 자신의 주장을 위해 증거를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면 과학이 될 수 없다. 객관적 사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논쟁은 과학에서 이미 끝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치와 경제로 이동했다. 기후변화는 자연적인 것이 있고 사람이 초래하는 것이 있다. ‘경제성장’이 유일한 가치였던 인류는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온실가스를 만들어냈고 지구 평균 기온은 급상승했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란 단어는 기후비상(climate emergency), 위기(crisis), 붕괴(breakdown)라는 표현으로 바뀌고 있고, 지구 온난화 대신 지구 가열(global heating)로 표기하는 언론이 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부정하는 그룹은 기후변화 회의론자 (climate sceptic)에서 기후변화 부정자(climate denier)로 부르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는 너무나 분명한 우리 앞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은 구별하기 위해 기후변화보다는 ‘기후위기’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지구에 외부로 들어오는 것은 태양에너지 하나 밖에 없다. 그런데 에너지가 들어오기만 하고 나가지를 않는다. 이렇게 되면 지구는 지글지글 끓게 된다. 들어오는 에너지만큼 반드시 그만큼 우주로 빠져나가야 되는데 우리 사람들이 배출하는, 태운 화석연료로 인해 나온 온실가스가 우주로 나가려고 하는 열을 못 나가게 잡는다. 현재 이 온실가스가 약 1초에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5개가 터지는 에너지를 우주로 못 가게 잡고 있다.  하루에 우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약 43만 개의 원자폭탄이 터지는 수준의 열이다. 이런 굉장한 열의 90% 이상을 바다가 흡수해서 빙하가 녹고, 땅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래서 실제로 대기가 따뜻해지게 만드는 열기는 약 2%밖에 되지 않는다. 바다가 흡수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버리면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기후위기는 크기가 아니라 속도의 문제다

기후위기의 본질은 ‘예측불허’이다. 과학자들은 데이터에 근거해 예측을 하는데, 인류는 지금 예상치 못한 가뭄, 예상치 못한 폭우, 예상치 못한 한파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대를 살고 있다. 1950년부터 최근까지 인구는 25억명에서 80억명으로 늘었고, 지구의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간 1도나 올랐다. 과거 빙하기에서 간빙기(interglacial period· 빙하기에 빙기 사이 지질학적으로 따뜻한 평균 기온을 유지하는 때)로 변하는 1만년 동안 지구 기온이 4도 올랐던 것에 비하면 속도가 25배까지 높아진 것이다. 예를 들면 승용차가 시속 100㎞로 달리다가 갑자기 2500㎞로 달린 것이다. 속도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1도라고 생각하면 별거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후의 변화는 크기보다는 변화의 속도를 봐야한다. 지난 100만 년 동안에는 빙기와 간빙기가 10만 년 주기였다. 사람이 변화시킨 게 아니라 자연 스스로가 변한 속도다. 그때 가장 빠르게 기온이 상승된 속도가 1000년에 1도다. 이 속도를 못 쫓아 가는 고산식물이나 양서류 등 약한 생물들부터 하나하나 멸종된다. 계속 진행되면 생태계가 무너진다. 그러면 먹이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인류도 위험해진다. 지구 온도 상승으로 동토가 줄게 되면 그 땅에 묻혀 있던 바이러스들이 되살아난다. 그러면 코로나19와 같은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우리를 다시 공격할 수도 있다.

​(중략)

조천호|대기과학자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기후위기시대, 과학적 사고와

책임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

과학자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때 

기후위기의 시대, 어떤 이는 기후변화가 없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기후 변화는 있지만, 인류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있어온 자연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온실가스 배출이 문제이긴 하지만 인류에게는 놀라운 기술이 있고, 잘 적응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조천호는 대기과학자다. 기상학과를 졸업했고 연세대 대기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기상연구소의 예보연구실, 지구대기감시센터, 지구환경시스템연구과를 거쳐, 기후연구과를 거쳐 제1대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을 역임했다. 30여년간 기후변화와 함께 했다.

