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저온·산불이 겹치는 봄…정부의 기후 대응은 어디까지?
-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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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4 김사름 기자
봄철 이상기온은 더위 자체보다 변동성이 문제다. 고온 뒤 저온, 건조 뒤 우박, 맑은 날 뒤 강풍이 이어지며 봄은 복합 재난의 계절로 바뀌고 있다. 정부는 농업·산불·예보·취약계층 보호 대책을 각각 내놓고 있지만, 기후위기는 부처 경계대로 오지 않는다. 피해 뒤 복구를 넘어 기상예측, 농업기술, 산림관리가 하나로 연결된 통합 기후적응 체계가 필요하다.
더운 봄 뒤에 찾아오는 저온, 정부 긴급 점검 나서
농림축산식품부는 4월 7일 농촌진흥청, 8개 도, 농협중앙회와 함께 봄철 저온 피해 최소화를 위한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정부가 봄철 이상기온 대응에서 가장 먼저 점검한 분야는 농업이다. 당시 기상청은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4월 8일까지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낮과 밤의 일교차가 15도 이상 벌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내륙 지역에서는 얼음이 얼거나 서리가 내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농식품부가 주목한 것은 개화기에 들어선 과수와 원예작물이다. 봄철 고온으로 꽃이 빨리 피면, 이후 찾아오는 저온에 더 취약해진다. 사과, 배, 복숭아 등 과수는 개화기 저온에 특히 민감하다. 보도에 따르면 과수별 저온 피해 한계 온도는 사과 영하 2.2도, 배 영하 1.7도, 복숭아 영하 2.3도 수준이다.
이보다 기온이 낮아지면 착과 불량 등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작년에는 봄철 저온으로 인해 사과, 복숭아, 배 등 과수작물을 중심으로 3만654ha 피해에 1071억 원의 복구비를 지원한 바 있다.

정부가 봄철 저온을 별도로 점검한 것은 이상기온의 핵심이 ‘더위’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낮에는 초여름처럼 덥고, 새벽에는 서리가 내릴 수 있다. 작물은 낮의 고온에 반응해 생육을 앞당기지만, 밤과 새벽의 저온에는 그대로 노출된다. 봄철 이상기온의 위험은 바로 이 변동성에 있다.
정부 대응의 초점도 더위 자체보다 변동성에 맞춰지고 있다. 봄철 이상기온은 낮 기온이 오르는 문제가 아니라, 고온 뒤 저온, 건조 뒤 우박, 맑은 날 뒤 강풍이 이어지는 복합 재난의 문제다. 그러나 대응은 여전히 부처별로 나뉘어 있다.
농작물은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 산불은 산림청, 예보는 기상청, 취약계층 보호와 적응대책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맡는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부처 경계대로 오지 않는다.
농촌진흥청, 과수 저온 피해 예방 기술 현장 적용
농촌진흥청은 과수 저온 피해를 줄이기 위한 현장 기술 적용에 나섰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4월 6일 충남 천안의 배 과수원을 찾아 ‘과수 저온 피해 경감용 동결보호제’ 현장 적용 상황을 점검했다. 농촌진흥청은 올해 3월부터 나주, 천안, 상주 등 과수 주산지 23곳에서 관련 현장 적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봄철 이상기온 대응이 사후 복구 중심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기존 농업 재해 대책은 피해가 발생한 뒤 복구비를 지원하는 방식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기후 변동성이 커질수록 피해 이후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개화기 저온이 예보될 때 현장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예방 기술과 농가별 조기경보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농촌진흥청이 강조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더라도 배꽃이 피는 시기에는 갑작스러운 이상저온에 대비해야 한다. 이상기온 대응은 단순한 기온 예보가 아니라, 작물의 생육 단계와 기상 위험을 결합한 정보로 가야 한다.
기상청은 폭염·호우 경보 강화, 계절 경계는 빨라진다
기상청의 대응은 예측과 경보 체계 강화에 맞춰져 있다. 기상청은 2026년 주요 정책 추진계획에서 기존 폭염경보를 넘어서는 강력한 폭염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폭염 중대경보’와 ‘열대야 주의보’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또 시간당 100㎜ 이상의 집중호우가 빈발하는 상황에 대비해 재난성 호우 대응을 위한 상위 단계 긴급재난문자 발송도 추진하고 있다.
