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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국가의 기후기술 | 재생에너지와 RE100산단 | 서길모 | 에너윈글로벌 연구소장

최종 수정일: 6월 20일

2025-06-19 김성희 기자

계통 포화와 송전망 병목은 재생에너지 확산의 핵심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계통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와 분산형 RE100 산업단지가 주목받고 있다. 기술 실증은 이미 완료된 만큼, 이제는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정책·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에너윈글로벌 서길모 연구소장
에너윈글로벌 서길모 연구소장

서길모 연구소장은 조선대학교 전력전자 전공으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전기공학자이자 에너지 기술 전문가이다. 현재 에너윈코리아㈜ 부사장이자 에너윈글로벌㈜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산업 현장의 에너지 시스템 설계부터 신재생에너지 기반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에 이르기까지 40년 넘게 전력 산업 분야의 연구와 기술개발, 정책 자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981년 한화솔루션에 입사한 이후 전력 설비 설계 및 유지보수 부문에서 실무를 맡았으며, 이후 미래전력에너지연구소 대표이사, LG화학, 현대이엔아이 등 기업의 기술고문과 자문을 맡으며 첨단 전력기술의 현장 적용을 이끌었다. 현재는 여수시 및 전라남도 건축 심의 및 안전자문위원, 행정자치부 안전교육위원 등 다양한 공공기관에서 자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전력저장시스템(ESS)』, 『무정전 전원장치(UPS)』, 『신재생에너지저장시스템』, 『건물 리모델링 에너지절전 기술 적용 실무』 등이 있다.



분산형 전력 체계로의 전략적 전환이 필요해 


재생에너지 확대는 수많은 담론과 정책 속에서도 여전히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개통 포화, 지역 갈등, 송전 인프라 병목 등 구조적 문제는 기술 진보보다 느리게 움직이고 있으며, 결국 전력 계통이라는 '병목 지점'이 재생에너지의 확장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존 계통 연계형 모델을 넘어선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전력을 자립적으로 생산하고, 송전망에 의존하지 않으며, 수요지 중심으로 전기를 조달할 수 있는 계통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가 그 해법이 된다. 


전력망 없는 자급자족, 광양에서 시작된 RE100 실험 


광양항 율촌 융복합 물류단지 조성사업 조감도. 사진 여수광양항만공사
광양항 율촌 융복합 물류단지 조성사업 조감도. 사진 여수광양항만공사

광양항 율촌 융복합 물류단지 조성공사는 국내 최초로 계통에 연결되지 않은, 자급자족형 AC 마이크로그리드 산업 단지다. 단지 내에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외부 전력망 없이도 발전·저장·관리를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에너윈코리아에서 개발한 소형 윈드터빈 SAWT. 사진 에너윈코리아
에너윈코리아에서 개발한 소형 윈드터빈 SAWT. 사진 에너윈코리아

특히, 풍력 설비에는 우리 에너윈코리아가 개발한 SAWT(Symmetrical Airfoil Blade Wind Turbine) 15kW급 소형 윈드터빈이 적용되었다. 대칭형 에어포일 블레이드와 피치·요잉 제어 시스템을 통해 1.5~4 m/s의 낮은 풍속에서도 발전이 가능하며, 정격 풍속이 9.5 m/s로 낮기 때문에, 비교적 약한 바람에서도 최대 성능을 낼 수 있어 기존 터빈보다 1.5배 이상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또한, 태양광, 풍력, ESS의 적정 용량을 자동으로 산출하는 엑셀 기반의 자체 시뮬레이션 툴을 개발하여 24시간 단위로 운전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있다. 기초 데이터는 월드뱅크 사이트에서 확보한 태양광 1453 kWh, 평균 풍속 4.6~5.75m/s를 바탕으로 하여 현실적 조건에 맞춘 설계가 이루어졌다.


더불어 광양항 율촌 융복합 물류단지는 GFM‑PCS(Grid-Forming Power Conversion System) 기반의 계통 독립형 전력망을 산업 현장에 국내 최초로 도입해 실증에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외부 전력망 없이도 전압과 주파수를 스스로 생성하고, 가상 관성(virtual inertia)을 제공할 수 있어, 재난 상황에서도 블랙스타트(Black Start)가 가능한 안정적인 자립형 전력 체계로 평가 받고 있다.


