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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칼럼 다짜고짜 기후 | 달라진 장마철 홍수 대비

최종 수정일: 7월 2일

홍수는 겉으로는 자연재해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기후변화, 토지 피복의 변화, 빗물의 저장과 이동 전반에 관련된 인프라의 구축과 정비 등 인위적인 재해 성격을 동시에 가진다. 특히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에서는 많은 재난들이 인간이 만든 도시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2025-6-20 김우성

김우성 생태포럼 대표, 조국혁신당 울산시당 청년위원장

“아빠는 직업이 뭐야?” “글쎄? 주부인가?” 김우성은 주부, 작가, 정치인, 연구원, 대학강사, 활동가 등 n잡러의 삶을 살아가는 41세 남성이다.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에서 산림환경학(학사), 조림복원생태학(석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생물지리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동갑내기 생태학자 한새롬 박사와 결혼해 아홉살 딸 산들이와 울산에서 살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수련생을 거쳐, 울산광역시 환경교육센터 팀장,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을 맡아 활동했다. 현재는 조국혁신당 울산시당의 청년위원장을 맡고 있다. 아직 아내의 월급에 손댄 적은 없다. 아직은.


“주말인데 공무원이 빗물 배수로를 점검하고 있어요!”


마을 이야기를 전하는 SNS에 약간의 놀라움이 담긴 이야기가 올라왔습니다. 공무원뿐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봉사하는 시민이나 지역 정치인의 SNS에도 빗물 배수로 정비에 참여한 후기들이 올라옵니다. 장마는 예년과 같이 다가오지만 삶의 풍경은 조금 달라진 모양입니다. 새로운 정부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변화의 물결이 지자체와 우리 삶으로 번집니다. 올해는 얼마나 많은 비가 내릴까요? 우리는 장마와 태풍의 계절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요? 


장마철 대비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사진_ 울산광역시의회 손근호 의원 페이스북
장마철 대비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사진_ 울산광역시의회 손근호 의원 페이스북

한반도의 위치는 아주 절묘합니다


남쪽에서는 태평양의 덥고 습한 공기가 올라오고, 북쪽에서는 시베리아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내려옵니다. 마치 덥고 습한 여름날 차가운 물컵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처럼 덥고 습한 공기와 차고 건조한 공기가 만나면 물방울이 만들어집니다. 그 물방울들이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우리는 비라고 부릅니다. 장마철에는 찬 공기와 뜨거운 공기의 힘겨루기가 며칠씩 혹은 몇주씩 이어지면서 한반도에 비를 뿌립니다.


보통 6월 말 즈음 시작돼 7월 중순 즈음 끝났는데, 요즘은 일정이 뒤죽박죽입니다. 2023년 장마는 7월 중순에 시작해 8월 초까지 이어졌습니다. 일정뿐 아니라 비가 내리는 양상도 달라졌습니다. 2023년 7월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는 예측하지 못한 집중호우로 인한 미호강의 범람으로 14명이 사망한 사고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더 많은 양의 수증기가 증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장마와 태풍이 더 많은 비를 동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올해 장마 또한 초기부터 많은 비를 뿌릴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여러분, 이게 다 기후변화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인간 때문입니다. 인간이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배출한 온실가스들로 인해 기후가 달라졌습니다. 인간은 기후변화의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원인 제공자이기도 합니다. 


지구 표면의 변화는 홍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인간은 기후만 바꿔 놓은 것이 아닙니다. 지구 표면을 바꿔 놓았습니다. 예전에 숲이었거나, 초원이었거나, 습지였던 곳들이 지금은 도시가 되고, 농경지가 되고, 도로가 되었습니다. 지구 표면의 변화는 홍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단단하게 다져져 있는 등산로를 벗어나 숲속으로 조금만 걸어 들어가 보면 숲의 바닥이 꽤나 푹신푹신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푹신푹신한 숲의 토양 속 빈틈들은 땅속에서 살아가는 셀 수 없이 다양한 작은 생물들이 만들어 냅니다. 작은 동물들은 땅속을 헤집고 다니면서 물과 먹이를 찾습니다. 이 과정에서 땅속에는 작고 복잡한 통로들이 만들어집니다. 또한 지렁이와 같은 토양 동물들은 흙과 유기물을 함께 삼켜 필요한 영양분을 얻고 나머지를 배설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작은 토양입자들을 뭉쳐 놓은 입단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토양은 사이사이에 크고 작은 공간들을 가지게 됩니다. 비가 오면 이 공간에 물이 머물게 되고, 식물은 이 곳에 있는 물을 이용합니다. 천천히 공들여 만들어진 숲의 토양은 마치 스폰지와 같아서 비가 많이 내리는 계절에는 물을 잔뜩 머금게 되고, 비가 내리지 않는 계절에는 물을 천천히 흘려보냄으로써 계곡과 강을 마르지 않게 합니다.


이처럼 건강한 구조를 가진 숲의 토양은 홍수를 조절하고, 동시에 가뭄을 예방하는 댐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해서 녹색댐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빗물이 토양 속을 통과해 계곡으로 흘러나오는 과정에서 물속에 있던 오염물질들이 걸러지는 수질정화의 효과가 있음 또한 녹색댐의 중요한 기능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토양은 이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까요? 도시에 토양이 존재하기는 할까요? 잠깐 생각해보세요. 혹시 집에 돌아오는 길에 흙을 밟고 오셨나요? 아니면 아스팔트, 콘크리트, 보도블럭과 타일을 밟고 오셨나요?


