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 김우성 woosung.kim83@gmail.com
산불로 파괴된 숲을 다시 푸른 숲으로 복원할 수 있을까요? 산불이 지나간 숲은 어떻게 복원될까요? 산불로 훼손된 숲을 복원하는 방법에는 크게 자연복원과 인공조림이 있습니다. 두 방법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자연복원은 숲이 스스로 회복하도록 두거나 회복하는 과정의 일부를 도와주는 방식입니다. 산불이 지나간 숲의 바닥에 숨겨져 있던 씨앗이나 운 좋게 살아남은 나무의 뿌리와 줄기에서 돋아난 움싹이 빠르게 자라 다시 초록 숲을 만들게 됩니다. 나무를 심는 행위가 최소화되므로 초기 비용이 적게 들어갑니다. 불탄 나무를 베어내고 새 묘목을 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토양 훼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입니다. 산불피해지에서 움싹을 통해 자라나는 신갈나무들은 소나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산불에 대한 저항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모든 숲이 신속한 2차천이 과정에 의해 온전히 복원되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경제적 가치가 높은 목재 생산을 원하거나 송이버섯과 같은 값진 임산물을 원할 경우, 자연복원을 통해서는 원하는 형태의 숲을 만들어나가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자연복원된 숲에는 다양한 종류의 풀과 움싹으로 만들어진 나무들이 자랍니다. 다시 자란 나무의 키, 줄기의 형태, 빽빽한 정도는 산불이 어떻게 지나갔는지에 따라 제각각입니다. 2차천이에 의한 자연복원은 순조롭게 진행되기도 하지만 전혀 순조롭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숲의 생물다양성은 대체로 인공조림지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시간이 지나 2차림의 숲바닥에서 그늘에 견딜 수 있는 극상종이 자라면서 숲은 천천히 복원됩니다.
인공조림은 사람의 손으로 나무를 심어 숲을 복원하는 방식입니다. 인공조림은 원하는 수종을 선택해서 심을 수 있으므로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숲을 만들거나 경관을 개선하는 데 유리합니다. 사람이 키운 묘목을 사람의 손으로 심고 가꾸기 때문에 많은 비용과 일손이 필요합니다. 불탄 나무를 베어 내고 어린 묘목을 심기 위해서는 숲에 길을 만들어야 하고 중장비도 드나들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토양에 교란이 발생합니다. 산불이 지나간 가혹한 환경에 심어진 묘목들이 척박한 토양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송이버섯을 얻고자 산불이 난 숲에 다시 소나무를 심을 경우 산불에 취약한 숲을 만들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미래에 우리가 원하는 형태의 숲으로 복원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인공조림을 진행합니다. 인공조림에 의해 만들어진 숲에서는 상대적으로 나무들이 곧고 크게 자랍니다. 어린 묘목들이 자라면서 빽빽한 숲을 이루면 솎아베기를 통해 밀도를 조절해 줘야 합니다. 다시 시간이 지나 크게 자란 나무의 가지와 잎이 숲의 하늘을 뒤덮으면서 숲이 복원됩니다.
숲은 복잡한 생태계이고, 산불의 양상 또한 복잡합니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자연복원이든 인공조림이든 하나의 방법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산불은 누더기나 모자이크처럼 불균일하게 숲을 태웁니다. 불이난 곳의 사면 방향이나 경사, 높이에 따라, 계곡과의 거리에 따라, 어떤 나무들이 어느 정도 크기와 밀도로 자라고 있었느냐에 따라, 낙엽이나 바위의 유무에 따라, 기후나 날씨 혹은 계절에 따라, 그것도 아니면 단순히 운에 따라 산불의 양상은 달라집니다. 산불의 양상에 따라 불탄 정도가 다르니 그에 따라 복원의 방법도 달라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산불의 피해가 심하지 않은 곳에서는 자연복원을 통해 빠르게 숲을 복원하고 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큰 나무들이 살아남은 숲에서는 살아남은 나무들을 중심으로 자연복원이 가능합니다. 나무의 뿌리와 줄기가 살아남은 숲에서는 움싹에 의한 자연복원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정 수종으로 이루어진 숲으로 복원되기를 희망한다면 적극적인 식재를 통한 인공조림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강한 산불에 의해 오랜 시간 동안 불타버린 숲에서는 땅속에 숨어 있던 씨앗이나 움싹에 의한 자연복원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먼 곳에서 씨앗이 날아들기를 기다려 볼 수도 있지만 가파른 산의 토양은 빠르게 침식됩니다. 토양이 생성되는 데는 수백 년 혹은 수천 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침식의 과정은 너무도 빠릅니다. 본격적인 숲의 복원에 앞서 나무가 뿌리내릴 때까지 숲의 토양을 지키기 위한 공학적 접근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숲을 복원하는 최적의 방식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상황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산불이 지나간 곳을 어떻게 초록 숲으로 복원할 수 있을까요? 산불이 파괴한 숲을 사람의 손으로 복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먼저 산불 피해의 양상을 잘 파악하고 상황에 맞는 산불피해지 복원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복원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주민, 산주, 지자체, 전문가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잘 조율하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자연복원과 인공조림 중 현장의 상황에 맞고 복원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식을 잘 선정해야 시행착오와 예산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산불피해지의 토양에 빠르게 뿌리내리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수종을 골라야 합니다. 선택한 수종이 산불피해지의 기후와 토양에 잘 맞아야 함은 물론이고, 백년 뒤에 달라진 기후에도 잘 견딜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시기에 맞게 건강한 묘목을 길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소중한 묘목을 심고 가꾸는 사람들의 솜씨도 중요합니다. 어린 묘목이 뿌리를 내리고 크게 자랄 때까지 주변의 풀을 베어 줌으로써 경쟁을 줄여 주어야 합니다. 죽은 묘목이 있다면 정도에 따라 추가적인 나무 심기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토양의 황폐화가 심각한 지역에는 묘목의 성장을 위해 비료를 주기도 합니다. 검게 탄 땅이 초록 숲이 되기까지 사람들의 정성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숲이 산불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기 위해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강원도에서 발생한 1996년 고성 산불, 2000년 동해 산불피해지의 복원 경과를 보면 물고기는 3년, 수서동물은 9년, 개미류는 14년이 걸려서야 산불 이전의 상태를 회복했습니다. 포유류와 조류는 20년이 지난 후에도 60~80% 정도의 개체수만 회복되었습니다. 숲의 구조가 어느 정도 회복된 것처럼 보여도 숲의 기능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생태계가 회복되는 데에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산불은 언젠가 다시 돌아옵니다. 불길은 숲을 태워 없애지만, 그 자리에 새로운 생명이 뿌리내릴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산불이 만들어 내는 창조적 파괴 속에서 숲은 동적평형을 유지합니다. 우리는 산불과 함께 살아갑니다. 산불 위험 지역은 체계적인 관리와 예방이 필요합니다.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는 건강한 숲이 자랄 수 있도록 적절한 복원 방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산불은 우리가 싸워 이겨야 할 존재가 아닙니다. 바람이나 비처럼 산불도 자연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산불의 본질을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음 산불이 찾아왔을 때 우리가 준비되어 있기를, 다음 산불이 지나간 뒤에 우리의 숲이 더 건강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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