이번 실증을 통해, 재생에너지 기반의 자립형 마이크로그리드가 실제 산업 단지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처럼 분산형 에너지원과 제어 시스템이 통합된 복합 전력 체계는, 기존 전력계통의 병목 문제를 해결할 유력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설비 결합을 넘어, 전력 자립형 산업단지 모델을 실제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정책적·기술적 의의가 크다.


“광양을 넘어 영암으로” 전국 확장 중인 계통 독립형 RE100 모델


계통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는 특정 부지의 실증을 넘어서, 전국 산업단지로 확장 가능한 에너지 자립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에너윈코리아는 전남 영암 대불산단 RE100 산업단지 구축에도 본격 참여하고 있다. 


영암 대불산단에는 339MW 규모로 계획된 자사 개발 SAWT 적용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저풍속 조건을 가진 영암산단에는  25~42%의 발전 이용률(Capacity Factor)을 실현할 수 있는 고효율 장비로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풍력 설비 대비 수익성과 효율성에서 월등한 성능을 보여줄 수 있다. 


또한, MVDC(Medium Voltage Direct Current) 기반 마이크로그리드가 현대삼호중공업과 그린 빅데이터센터에 DC 전력을 공급하도록 설계되고 있으며, RE100 실적률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직접 전력 거래까지 가능한 ICT 기반 시스템도 함께 구축 중이다. 현재 호남권은 전력 계통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신규 연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계통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적 전력 순환이 가능한 구조는 산업 전력 수요지를 중심으로 한 분산형 에너지 전략의 핵심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병목을 푸는 기술, 에너지 고속도로


한국 전력 계통의 불균형은 재생에너지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수도권은 자체 발전량 대비 수요 비중이 2~3배 이상 높고, 강원도는 이와 반대로 발전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한다. 영남권은 원자력 발전소가 9기 이상 밀집해 있지만 대부분 자가소비로 충당되어 외부 계통으로 보낼 여유가 없다. 특히 전남을 포함한 호남권은 발전량이 수요를 압도해, 계통 포화 상태에 이른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러한 구조적 병목은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는 ‘에너지 고속도로’다. 에너지 고속도로를 증설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존 가공된 송전선로를 복도체(중첩 송전선로)로 증설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해저 HVDC(고압직류송전) 선로를 신설하는 방식이다. 해저 HVDC는 송전 효율이 높고 장거리 전송에 유리하지만, 건설에 5~7년 이상 소요되어 단기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복도체 방식은 기존 선로를 활용하기 때문에 민원 발생이 적고, 2~3년 내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된다.

여수 앞바다 내부 수요 연계형 에너지 고속도로 모델. 사진 서길모
여수 앞바다 내부 수요 연계형 에너지 고속도로 모델. 사진 서길모

여수 앞바다에 계획된 9GW급 해상풍력은 이러한 전략의 실증 무대가 될 수 있다. 발전 이용률(CF 0.33) 기준으로 약 3GW의 전력이 생산되지만, 이는 현재 전력 계통으로는 수용할 수 없는 난제로 실행 지연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RE100 전환의 전력 에너지 수요가 절실한 인근의 여수 석유화학단지와 광양 제철단지 등 수요처와 직접 매칭하고, 해저 HVDC로 연결하거나 분산형 저장 시스템을 활용하면, 외부 계통에 의존하지 않는 완전한 지역 내 소비 기반 전력 순환이 가능하다. 이는 가장 빠르게 성공할 수 있는 ‘내부 수요 연계형 에너지 고속도로’ 모델로서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상 송전계통(VTL) 역할하는 BESS, 선로 증설 없이도 전력 전송량 확대 가능해 


BESS의 가상 송전계통으로서의 역할 예시. 사진 서길모
BESS의 가상 송전계통으로서의 역할 예시. 사진 서길모

전력 계통의 병목을 해결하기 위한 또 다른 해법으로는 BESS(배터리 에너지 저장장치, Battery Energy Storage System)의 활용이 있다. 기존에는 600MW의 전력을 수요지로 보내기 위해 동일 용량의 송전선이 필요했지만, BESS를 통해 200MW를 중간에 저장하고 다시 공급하는 구조를 취하면, 송전선은 400MW만으로도 동일한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 이는 BESS가 '가상의 송전선(VTL, Virtual Transmission Line)'처럼 동작하면서 전력 흐름을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전력 계통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이다. 전송 구간의 물리적 선로를 증설하지 않고도 실질적인 송전 용량을 확장할 수 있어, 에너지 고속도로의 대안이자 분산형 에너지 체계 구축을 위한 유연한 인프라 전략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이처럼 ESS는 단순한 전력 저장 장치를 넘어, 계통 운영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장치로 그 활용 폭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