​인사이트

조천호 대기과학자 플래닛03  planet03

조천호 대기과학자 |  planet03 DB

숲의 가치가 변하고 있다

인류가 이 행성에 존재하는 한 숲은 마지막 인류생존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인류역사에서 숲은 목재 생산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숲의 가치를 더 크고 길게 봐야 하는 시대다. 우리가 배웠던 숲의 가치는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림녹화 교육만 너무 오래 받은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 국민은 녹화만 본다. 이제 자원으로서의 숲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미디어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220만의 산주가 있다

우리나라 산주의 절반이상은 부재산주다. 이들은 산에 가 본 적도 없다. 규모가 작으면 아예 관심조차 없다. 이들은 아마도 누군가 산을 사고 싶다고 하면 얼른 팔 것이다. 조상을 모시던 선산이 없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산주가 되는 건 어쩌면 쉽다. 그러나 산은 부동산이 아니다. 한번 나무를 심으면 짧게는 50년이 넘어야 가치가 생긴다. 여기에 열정을 쏟고 산에 모든 투자를 하는 것은 단순 경제논리로 설명하기 어렵다. 투자 대비 소득 계산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220만의 산주 중에는 그런 계산없이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숲을 보면 즐겁고, 가족이 즐겁고, 자손이 즐겁고, 국가도 즐겁고 인류를 위해서 기여한다는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이다. 산주들에게 다른 삶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먼저 공감해주어야 한다.  할아버지가 만들면 손자대에서 꺼내는 와인의 시간과 임업의 시간이 같다.

방치된 숲을 경영되는 숲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숲은 방치된 숲이 대부분이다. 경영되는 숲은 23.5%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처럼 사유림이 많은 국가는 거의 없다. 국유림과 공유림을 제외한 우리나라 사유림은 전체 산림의 66 %가 넘는다. 그래서 산주들이 능동적으로 숲을 경영하겠다는 마인드가 없으면 국가 전체적으로 대부분의 숲이 방치되는 것이다. 방치된 숲은 목재 생산도 안 되고 생물 다양성도 안되고, 물과 탄소의 저장 능력도 떨어지게 된다. 시대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래서 방치된 숲을 경영되는 숲으로 전환시켜야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시대적 과제다. 산주들이 숲을 경영하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이젠 나서야 할 때다.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언론이 그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중략)

박정희

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

​한국임업인총연합회 회장

숲의 가치가 변하고 있다

과학자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때 

기후위기의 시대, 어떤 이는 기후변화가 없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기후 변화는 있지만, 인류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있어온 자연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온실가스 배출이 문제이긴 하지만 인류에게는 놀라운 기술이 있고, 잘 적응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조천호는 대기과학자다. 기상학과를 졸업했고 연세대 대기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기상연구소의 예보연구실, 지구대기감시센터, 지구환경시스템연구과를 거쳐, 기후연구과를 거쳐 제1대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을 역임했다. 30여년간 기후변화와 함께 했다.

​인사이트

박정희 산림경영인  플래닛03  planet03

박정희 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 |  planet03 DB

과학적 사고와 책임 있는 정치가 필요한 시대 

​숲의 가치가 변하고 있다

박병상 생물학박사 생태운동가 플래닛03  planet03

 박병상 60+기후행동 상임대표 |  planet03 DB

박병상

60+ 기후행동 상임대표

인천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박병상 소장은 인하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생물학 박사다. 박병상 대표가 집필한 저서로 『녹색의 상상력』, 『미래 세대를 위한 녹색 특강』, 『조곤조곤 생태정의 이야기』 등 15권에 이른다. 공저까지 합치면 50권이 넘는다. 1990년대 초 『녹색평론』을 접하면서 사회운동을 시작했다.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소장, '인천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60+기후행동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Q. 사회학을 전공하였죠. 계기가 있었나요?

원래 전공은 전자공학이었다. 학생 시절에 사회 운동의 영향으로 환경 운동에 관심이 생겼고, 과학기술자로서 진보적인 사회운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를 고민했다. 그래서 과학기술이 가진 고유한 의미가 무엇인지, 사회에서 어떤 위치,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비판적 시각으로 공부하고자,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대학원에 들어갔다. 이윤 창출과 권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만 과학기술이 이용되는 것을 비판하게 되었고, 과학은 환경을 보호하고 노동의 안전을 촉진하는 시민을 위한 과학이어야 함을 배웠다. 졸업 즈음 참여연대 과학기술 민주화를 위한 모임(과민모, 현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에 참여했다. 이후 과학기술 환경 분야 정책연구원으로 참여했다. 말년에는 에너지와 기후 분야가 핵심적이고 중요한 이슈 의제라고 생각되어 에너지 정책센터를 개설했다. 1년 뒤 해당 센터의 부설 연구소로 에너지 기후정책 연구소를 개소하여 약 13년 간 연구소장으로 근속했다. 그러다가 공부가 더 필요하여, 과학과 환경을 아우르는 사회학 박사학위를 수료했다.