이 대책은 여름철 재난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봄철 이상기온과도 연결된다. 봄이 짧아지고 여름형 더위가 앞당겨지면 폭염 대응 시점도 빨라져야 한다. 폭염은 더 이상 7~8월만의 문제가 아니다. 4월과 5월의 고온, 6월의 이른 열대야, 장마 전후의 극한호우가 하나의 계절 전환 리스크로 묶이고 있다.
예보는 기후 적응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예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농가, 지방정부, 산림기관, 보건기관이 같은 위험 정보를 동시에 이해하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기상청의 예측 정보가 각 부처의 현장 대응으로 연결될 때 이상기온 대응은 실질적인 적응 체계가 된다.
산림청은 산불조심 기간 앞당겨, 마른 봄에 대비

봄철 이상기온은 산불 위험도 키운다. 기온이 높고 공기가 건조하며 강풍이 불면 낙엽과 산림 연료의 수분이 줄어든다. 작은 불씨도 빠르게 번질 수 있다.
산림청은 2026년 봄철 산불조심기간을 당초 2월 1일에서 1월 20일로 12일 앞당겨 시행했다. 봄철 산불조심기간은 1월 20일부터 5월 15일까지다.
산불 대응이 앞당겨졌다는 것은 봄철 재난의 시작 시점이 빨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봄철 산불을 3~4월의 건조한 계절성 재난으로 봤지만, 지금은 겨울 말부터 봄 초입까지 산불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건조특보, 강풍특보, 고온이 겹치면 산불 대응은 단순 진화가 아니라 사전 예방과 연료 관리, 취약 지역 감시의 문제가 된다.
산림청의 조기 대응은 필요하다. 그러나 산불 위험 역시 산림청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불은 기상, 산림, 지방정부, 전력·통신 기반시설, 주민 대피 체계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재난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산불은 숲 안에서 시작되지만, 피해는 지역사회 전체로 번진다.
범부처 적응 대책은 나왔지만, 현장 연결은 과연?
더 큰 틀에서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국가 기후위기 적응 대책이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업무계획에서 범부처 기후위기 적응 민생 대책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에는 홍수·가뭄 기반시설 정비, 폭염·한파 대피시설 등 일상공간 기후 적응 기반시설 확대, 농·수산물 유통 전주기 관리, 기후보험 프로그램 개발, 지역별 기후 취약계층 실태조사, 통합정보플랫폼 구축 등이 포함됐다.
방향은 맞다. 기후위기 적응은 더 이상 환경 부문만의 과제가 아니다. 농업, 산림, 보건, 재난안전, 금융, 에너지, 지역 계획이 모두 포함된다. 다만 관건은 현장 연결이다. 부처별 계획이 각각 존재하는 것과, 농민·지자체·취약계층·현장 기관이 하나의 위험 정보와 지원 체계 안에서 움직이는 것은 다르다.
기후위기는 한 부처의 업무 범위 안에 머물지 않는다. 고온은 농작물의 생육을 앞당기고, 저온은 개화기 피해를 만든다. 건조와 강풍은 산불을 키우고, 극한호우는 토양과 시설을 무너뜨린다. 폭염은 건강 취약계층을 위협하고, 기후 재난은 보험과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봄철 이상기온이 복합 재난인 이유다.
사후 복구에서 통합 기후 적응으로
봄철 이상기온이 반복되는 시대에는 피해가 난 뒤 복구비를 지원하는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상 예측, 농업 기술, 산림 관리, 건강 보호, 보험과 재정 지원이 하나의 적응 체계로 연결돼야 한다.
정부 대응은 이미 시작됐다. 농식품부는 저온 피해를 점검하고, 농촌진흥청은 현장 기술을 적용하고, 기상청은 경보 체계를 강화하고, 산림청은 산불조심기간을 앞당겼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범부처 적응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대응들이 각각의 부처 안에서만 작동한다면 복합 재난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
하나의 기후위험이 현장에서 어떻게 겹쳐서 나타나는가를 기준으로 대응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봄철 이상기온은 농업, 산림, 보건, 재난 안전이 동시에 작동해야 하는 복합 재난이다.
봄의 기후가 바뀌고 있다. 정부의 기후 대응 체계도 같은 속도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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