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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의 생태포럼 | 도시가 만드는 숲

 

2025-1-23 김우성  woosung.kim83@gmail.com

 

제가 살고 있는 울산은 따뜻한 지역입니다. 겨울에도 잎을 달고 있는 상록활엽수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강변에는 겨울에도 초록 잎을 달고 있는 키 작은 풀들이 있습니다. 도시 한가운데서도 다양한 겨울철새들을 비롯한 야생동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풍경은 어떤가요? 문을 열고 나가면 가로수나 공원을 만날 수도 있지만, 콘크리트 건물이나 아스팔트 도로가 보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숲이 아닌 도시에 삽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90.7%는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의 도시화율은 97.1%로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위성영상이나 항공사진을 통해 하늘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내려다보면 숲을 밀어내고 자리한 도시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강에 가까운 곳, 평탄한 곳 등 지리적으로 사람이 살기 좋은 지점에는 초록색 숲이 아닌 회색 도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도시는 인간의 서식지입니다. 인간 이외에도 도시 생태계에 적응해 살아가는 다양한 종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도시는 인간을 중심으로 설계되고 인간 외의 종들을 위한 자원은 안배되어 있지 않습니다. 거대한 도시들은 인근의 다른 도시와 도로와 철도로 연결됩니다. 숲은 도시와 도로에 의해 나뉘고 파편화됩니다. 인간은 숲을 베고 산을 깎고 습지를 메워 도시를 만듭니다. 인공섬을 만들거나 지하도시를 만들기도 합니다. 인간은 지구 표면을 바꿔 놓을 수 있는 종입니다. 우리는 변해 버린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울산에서는 겨울에도 초록을 유지하는 풀밭을 도시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울산에서는 겨울에도 초록을 유지하는 풀밭을 도시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오랜 세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숲을 베어냈습니다. 아주 옛날에는 나무를 베어내 땔감이나 건축재로 쓰면서 천천히 도시를 만들었습니다. 현대에는 빠르게 숲을 베어내고 그 자리에 도시를 만듭니다. 일괄적으로 베어진 나무들은 폐기물 혹은 폐기물에 준하는 저급 연료로 사용됩니다. 숲의 토양은 도시의 콘크리트로 뒤덮히고, 아스팔트가 깔린 도로는 숲을 나누고 쪼갭니다. 숲은 도시의 변두리로 밀려나거나 잘게 쪼개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인간은 숲이 없는 삭막한 도시에 모여 살고 있습니다. 숲이 사라지고 야생동식물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해 버린 도시에는 사람도 살기 어렵습니다. 급격한 도시 확장과 인구 증가로 열섬현상, 대기와 수질오염 등의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사람들은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숲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도시가 만드는 숲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도시에 자리 잡은 큰 나무들은 사람과 야생동물 모두에게 소중한 존재입니다.
도시에 자리 잡은 큰 나무들은 사람과 야생동물 모두에게 소중한 존재입니다.

도시의 숲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인 도시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줍니다. 도시숲은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물질을 흡착함으로써 도시의 공기를 정화합니다. 특히 공단과 주거지역의 경계나 도로변에 선형으로 만들어진 도시숲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대기오염 물질을 효과적으로 차단합니다. 마치 우리 삶의 공간을 대기오염 물질로부터 지켜 주는 성벽과도 같습니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저장함으로써 기후변화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숲은 그늘을 제공함과 동시에 증산과 증발을 통해 도시의 온도를 낮추는 효과를 제공합니다. 대구광역시의 경우, 크게 자라는 가로수를 적극적으로 도입함으로써 폭염과 열섬현상을 크게 완화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도시의 습도를 조절함으로써 사람들이 생활하기에 쾌적한 환경을 조성합니다. 도시 곳곳에 자리 잡은 숲은 식물은 물론 곤충과 새를 비롯한 다양한 야생동물에게 서식지를 제공함으로써 자연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무엇보다도 도시숲은 시민들에게 휴식과 치유의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마음과 몸의 건강을 증진하는 데 기여합니다. 이제 도시 숲은 단순히 녹지 공간을 넘어 지속가능한 도시를 설계하고 만들어가는 데 필수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울산대공원 옆에는 ‘파크’, ‘대공원’이라는 이름이 포함된 아파트들이 있습니다.
울산대공원 옆에는 ‘파크’, ‘대공원’이라는 이름이 포함된 아파트들이 있습니다.