 

Q. 사회 운동이나 시민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가진 핵심적인 계기가 있나?

대학생 시절에 한 반핵운동이 있었다. 정치권력들이 핵 위험에 대해서 충분히 평가하지 않은 채 경제 발전의 수단으로만 이해하여, 핵 산업계의 이해관계만 대변하고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 의견이 가득했다. 나아가 핵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과학기술자들은 누구이며, 왜 시민들의 비판을 외면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게 되었다.

 

Q. 기후정의동맹에서의 '정의'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과학기술에서 '정의(Justice)'를 말하는 이유는, 과학기술로 발전한 산물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누구에게 피해를 야기하는지를 따져야 하는 문제, 곧 '정의'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국가 연구개발의 방식으로 거의 20조 가까이 되는 R&D 예산을 과학기술에 투자하는데, 이 금액은 국민들의 세금에서 나온다. 이러한 세금이 투자가 되어 발전시킨 과학기술의 혜택과 피해는 실제로 누가 보느냐고 질문을 한다면, 대개는 기업들이 혜택을 본다. 물론 일반 시민들도 편리를 누리지만 그에 따른 환경적 피해나 기본적인 권리와 민주주의 등을 위협 당하는 피해가 있다. 이런 식으로 문제들을 보고, 바로 잡으려는 노력 자체가 과학기술에서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까 한다. 그 '정의'는 엘리트, 기업, 정부 등 기득권의 의사 결정으로 내려지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사회 운동에 참여하여 사회 전반적인 정향을 어떻게 바꾸냐에 따라서 재조정될 것이다.

 

Q. 기후 위기에서 '정의'란?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인류를 보존하기 위해, 기술로 자연을 바꾸는 행위가 부정적인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그게 바로 기후 위기이다. 기후 위기를 야기한 가장 큰 힘이 과학기술의 힘이라면, 앞으로 우리는 과학기술을 어떻게 봐야 할까. 화석연료 기반의 기술은 기후 위기를 야기하는 문제적인 기술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벗어나 생태학적인 과학기술, 즉 생태 친화적이고 인간 중심적이며 삶과 경제를 지키는 재생에너지 기술을 주목하고 널리 적용해야 한다. 숲과 그외 여러 가지를 파괴하는 기술을, 어떻게 생물 다양성을 복원하고 숲을 복원하는 기술로 바꿀까. 생태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와 그 지혜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이런 고민이 중요하다.

Q. 기후정의동맹에 대해 설명을 부탁 드린다.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멸종 반란’이라는 단체가 있다. 심각한 기후 위기로 인해 제6의 대멸종 시기가 다가오는데 우리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는 게 아니냐를 제기하며 급진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단체이다. 이와 비슷한 단체를 개설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2020년 9월 전지구적으로 기후 위기가 심각하니 온실가스 감축 등을 실행하자고 선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2021년 3월 기후 위기를 야기하는 특별법을 제정한 것이다. 이때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민주당 점거 농성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기후 위기를 적극적이고 급진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 이후 정부에서 탄소중립 관련 위원회 개설과 탄소중립 선언, 비전, 시나리오 설립 등등의 활동을 이어갔는데, 너무 온건하고 타협적이어서 실제로 기후 위기를 막겠다는 목표에 부합한지 의심스러웠다. 실제로는 그린워싱에 가까운 것 같아서 이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던 중 가장 먼저 ‘기후위기비상행동’이라는 단체를 만들었고, 이후 원래 가지고 있던 의문인 ‘기후 위기를 누가 만들었으며 실제로 누가 피해를 보고 있는가', '책임을 누구에게 묻고 누구에게 지워야 하는가’를 정의하기 위해 '기후정의행진'을 기획했다. 그 행진을 한 사람들이 모이고 발전하여 '기후정의동맹'이 되었다.

