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경 기자 2024-04-03
왜 4월 5일인가?
677년 4월 5일, 신라 문무왕이 삼국 통일을 기념하며 나무를 심었다. 1493년 4월 5일, 조선 성종은 왕의 소유인 밭을 손수 일궜다. 1910년 4월 5일, 조선 순종은 봄을 기념하며 나무를 심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쇼와 천황의 생일이 4월 5일이었으므로 날을 옮겨 4월 3일에 나무를 심었다. 광복 이후 1946년부터 4월 5일을 식목일로 지정하여 제1회 식목일 행사가 실시되었다. 1949년, 대통령령으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을 제정하며 식목일이 법정 공휴일로 거듭났다.
법정 공휴일? 법정 기념일?
1949년부터 2005년까지, 대체일이 존재했던 1960년을 제외하고 식목일은 쭉 법정 공휴일이었다. 심지어는 식목일 앞뒤로 1~2주간 전 국민이 다같이 나무를 심으러 다니기도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황폐화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산림녹화를 이룬 대표 사례가 되었다. 그러다 2006년부터 주5일제가 적용되며 공휴일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이에 따라 식목일은 법정 공휴일이 아닌 법정 기념일이 되었다. 근 20년간 기념일로서의 식목일이 계속되었는데, 최근 식목일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탄소 중립의 중요성 때문이다. 식목일의 공휴일 지정 논의 외에도, 그 어느 때보다 식목일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펼쳐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를 고려해 식목일을 3월로 앞당겨야 한다는 ‘온난화 식목일’, 해양 식물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등장한 5월 ‘바다 식목일’이 그 예이다. 모든 논의에서 기후 위기 및 생태계 파괴가 인류의 삶을 위협하고 있으며, 인류가 나서서 환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은 공통적이다.
식목일의 부활
" 산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은 국토개발과 자연보존의 첫걸음이며, 울창한 산림은 부강한 국력과 근면한 국민성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중략) 더욱이 부존자원도 없고 세계적인 자원난마저 겹친 가운데 하루빨리 산업을 고도화하고 경제 자립을 촉진해야 하는 우리의 처지에서는, 산지를 자원화하고 국토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중략) 치산 녹화는 정부나 산주들만의 책임이 아니라 국민이 다 같이 참여하고 협동 정신을 발휘할 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입니다. (중략) 국민 여러분! 화창한 봄날에 국민 모두가 한 그루의 나무를 정성껏 심고 가꾸는 것이, 바로 내일의 희망을 심고 우람한 조국을 가꾸는 일임을 명심합시다"
위 내용은, 1977년 4월 5일, 제32회 식목일 담화문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제 식목일은 국토 개발과 부강한 국력의 차원을 넘어 탄소 중립과 직결되어있다. 나무는 기화된 탄소를 잡아 자신의 몸에 탄소를 저장한다. 이미 오랜 세월을 살아간 나무들도 탄소 중립에 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어린 나무의 경우 탄소 저장 효율이 높고 성장이 빨라 탄소 흡수도 빠르다. 즉 나무를 심는 일은 이미 있는 숲을 보존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더 이상 식목일이 기념을 위한 날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탄소 배출권이라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인류의 생존이라는 환경적 측면에서도 식목일의 위상을 돌려놓아야 한다. 그러니 행동하는 식목일의 부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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