숲세권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아파트 근처에 숲이 있으면 ‘포레’, 공원이 있으면 ‘파크뷰’ 같은 단어가 붙습니다. 서울 같은 경우에는 자치구별 도보생활공원의 면적 격차가 8배 이상입니다. 숲이 많은 지역과 적은 지역의 차이가 아주 큰 것이죠. 숲이 가까운 곳, 창 밖으로 숲이 보이는 곳은 부동산 가치가 더 높습니다. 서울숲 근처의 아파트들은 부동산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울산의 경우에도 옥동과 신정동 울산대공원 주변의 부동산이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들이 숲 가까이 살고 싶어하고, 그런 생각이 가격에 반영되는 것입니다. 숲은 우리의 영혼만 풍요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자산도 풍요롭게 합니다.  


도시숲은 사람들의 보건, 휴양, 정서함양 및 체험활동을 위해 조성되고 관리되는 나무와 숲입니다. 다양한 형태의 공원과 가로수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도시숲은 대체로 도시에서 활용도가 낮은 땅에 만들어집니다.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가까이 이용할 수 있는 ‘생활권 도시숲’은 별도의 시간과 비용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아주 가까운 숲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11.48㎡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기준인 9㎡보다는 넓지만 산림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부족한 수준입니다.

전국 지자체별 생활권 도시숲 면적, 경기도는 압도적으로 넓은 도시숲을 갖고 있습니다.
전국 지자체별 생활권 도시숲 면적, 경기도는 압도적으로 넓은 도시숲을 갖고 있습니다.

경기도나 서울처럼 신도시가 활발하게 만들어지는 지역들의 경우, 지역단위 설계에 생활권 도시숲을 적극적으로 반영합니다. 아파트 사이에 정원이나 공원이 만들어지고, 가로수가 차지하는 공간도 충분히 넓게 설계됩니다. 하지만 이런 지역들은 인구밀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1인당 생활권 도시숲의 면적에서는 아주 낮은 순위에 위치하게 됩니다.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에서는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고 도시숲의 비율이 높은 울산광역시와 강원도가 높은 순위를 차지합니다. 경기도와 서울은 생활권 도시숲 면적이 넓음에도 불구하고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에서는 최하위를 차지합니다. 경기도와 서울의 생활권 도시숲은 가깝고 넓지만 과도하게 붐빈다는 의미입니다.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에서 경기도와 서울은 최하위권입니다.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에서 경기도와 서울은 최하위권입니다.

사람들은 도시 안에 숲을 만들고 있습니다. 도시의 숲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할까요? 도시마다 주어진 땅과 예산, 역사와 문화 등 모든 것이 다르겠지만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숲의 크기는 클수록 좋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숲의 면적은 아주 중요합니다. 더 큰 숲에 더 많은 생명이 살아갈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이 머물 수 있습니다. 둘째, 숲은 가장자리보다 가운데 비율이 높은 것이 중요합니다. 숲의 가장자리 또한 생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지역입니다. 하지만 파편화된 도시숲에서 숲의 가장자리는 상대적으로 흔한 서식지입니다. 축축하고 어둡고 다양한 생물이 살 수 있는 큰 숲의 가운데 면적 비율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개로 쪼개지거나 길게 늘어진 형태의 숲보다는 커다랗고 온전한 동그라미 형태의 숲이 이상적입니다. 셋째, 파편화된 도시숲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파편화된 숲 간 거리가 가까워야 하고, 길게 늘어선 형태보다는 둥글게 모여있는 형태가 좋습니다. 조각난 숲을 연결할 수 있는 생태통로(corridor)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하나의 숲일 수 없다면 느슨하게라도 주변의 숲과 연결되어 꽃가루와 씨앗, 곤충과 야생동물이 오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연결성을 바탕으로 조각난 숲들은 유전자와 물질을 교환할 수 있고, 하나의 숲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보전생물학 이론에 근거해 더 큰 숲, 더 긴밀하게 연결된 도시숲을 만들어야 합니다.
보전생물학 이론에 근거해 더 큰 숲, 더 긴밀하게 연결된 도시숲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더 푸른 도시숲을 만들고 있습니다. 더 가까운 숲, 더 큰 숲, 더 긴밀하게 연결된 숲을 우리의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숲과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숲을 파괴한 우리의 실수를 바로잡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아이들은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도시의 숲, 숲 속의 도시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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