 

Q. 그렇다면 기후 위기는 누가 일으키고 누가 가장 피해를 봤을까?

기후 위기와 관련한 불평등 이야기는 항상 있었다. 말하자면,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는 어디며 실제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지만 피해를 보는 곳은 어디인가에 대한 논의였다. 논의에서 다루는 여러 통계 기준들도 함께 이야기했다. 우선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는 미국, 유럽, 이렇게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고 실제로 피해를 보는 나라는 개발도상국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2020년대 들어오면서 추세가 많이 바뀌고 있다. 국가적인 통계로 계산할 경우 여러 곤란함이 발생하니 개인 시점의 통계로 전환하여 분석하자는 것이다. 국가적인 통계 관점으로 보자면 현 시점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국가 단위로 논의하면 중국은 개발도상국이다. 중국 측에서는 선진국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 시설들을 중국에 설치했기 때문에 배출량이 증가하는 것이고, 자국 내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따지면 오히려 미국보다 적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난전인 상황이다. 결국 소득이 많으면 지출도 많아지고, 지출이 많아지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소득 불평등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차이, 탄소 불평등이다. 여기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누가 일으키고 누가 피해를 보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온실가스 배출을 과감히 줄일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자본주의 논리를 대입하여 질문을 하자면 ‘누가 자본주의 체제의 논리 자체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이 질문에 의하면 녹색성장은 허구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경제성장 전체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고 문제점들을 축소해 나가자는 탈성장이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한재각|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전)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기후위기의 시대,

불평등과 정의를 말하다

​인사이트

한재각 박사 기후활동가 플래닛03  planet03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  planet03 DB

지금 우리는 석유를 먹으며 살고 있다

평화라는 한자를 풀어보면 공평하게 함께 밥을 먹는 것이다. 그런데 인류는 밥을 자본화시켰다. 다국적 기업이 식량을 대량으로 생산해 고가로 판다. 이게 녹색혁명이고 GMO다. 빵 한 조각은 열배의 석유가 들어간다. 밀을 재배하기 위한 농기계의 연료로 석유가 사용된다. 그 밀이 병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 농약을 뿌릴 때도, 농약을 만들때도 석유가 사용되며, 제빵 과정에서도 기계를 돌리기 위해 석유가 사용된다. 유통 과정에서도 이동 수단 유지를 위해 석유가 사용된다. 이렇게 우리가 먹는 거의 대부분의 음식에는 석유가 사용되고 있다. 현재 인류세 중 포유류의 무게 중 30%가 사람이다. 66%가 가축이고 나머지는 고작 3%다. 생태계는 피라미드형태인데 지금은 명백하게 역피라미드의 형태다. 이것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석유다. 석유가 받쳐주고 있어 이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석유가 고갈의 징조를 보이고 있다.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건 현실적으로 아직 없다. 석유가 모자라면 석유 값이 치솟을 것이고 더불어 식량 값도 상승할 것이다. 이는 곧 식량 위기로 이어진다. 이 식량 위기는 생태계의 다양성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생태계의 다양성은 현재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식당에서 한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맛있는 것을 계속 먹으라고 권하는 걸 보면서 걱정이 된다. 다양성이 사라져 식량 위기가 닥칠 미래에, 저 아이는 어떻게 살게 될까.

 

다양성을 잃어버린 공간에 생태는 없다

생태계에는 우성인자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숲에서는 검은 색이었던 꽃이 극지대로 가면 생존을 위해 하얀 색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인자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서 바뀐다. 우리의 삶도 변화에 맞추어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다양성을 없앤 사회라면 어떻게 될까. 국내에 있는 몇 만 마리의 돼지 중 정자를 제공하는 돼지는 얼마 없다. (국립축산과학원_축진듀록돼지인공수정센터보급및활용현황) 