장마철에 새하얀 운동화를 신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입니다. 사진_김우성
장마철에 새하얀 운동화를 신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입니다. 사진_김우성

웃 동네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는데, 아랫 동네 시장에서 홍수가


울산의 태화강 옆에는 태화시장이 있습니다. 매달 5일과 10일에 오일장이 서는 태화시장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전통시장이지만 장마철에 자주 침수되는 곳입니다. 태화시장 침수 관련 뉴스에는 우정혁신도시를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합니다. 태화시장에 비가 왔는데 왜 우정혁신도시 탓을 하는 것일까요?


항공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우정혁신도시는 태화시장보다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우정혁신도시가 만들어지기 이전 그 위치에는 넓은 숲이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면 숲의 토양은 물을 머금었다가 천천히 아래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했습니다. 우정혁신도시가 생긴 이후 토양의 표면이 달라졌습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포장된 토양은 예전처럼 많은 물을 머금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린 비는 토양에 흡수되지 못하고 수로를 따라 빠르게 아래로 흘러갑니다. 낮은 지대에 있는 태화시장에는 위쪽의 넓은 도시에 떨어진 빗물들까지 빠르게 모이게 됩니다. 태화시장에 반복적으로 침수 피해가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도시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수문학(水文學 / Hydrology)적인 고려가 부족하면 사람들의 안전과 삶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태화시장과 우정혁신도시의 항공사진입니다. 빨간 영역은 태화시장이고, 상류에 위치한 파란 영역은 새로 만들어진 우정혁신도시입니다. 새로 만들어진 아파트 단지는 큰 건물들로, 구시가지는 작고 빽빽한 건물들로 채워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태화시장과 우정혁신도시의 항공사진입니다. 빨간 영역은 태화시장이고, 상류에 위치한 파란 영역은 새로 만들어진 우정혁신도시입니다. 새로 만들어진 아파트 단지는 큰 건물들로, 구시가지는 작고 빽빽한 건물들로 채워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 강남역이 물에 자주 잠기는 이유


조금 더 널리 알려진 사례를 볼까요? 서울의 대표 상권 중 하나인 강남역입니다. 강남역은 지형적으로 주변보다 더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서초역보다 12.3m, 역삼역보다 17.8m 낮습니다. 비가 내리면 주변 지역에서 빗물이 자연스럽게 강남역으로 흘러들게 됩니다.


현재 강남역의 배수시설은 시간당 80~85의 강수량을 처리할 수 있으나,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국지성 집중호우는 이보다 훨씬 많은 비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참고로 2022년 8월에는 시간당 100 이상의 폭우가 내렸고, 강남역 일대는 완전히 침수되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 이외에 주변에서 강남역으로 흘러드는 빗물까지 고려하면 훨씬 많은 양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배수시설을 갖추어야 합니다.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 또한 턱없이 부족합니다.


강남역 주변에는 빗물을 흡수할 수 있는 토양을 가진 규모의 숲이 전혀 없습니다. 숲의 토양을 대신할 수 있는 저류 시설이 필요합니다. 강남역 일대는 불과 1.5만 톤 정도의 물을 임시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양천구에 설치된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은 32만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양천구는 이 시설 덕분에 강남구를 침수시킨 폭우 속에서도 큰 피해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강남역과 연결된 배수로는 반포천으로 이어지는데, 폭우로 반포천 수위가 상승하면 물이 반포천에서 강남역으로 역류하기도 합니다. 강남역은 지형적으로 침수에 취약하고, 배수와 저류시설 또한 충분치 않습니다. 강남역의 침수를 막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강남역은 인근 지역에 비해 고도가 낮아 자연스레 물이 모이게 됩니다. 그래픽_김우성
강남역은 인근 지역에 비해 고도가 낮아 자연스레 물이 모이게 됩니다. 그래픽_김우성

올 여름도 태화시장 할머니가 무사히 장사하실 수 있기를


홍수는 겉으로는 자연재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기후변화, 토지 피복의 변화, 빗물의 저장과 이동 전반에 관련된 인프라의 구축과 정비 등 많은 영역에서 인위적인 재해(Anthropogenic hazards)의 성격을 동시에 가집니다. 특히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에서는 많은 재난들이 인간이 만든 도시환경의 영향을 받습니다. 


장마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더 안전한 도시, 회복력 있는 사회는 거저 주어지지 않습니다. 달라진 홍수 대응은 민주주의의 산물이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든 것은 시민의 헌신입니다. 장마 대비를 위해 애쓰는 공직사회의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재난으로부터 이웃을 지키는 이타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이름 없는 영웅들에게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사람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장마철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태화시장의 할머니가 안전하게 장사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홍수로 더 가난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피할 수 없는 재난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 상처를 빠르게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올해도 무사히.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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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4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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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입니다. 쏙쏙 들어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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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Jun 23

기후변화는 장마의 모습도 달라지게 합니다. 당연히 홍수에 대응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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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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