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 기자 2024-11-29
권유림 변호사는 숙명여자대학교 법학과를 졸업, 사법연수원 45기 변호사로, 현재 법무법인 선경 구성원 변호사, 국립정신건강센터 입원적합성심사위원, 동물복지국회포럼 자문위원, 서울특별시 공익변호사, 서울강동경찰서 수사민원상담센터 자문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중소기업고문변호사단,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대표, 사단법인 비글구조네트워크 고문변호사, 대법원 국선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9년 대한민국 동물복지대상-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 2022년 서울특별시장 표창장, 2022년 사단법인 한국반려동물경제인협회 감사패를 수상했다. 2019년부터 동물법과 관련한 강의와 토론에서도 활발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알기쉬운 복지법률 시리즈-동물의 권리』(2019), 『나는 반려동물과 산다』(2019), 『동물에게 다정한 법』(2022) 등이 있다. <비인간동물의 법적 지위와 보호방안>(2021), <비인간동물의 법적 지위와 보호방안-고래와 동물원수족관법을 중심으로>(2021), <동물복지법 체계 개편 연구>(2023), <특수목적동물 은퇴 후 처우개선방안연구>(2024) 등 다수의 연구활동이 있다.
인간의 법적 분쟁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동물권
애린원 동물보호소 사건은 동물보호 문제와 복잡한 법적 분쟁이 얽혀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동물의 생존권과 인간의 법적 권리가 충돌한 사건으로, 2012년 시작된 소송은 2020년 강제집행으로 일단락됐지만, 이후에도 다양한 법적 문제와 사회적 논란이 이어졌던 사건이다. 경기도 포천시에 위치한 애린원 동물보호소는 약 80세의 원장이 최대 2,000마리로 추정되는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있다는 명목 하에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보호소 내부는 심각하게 열악한 상황이었다. 동물들은 좁은 공간에서 수컷과 암컷이 중성화도 되지 않고 분리되지 않은 채 있어 무분별하게 번식했고, 겨울철에는 난방이 부족해 물이 얼어붙고 동물들은 추위에 고통받고 있었다. 특히 보호소 시설은 노후화된 견사와 컨테이너 등으로 만들어져 있어 비위생적인 환경 문제가 심각했다. 보호소의 운영 방식은 외부의 지원과 봉사를 점점 배척하면서 폐쇄적으로 변했고, 이로 인해 구조 요청 및 개선 요구는 번번이 거부됐다.
소유권 강제집행 과정에서 버려지는 생명들
애린원 보호소가 위치한 부지는 2001년 포천시장과 보호소 측의 국유재산 대부 계약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제3자들이 대한민국의 소유권을 부정하며 소유권보존등기 말소소송을 제기하였고, 2008년 7월 말경 해당 부지가 제3자들 소유로 최종 확정되면서 포천시장은 애린원과의 대부계약도 해지통보를 하였다. 그러나 애린원은 보호소를 이전하지 않고 무단점유를 계속하였기에 2009년 새로운 소유자들은 애린원에 대해 부지 내 시설물에 대한 철거 및 토지 인도 소송을 제기했다. 2011년 법원은 철거 및 토지 인도를 명령했으나, 보호소 측의 항소와 추가 소송으로 강제집행은 계속 지연됐다. 소유권 분쟁은 복잡한 절차와 법적 다툼으로 이어졌고, 보호소 측은 소송 기간 동안 점유자를 변경하거나 시설물을 변경해 강제집행을 방해했다. 이 과정에서 동물들의 복지는 더욱 악화됐다.
강제집행은 2019년에 본격화됐다. 당시 비글구조네트워크가 주축이 되어 집행을 주도하였고, 여러 동물보호 단체가 협력해 동물 구조에 나섰다. 9월 25일 1차 강제집행과 10월 1일 2차 강제집행이 진행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약 1,166마리의 동물이 구조됐다. 강제집행 당일 보호소 원장은 가스통을 열어가며 강하게 반발했고, 동물들을 탈출시키려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벌어졌다. 하지만 철거와 구조는 예정대로 진행됐고, 구조된 동물들은 임시로 마련된 보호시설로 옮겨졌다. 특히 구조 과정에서 동물들은 대부분 중성화 되지 않아 이후 두 달 동안 약 200마리의 새끼가 태어났다. 이로 인해 구조된 동물 수는 급격히 증가했고, 보호 및 관리의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경매 절차에서 동물 한 마리 당 5만원으로 평가, 구조된 동물들 다시 버려져
구조된 동물들의 소유권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구조된 동물들의 소유권을 애린원으로부터 취득하기 위해 2020년 유체동산 경매를 통해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경매 절차에서 동물 한 마리 당 5만원으로 평가됐고, 매각 대금은 강제집행 비용과 상계 처리됐다.
그러나 강제집행이 끝난 현장에는 여전히 많은 유기견들이 떠돌았다. 로드킬 위험 등에 그대로 노출된 유기견들을 방관할 수 없는 나머지 비글구조네트워크는 또다시 현장에 배회 중인 유기견들을 포획, 보호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관할 지자체인 포천시에 유기동물의 구조사실을 알리고 인수를 요청하였지만, 포천시는 구조된 동물들에 대한 보호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 하며 갈등이 다시 발생했다. 포천시는 구조된 동물들을 유기동물로 인정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관련 비용을 지급하지도, 해당 동물들을 인계해 가려고 하지도 않았다. 결국 민간 동물보호 단체들이 민간 기부와 자원봉사에 의존하며 과도한 책임을 떠안아야 했다. 이는 동물보호 단체와 지방정부 간 협력의 부재와 제도적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권 변호사는 지방정부의 동물 구조와 보호 책임을 명확히 하고, 민간 단체와 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유기동물의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소유 여부가 불분명한 동물의 발견 시에는 국가나 지자체가 원칙적으로 그 구조와 보호의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 생명권 보호를 위한 법적 전환점이 필요
구조된 동물들은 임시 보호소를 거쳐 새로운 보호시설로 이동했다. 일부 동물은 해외 입양되거나 배우 유연석, 박세리 등 유명인사들의 반려견으로 입양되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충북 보은의 새로운 보호소에서는 보다 나은 환경에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재 약 400마리의 동물이 보호받고 있다. 강제집행 현장 내 동물들은 모두 구조했지만, 그 주변을 배회하며 인근 산에 머물던 유기견들은 이미 야생화된 상태로 발견, 추가 구조 작업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동물구조 119 등 단체가 포획 작업을 진행했고 약 434마리의 동물이 다시 구조됐다.
‘애린원 동물보호소’ 사건은 동물권 보호의 현실과 법적 제도의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다. 열악한 환경에서 방치된 동물들의 구조와 보호를 위해 수년간 이어진 법적 투쟁은 정부와 민간 단체 간의 협력 부족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또한 아직까지 동물을 물건으로만 보는 현행법의 한계에 온전히 부딪친 사례이기도 하다. 권 변호사는 애린원의 보호 실태가 일명 ‘애니멀 호딩(animal hoarding)’에 해당했던 만큼 동물보호법 상 피학대동물에 대한 소유권 박탈 규정이 입법화되어 있었다면 민사집행이라는 긴 과정을 돌고 돌아 올 필요없이 바로 구조 및 압수가 가능한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아직도 동물을 개인의 소유물로 보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앞으로는 동물보호소 운영 기준과 관리 감독 강화, 지방정부의 책임 있는 역할 수행, 구조된 동물들의 복지와 입양을 위한 지속적 노력 등이 필요하다. 또한 추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동물보호단체가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제도적 개선을 이끌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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