강원도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하늘다람쥐는 이제 보기 힘들다. 골프장 때문에 서식지가 단절되어 근친 교배로 인해 다양성이 사라지자 결국 전멸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동물을 해방시키기 위해 여러 조치를 시행했었는데 결과는 실패였다. 종의 다양성이 없다는 것이 원인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 네바다의 로키 산맥에서는 겨우내 내린 눈이 녹아 1년 내내 맑은 물이 흘러 아몬드 재배가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기후 변화로 인해 비가 내리지 않아 석유를 사용하여 지하수를 끌어 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빠르고 많이 생산하기 위해 아몬드의 품종을 획일화시켰다. 한국의 사과도 마찬가지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한국에서 사과를 재배하지 못할 것에 대비하여 사과의 품종을 개량한다면 오히려 사과의 유전자는 다양성을 잃고 단순해진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성을 없애 버린 개체들은 야생에서 살아남기가 힘들다. 인간이 계산한 방식으로 단일화된 공간에 생태는 없다. 생태 다양성을 잃어버린 자연은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석유가 고갈되어 식량 위기가 오면, 기댈 수 있는 곳을 잃어버려 대안을 찾을 수 없게 된 인간은 과연 살아남을 수 없다.

​(중략)

박정희 산림경영인  플래닛03  planet03

박정희 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 |  planet03 DB

박정희

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 

한국임업인총연합회 회장

과학자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때 

기후위기의 시대, 어떤 이는 기후변화가 없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기후 변화는 있지만, 인류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있어온 자연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온실가스 배출이 문제이긴 하지만 인류에게는 놀라운 기술이 있고, 잘 적응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조천호는 대기과학자다. 기상학과를 졸업했고 연세대 대기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기상연구소의 예보연구실, 지구대기감시센터, 지구환경시스템연구과를 거쳐, 기후연구과를 거쳐 제1대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을 역임했다. 30여년간 기후변화와 함께 했다.

숲의 가치가 변하고 있다

인류가 이 행성에 존재하는 한 숲은 마지막 인류생존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인류역사에서 숲은 목재 생산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숲의 가치를 더 크고 길게 봐야 하는 시대다. 우리가 배웠던 숲의 가치는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림녹화 교육만 너무 오래 받은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 국민은 녹화만 본다. 이제 자원으로서의 숲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미디어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220만의 산주가 있다

우리나라 산주의 절반이상은 부재산주다. 이들은 산에 가 본 적도 없다. 규모가 작으면 아예 관심조차 없다. 이들은 아마도 누군가 산을 사고 싶다고 하면 얼른 팔 것이다. 조상을 모시던 선산이 없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산주가 되는 건 어쩌면 쉽다. 그러나 산은 부동산이 아니다. 한번 나무를 심으면 짧게는 50년이 넘어야 가치가 생긴다. 여기에 열정을 쏟고 산에 모든 투자를 하는 것은 단순 경제논리로 설명하기 어렵다. 투자 대비 소득 계산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220만의 산주 중에는 그런 계산없이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숲을 보면 즐겁고, 가족이 즐겁고, 자손이 즐겁고, 국가도 즐겁고 인류를 위해서 기여한다는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이다. 산주들에게 다른 삶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먼저 공감해주어야 한다.  할아버지가 만들면 손자대에서 꺼내는 와인의 시간과 임업의 시간이 같다

 

방치된 숲을 경영되는 숲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숲은 방치된 숲이 대부분이다. 경영되는 숲은 23.5%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처럼 사유림이 많은 국가는 거의 없다. 국유림과 공유림을 제외한 우리나라 사유림은 전체 산림의 66 %가 넘는다. 그래서 산주들이 능동적으로 숲을 경영하겠다는 마인드가 없으면 국가 전체적으로 대부분의 숲이 방치되는 것이다. 방치된 숲은 목재 생산도 안 되고 생물 다양성도 안되고, 물과 탄소의 저장 능력도 떨어지게 된다. 시대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래서 방치된 숲을 경영되는 숲으로 전환시켜야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시대적 과제다. 산주들이 숲을 경영하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이젠 나서야 할 때다.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언론이 그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중략)

과학자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때 

기후위기의 시대, 어떤 이는 기후변화가 없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기후 변화는 있지만, 인류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있어온 자연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온실가스 배출이 문제이긴 하지만 인류에게는 놀라운 기술이 있고, 잘 적응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조천호는 대기과학자다. 기상학과를 졸업했고 연세대 대기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기상연구소의 예보연구실, 지구대기감시센터, 지구환경시스템연구과를 거쳐, 기후연구과를 거쳐 제1대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을 역임했다. 30여년간 기후변화와 함께 했다.

