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테크현장 | '연잎' 원리를 적용하다, 초발수 기술
- planetdami
- 3월 14일
- 3분 분량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기술이 기후위기 대응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연구진은 연잎 표면의 초발수(超撥水) 구조를 모방해 물속에서도 젖지 않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선박, 자동차, 전자기기, 태양광 패널 등에 적용되어 오염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유지보수 비용 절감과 전자폐기물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자연 모방 기술을 활용한 친환경 혁신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앞당기고 있다.
2025-03-12 이담인 기자

연잎 효과가 가져 온 기후위기 혁신 기술, 초발수
자연은 수많은 혁신의 원천이다. 인류는 자연의 원리를 모방해 수많은 유용한 기술들을 개발했다. 가장 대중적으로 활용되는 자연의 원리 중 하나는 ‘연잎 효과(Lotus Effect)’다. 어릴 적 동화나 만화영화에서 한번쯤 등장인물들이 비가 올 때 커다란 연잎을 쓰고 다니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연잎 표면은 물방울이 스며들지 않고 맺혀 굴러 떨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연잎 표면에 있는 미세한 돌기 구조와 발수성 물질 덕분이다. 이러한 자연의 신비를 한국 연구진이 모방하여 2017년 최첨단 초발수(Superhydrophobic, 超撥水, 물방울이 표면에 붙지 않고 떨어져 나가는 성질)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잎 표면 돌기가 가진 초발수성의 과학적 원리

연잎 효과는 표면의 나노 돌기 구조 덕분에 초발수성을 가지며 물방울이 쉽게 굴러 떨어진다. 영남대학교 기계공학부 연구팀은 2015년 나노 측정 기술을 활용하여 연잎 표면의 구조를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주사전자현미경(SEM)과 원자력간현미경(AFM)을 사용해 연잎 표면과 일반 잎을 비교했다. 이를 통해 연잎 표면에는 나노 크기의 미세한 돌기 구조가 존재하며, 이 돌기가 물방울이 퍼지지 않고 둥글게 유지되도록 만든다는 점을 발견했다.

일반 잎에는 돌기 구조가 없어 물방울이 넓게 퍼지는 성향을 보였다. 또한 연잎의 표면 접촉각(Contact Angle)은 약 150° 이상으로 초소수성(Superhydrophobic, 물과 친하지 않은 표면) 성질을 보였다.
연잎 효과를 모방한 한국의 혁신 기술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화학공학과 용기중 교수 연구팀은 2017년 연잎 효과를 모방하여 물속에서도 장시간 젖지 않는 초발수 표면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물방울이 표면에 닿았을 때 어떻게 튕겨 나가거나 젖지 않는지를 연구했다. 이를 위해 아연 산화물(ZnO)과 실리콘(Si)으로 만든 아주 작은 구조물(나노구조)을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서로 다른 표면 구조(ZnO 나노와이어, 실리콘 마이크로포스트, 연잎 구조 등)를 비교하여, 물방울이 튀거나 퍼지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조사했다. 연구 결과, 실리콘 기둥(Si MPs) 위에 ZnO 나노와이어를 추가하면 표면이 더 물을 밀어내는 효과(비습윤성)가 강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즉, 이 구조를 이용하면 표면이 물에 젖지 않고 더 쉽게 물을 튕겨 낼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 이렇게 만들어진 표면은 물과 접촉하더라도 공기층을 유지해 젖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이 연구의 핵심은 초발수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면서도 환경적 변화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기존의 초발수 소재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성능이 저하되거나 물속에서는 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포스텍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물속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하며, 빛을 받아 주변의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초발수 기술, 어디에 활용될까?
연구진이 개발한 연잎 모방 기술은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선박 및 해양 구조물에 적용하면 표면의 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 선박 외부에 초발수 코팅을 하면 이끼나 오염물질이 쉽게 부착되지 않아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유리에 적용하면 빗물이 맺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전자기기의 방수 성능을 향상시켜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내구성을 크게 개선할 수도 있다.
세척 활동 감소를 통해 오염 물질을 줄일 수도 있다. 초발수 기능이 적용된 옷을 제작하면 비 오는 날에도 쉽게 젖지 않는 의류가 가능해진다. 또한 오염물이 묻더라도 쉽게 제거되어 세탁 횟수를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대형 빌딩이나 주택의 창문에 초발수 코팅을 하면 빗방울이 먼지를 씻어 내는 효과를 통해 청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기후위기에도 기여하는 초발수 기술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기후위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선박이나 건축물의 오염을 줄이면 세정제나 화학물질 사용량을 줄일 수 있어 수질 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전자기기의 방수 성능이 향상되면 제품의 수명이 길어져 전자 폐기물 문제를 줄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전력 설비 관리에서도 연잎 효과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 전기 장비에 먼지가 쌓이거나 습기가 차면 성능이 저하될 수 있는데, 초발수 코팅을 적용하면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팀은 이미 2011년 연잎의 미세 돌기 구조를 모방해 초발수성을 가진 사출성형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의 초발수 기능을 가진 제품들은 표면 코팅시 비용이 높고 내구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사출성형 기술은 별도의 코팅 없이 친환경적으로 초발수 기능을 구현할 수 있어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이를 야외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에 적용시 비가 오면 저절로 세정되고, 눈이 와도 쌓이지 않아 태양광 흡수 효율이 높아진다. 이러한 초발수 기술의 발전은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연잎에서 얻은 영감, 지속가능한 미래로
연잎 효과를 모방한 한국의 초발수 기술은 오염을 줄이고 자원을 절약해 기후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을 통해 적극적인 상용화가 이루어진다면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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