분산형 실증을 넘어서, 국가 전략으로 확산해야 할 RE100


에너지 대전환은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담론이지만, 현실은 기술과 제도, 인프라의 병목에 갇혀 있다. 특히 한국은 전체 에너지의 93%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이른바 '에너지 마진 국가'로, 7%의 국산 에너지 마진으로 국가 경제를 유지하는 구조다. 탄소중립(Net Zero)이나 RE100 이행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다. 이미 38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RE100을 선언했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탄소국경세 등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 


2050년까지 전 세계 RE100 달성률은 약 8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 역시 이에 대응하는 국가 전략 마련이 시급하지만, RE100의 실현은 단순히 전력만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어렵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는 원자력 등 기저 발전을 포함한 에너지 믹스를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전환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전력뿐 아니라 열, 가스, 수소, 수송, 저장까지 아우르는 '섹터 커플링(Sector Coupling)' 기반의 통합 에너지 네트워크가 해법으로 떠오른다. 그리고 이를 지능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수단으로 AI와 빅데이터 기반의 에너지 운영체계가 필요하다. 스마트그리드를 넘어 블랙스타트, 가상 송전망 등 고급 기술과 결합될 때, 비로소 RE100 산업단지의 경제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위한 기술은 이미 우리 손안에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실증으로 검증된 이 모델들을 전국 곳곳에 확산시킬 정책과 실행이다. 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미래의 과제가 아니다.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이며, 이를 제대로 실현해 낸다면, 우리 산업과 지역은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기자수첩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

태양광과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원과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융복합해 소규모 지역에서 전력을 자급자족 할 수 있는 작은 단위의 차세대 전력망이다. 기존 중앙집중형 계통과 달리, 프로슈머가 참여해 양방향 송배전이 가능하며, 필요시 독립 운영도 가능하다. 외부 전력망 없이도 자율적으로 주파수와 전압을 유지하며, 블랙 스타트 기능을 통해 정전 상황에서도 복구할 수 있다. 에너지 자립과 함께 계통 부담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의 효율적인 확대를 가능하게 하는 미래형 전력 시스템이다.


블랙 스타트(Black Start)

외부 전력망이나 발전소의 도움이 없이, 배터리만으로 전력 시스템을 자율적으로 기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기존 전력망이 정전됐을 때는 일반적으로 화력이나 가스 발전기를 먼저 기동시켜 전체 계통을 복구하지만, 블랙 스타트 기능이 적용된 시스템은 외부 지원 없이도 자체적으로 전압과 주파수를 형성해 전력망을 복원할 수 있다.


가상 관성(virtual inertia)

가상 관성(Virtual Inertia)은 회전기(터빈)가 없는 재생에너지 전원에서도 전력망의 주파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기술이다. 기존 전력망은 터빈의 관성으로 주파수 변동을 완화했지만, 인버터 기반의 태양광·풍력은 이런 관성이 없어 주파수 흔들림에 취약하다. 가상 관성은 인버터나 ESS에 고속 제어 알고리즘을 적용해, 실시간으로 주파수 변화를 감지하고 에너지를 빠르게 공급하거나 흡수함으로써 계통을 안정시키는 방식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필수적인 전력망 안정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MVDC(Medium Voltage Direct Current)

MVDC(Medium Voltage Direct Current)는 약 1.5kV~100 kV 범위의 중전압 직류 송전 기술로, 산업단지나 데이터센터처럼 부하 밀도가 높은 구간에서 송배전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변환 단계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이다. AC(교류) 대비 DC(직류)는 전송 손실이 적고, 태양광·ESS·전기차 충전처럼 직류 기반 설비와 결합 시 이중 변환 손실을 줄여 효율성을 높인다. 또한 주파수 유지나 역률 보상 같은 교류 계통의 복잡성을 해소해 전력 품질을 개선할 수 있으며, 지역 단위의 자립형 마이크로그리드 구현에도 적합하며, 향후 분산형 전원과 RE100 산업단지의 핵심 송전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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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Jun 23

에너지믹스에 대한 폭넗은 사회적 토의가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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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용
Jun 22
Rated 5 out of 5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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