한재각 박사 기후활동가 플래닛03  planet03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  planet03 DB

기후위기시대, 불평등과 정의를 말하다

한재각 |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 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Q. 사회학을 전공하였죠. 계기가 있었나요?

원래 전공은 전자공학이었다. 학생 시절에 사회 운동의 영향으로 환경 운동에 관심이 생겼고, 과학기술자로서 진보적인 사회운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를 고민했다. 그래서 과학기술이 가진 고유한 의미가 무엇인지, 사회에서 어떤 위치,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비판적 시각으로 공부하고자,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대학원에 들어갔다. 이윤 창출과 권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만 과학기술이 이용되는 것을 비판하게 되었고, 과학은 환경을 보호하고 노동의 안전을 촉진하는 시민을 위한 과학이어야 함을 배웠다. 졸업 즈음 참여연대 과학기술 민주화를 위한 모임(과민모, 현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에 참여했다. 이후 과학기술 환경 분야 정책연구원으로 참여했다. 말년에는 에너지와 기후 분야가 핵심적이고 중요한 이슈 의제라고 생각되어 에너지 정책센터를 개설했다. 1년 뒤 해당 센터의 부설 연구소로 에너지 기후정책 연구소를 개소하여 약 13년 간 연구소장으로 근속했다. 그러다가 공부가 더 필요하여, 과학과 환경을 아우르는 사회학 박사학위를 수료했다.

 

Q. 사회 운동이나 시민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가진 핵심적인 계기가 있나?

대학생 시절에 한 반핵운동이 있었다. 정치권력들이 핵 위험에 대해서 충분히 평가하지 않은 채 경제 발전의 수단으로만 이해하여, 핵 산업계의 이해관계만 대변하고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 의견이 가득했다. 나아가 핵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과학기술자들은 누구이며, 왜 시민들의 비판을 외면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게 되었다.

 

Q. 기후정의동맹에서의 '정의'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과학기술에서 '정의(Justice)'를 말하는 이유는, 과학기술로 발전한 산물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누구에게 피해를 야기하는지를 따져야 하는 문제, 곧 '정의'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국가 연구개발의 방식으로 거의 20조 가까이 되는 R&D 예산을 과학기술에 투자하는데, 이 금액은 국민들의 세금에서 나온다. 이러한 세금이 투자가 되어 발전시킨 과학기술의 혜택과 피해는 실제로 누가 보느냐고 질문을 한다면, 대개는 기업들이 혜택을 본다. 물론 일반 시민들도 편리를 누리지만 그에 따른 환경적 피해나 기본적인 권리와 민주주의 등을 위협 당하는 피해가 있다. 이런 식으로 문제들을 보고, 바로 잡으려는 노력 자체가 과학기술에서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까 한다. 그 '정의'는 엘리트, 기업, 정부 등 기득권의 의사 결정으로 내려지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사회 운동에 참여하여 사회 전반적인 정향을 어떻게 바꾸냐에 따라서 재조정될 것이다.

 

Q. 기후 위기에서 '정의'란?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인류를 보존하기 위해, 기술로 자연을 바꾸는 행위가 부정적인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그게 바로 기후 위기이다. 기후 위기를 야기한 가장 큰 힘이 과학기술의 힘이라면, 앞으로 우리는 과학기술을 어떻게 봐야 할까. 화석연료 기반의 기술은 기후 위기를 야기하는 문제적인 기술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벗어나 생태학적인 과학기술, 즉 생태 친화적이고 인간 중심적이며 삶과 경제를 지키는 재생에너지 기술을 주목하고 널리 적용해야 한다. 숲과 그외 여러 가지를 파괴하는 기술을, 어떻게 생물 다양성을 복원하고 숲을 복원하는 기술로 바꿀까. 생태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와 그 지혜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이런 고민이 중요하다.

 

Q. 기후정의동맹에 대해 설명을 부탁 드린다.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멸종 반란’이라는 단체가 있다. 심각한 기후 위기로 인해 제6의 대멸종 시기가 다가오는데 우리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는 게 아니냐를 제기하며 급진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단체이다. 이와 비슷한 단체를 개설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2020년 9월 전지구적으로 기후 위기가 심각하니 온실가스 감축 등을 실행하자고 선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2021년 3월 기후 위기를 야기하는 특별법을 제정한 것이다. 이때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민주당 점거 농성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기후 위기를 적극적이고 급진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 이후 정부에서 탄소중립 관련 위원회 개설과 탄소중립 선언, 비전, 시나리오 설립 등등의 활동을 이어갔는데, 너무 온건하고 타협적이어서 실제로 기후 위기를 막겠다는 목표에 부합한지 의심스러웠다. 실제로는 그린워싱에 가까운 것 같아서 이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던 중 가장 먼저 ‘기후위기비상행동’이라는 단체를 만들었고, 이후 원래 가지고 있던 의문인 ‘기후 위기를 누가 만들었으며 실제로 누가 피해를 보고 있는가', '책임을 누구에게 묻고 누구에게 지워야 하는가’를 정의하기 위해 '기후정의행진'을 기획했다. 그 행진을 한 사람들이 모이고 발전하여 '기후정의동맹'이 되었다.

 

Q. 그렇다면 기후 위기는 누가 일으키고 누가 가장 피해를 봤을까?

기후 위기와 관련한 불평등 이야기는 항상 있었다. 말하자면,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는 어디며 실제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지만 피해를 보는 곳은 어디인가에 대한 논의였다. 논의에서 다루는 여러 통계 기준들도 함께 이야기했다. 우선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는 미국, 유럽, 이렇게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고 실제로 피해를 보는 나라는 개발도상국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2020년대 들어오면서 추세가 많이 바뀌고 있다. 국가적인 통계로 계산할 경우 여러 곤란함이 발생하니 개인 시점의 통계로 전환하여 분석하자는 것이다. 국가적인 통계 관점으로 보자면 현 시점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국가 단위로 논의하면 중국은 개발도상국이다. 중국 측에서는 선진국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 시설들을 중국에 설치했기 때문에 배출량이 증가하는 것이고, 자국 내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따지면 오히려 미국보다 적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난전인 상황이다. 결국 소득이 많으면 지출도 많아지고, 지출이 많아지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소득 불평등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차이, 탄소 불평등이다. 여기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누가 일으키고 누가 피해를 보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온실가스 배출을 과감히 줄일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자본주의 논리를 대입하여 질문을 하자면 ‘누가 자본주의 체제의 논리 자체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이 질문에 의하면 녹색성장은 허구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경제성장 전체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고 문제점들을 축소해 나가자는 탈성장이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생태가 없으면 생존도 없다

조천호 대기과학자 플래닛03  planet03

조천호 대기과학자 |  planet03 DB

조천호

대기과학자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과학자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때 

기후위기의 시대, 어떤 이는 기후변화가 없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기후 변화는 있지만, 인류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있어온 자연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온실가스 배출이 문제이긴 하지만 인류에게는 놀라운 기술이 있고, 잘 적응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조천호는 대기과학자다. 기상학과를 졸업했고 연세대 대기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기상연구소의 예보연구실, 지구대기감시센터, 지구환경시스템연구과를 거쳐, 기후연구과를 거쳐 제1대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을 역임했다. 30여년간 기후변화와 함께 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논쟁은 끝났다

과학은 증거를 제시하고, 그 증거들 사이의 균형, 여러 갈래의 증거들이 보여주는 일관성을 다룬다. 자신의 주장을 위해 증거를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면 과학이 될 수 없다. 객관적 사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논쟁은 과학에서 이미 끝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치와 경제로 이동했다. 기후변화는 자연적인 것이 있고 사람이 초래하는 것이 있다. ‘경제성장’이 유일한 가치였던 인류는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온실가스를 만들어냈고 지구 평균 기온은 급상승했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란 단어는 기후비상(climate emergency), 위기(crisis), 붕괴(breakdown)라는 표현으로 바뀌고 있고, 지구 온난화 대신 지구 가열(global heating)로 표기하는 언론이 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부정하는 그룹은 기후변화 회의론자 (climate sceptic)에서 기후변화 부정자(climate denier)로 부르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는 너무나 분명한 우리 앞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은 구별하기 위해 기후변화보다는 ‘기후위기’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지구에 외부로 들어오는 것은 태양에너지 하나 밖에 없다. 그런데 에너지가 들어오기만 하고 나가지를 않는다. 이렇게 되면 지구는 지글지글 끓게 된다. 들어오는 에너지만큼 반드시 그만큼 우주로 빠져나가야 되는데 우리 사람들이 배출하는, 태운 화석연료로 인해 나온 온실가스가 우주로 나가려고 하는 열을 못 나가게 잡는다. 현재 이 온실가스가 약 1초에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5개가 터지는 에너지를 우주로 못 가게 잡고 있다.  하루에 우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약 43만 개의 원자폭탄이 터지는 수준의 열이다. 이런 굉장한 열의 90% 이상을 바다가 흡수해서 빙하가 녹고, 땅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래서 실제로 대기가 따뜻해지게 만드는 열기는 약 2%밖에 되지 않는다. 바다가 흡수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버리면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기후위기는 크기가 아니라 속도의 문제다

기후위기의 본질은 ‘예측불허’이다. 과학자들은 데이터에 근거해 예측을 하는데, 인류는 지금 예상치 못한 가뭄, 예상치 못한 폭우, 예상치 못한 한파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대를 살고 있다. 1950년부터 최근까지 인구는 25억명에서 80억명으로 늘었고, 지구의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간 1도나 올랐다. 과거 빙하기에서 간빙기(interglacial period· 빙하기에 빙기 사이 지질학적으로 따뜻한 평균 기온을 유지하는 때)로 변하는 1만년 동안 지구 기온이 4도 올랐던 것에 비하면 속도가 25배까지 높아진 것이다. 예를 들면 승용차가 시속 100㎞로 달리다가 갑자기 2500㎞로 달린 것이다. 속도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1도라고 생각하면 별거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후의 변화는 크기보다는 변화의 속도를 봐야한다. 지난 100만 년 동안에는 빙기와 간빙기가 10만 년 주기였다. 사람이 변화시킨 게 아니라 자연 스스로가 변한 속도다. 그때 가장 빠르게 기온이 상승된 속도가 1000년에 1도다. 이 속도를 못 쫓아 가는 고산식물이나 양서류 등 약한 생물들부터 하나하나 멸종된다. 계속 진행되면 생태계가 무너진다. 그러면 먹이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인류도 위험해진다. 지구 온도 상승으로 동토가 줄게 되면 그 땅에 묻혀 있던 바이러스들이 되살아난다. 그러면 코로나19와 같은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우리를 다시 공격할 수도 있다.

 

기후위기는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다

2001년도 IPCC 3차 보고서는 ‘지구의 기온 상승은 완전히 인간 활동 때문’ 이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 과학은 원인을 밝혀내고 대응 체계를 굳히는 것이 일반적인데 기후 위기라고 하는 것은 당장 눈앞에 있는 위기가 아니다. 기후 위기는 이미 일어난 위험성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것이다. 경험이 없는 것에 대해 둔감할 수 밖에 없다. 기후위기는 언론의 역할, 교육의 역할, 정부의 역할에 따라 미리미리 이야기해 주고 대비 하지 않으면 막아낼 방법이 없다. 역으로 인간이 만약 보이지 않는 위험까지 미리 인식하고 해결해낸다면 이건 인류사적으로 굉장한 도약이 될 수 있다. 기후위기는 단순히 폭염일수가 많아지고 가뭄이 들고 이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극단적인 날씨가 많아진다는 것은 ‘지구 조절 시스템’에 오류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태양에너지로 온기를 보장하고 햇빛으로 광합성을 해서 이 모든 생태계와 그 생태계에 의존 해, 80억 인구가 먹고 살고 있다. 식량이라고 하는 것은 기후에 의존해서 생산이 된다. 기온이 올라가 물이 부족해지고, 가뭄이 늘면 식량생산에 차질이 생긴다. 생물 다양성이 붕괴되고, 해수면이 올라가고, 해양이 산성화되고, 이런 것들은 모두 우리 먹거리와 관련된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점점 더 심각한 상황으로 가게 되면 돈을 갖고 있다고 해서 식량을 마음껏 수입할 수 있을지,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중략)

​플래닛03 주식회사

본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272-2 타워갤러리 7층

지사: 경기도 시흥시 동산길33, 숲 1976

신문등록번호 경기-아53860|출판 제2023-000129

발행인 박수영|편집인 김용만|대외협력총괄 박성미|청소년보호책임자 김진아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maill to: planet03.forest@gmail.com 

이용약관

플래닛03  planet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