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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로 만나는 가리왕산과 올림픽 | 종이 울리는 순간 

최종 수정일: 7월 3일

 

박성미 2024-06-19



2022년 '산과 자연의 친구, 우리령사람들'은 가리왕산을 기록하고 싶었다. 코메일 감독 부부는 흔쾌히 제작을 맡아 주었고, 파타고니아는 제작을 지원해 주었다. 2년에 걸쳐 코메일 감독 부부는 가리왕산의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식생을 모니터링하고, 가리왕산 복원을 촉구하는 '우이령사람들'과 함께했다. 2024년 6월 다큐멘터리 <종이 울리는 시간>은 가수 솔비의 더빙을 앞두고 첫 시사회를 가졌다. 사라진 서식지에서 우물쭈물 돌아가는 야생동물의 뒷모습에서, 베어지기 전 나무의 마지막을 기록하는 사람들의 손끝에서, 잘려 나갈 나무를 표시한 노란 리본들을 보면서, 잘려 나간 밑둥을 앞에 두고 예를 갖추는 인간의 모습에서, 나무를 어루만지는 그들의 슬픈 눈망울에서 나는 소름이 끼치고 눈물이 핑 돌았다. 38분 동안 나는 숨죽이고 다큐멘터리를 봤다.

다큐멘터리 <종이 울리는 시간>은 가리왕산, 바람, 약속으로 구성되어 있다. 감독은 가리왕산을 엄마의 품 같은 '천년의 숲'으로 규정하고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 역사를 찾아 준다. 왜 그 오랜 시간 가리왕산을 보호해 왔는지 말하고 싶어서다.

평창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다. 인류 최대 메가 이벤트로 사람들은 들떴다. 엄청난 부와 명예가 쏟아질 것처럼 연일 방송과 신문이 울려 댔다. 결국 17일간의 게임 이후 복원하겠다는 정부와 '약속'이란 걸 한다.

17일간의 게임이 끝났다. 선수들은 기록을 남겼고 정치인은 사진을 남겼다. 그리고 다 떠났다. 축구장 150개에 달하는 산을 불도저로 밀어버린 자들은 17일과 500년을 맞바꾼 줄 모른다. 13만그루의 잘려 나간 나무들은 펄프가 되었고 수백년 천연림은 인간들에게 배신당했다.

'산과 자연의 친구, 우리령사람들'은 스키장을 다른 곳에 하자고 설득했다. 사례도 찾았고 IOC의 규정도 찾았다. 하지만 막무가내였다. 약속이 지켜지기를 기다리며 가리왕산을 지켰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감독은 카메라를 평창에서 2026년 올림픽 개최지인 밀라노 코르티나로 옮긴다. 코르티나에서 감독은 가리왕산을 만나고 코르티나의 '우리령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이렇게 되묻는다. 올림픽을 거부하는 도시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 종소리는 평창이 울리던 축제의 종소리인가? 아니면 우리에게 울리는 경고의 종소리인가? 지금 종이 울리고 있다.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선수들이 탔던 스키 리프트를 개조해서 만들었다. 대회 직후 시설물을 철거하고 생태를 복원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정부는 강원도에 2024년 말까지 한시적 국유림 사용 승인을 해 주었다. 케이블카 운영에 맞장구를 쳐준 것이다. 2023년 1년 동안 정선군이 케이블카에 투자한 비용은 42억원, 수익은 21억8116만원이다. 지방정부는 기왕에 있는 올림픽 유산을 활용해서 국가정원을 만들면 정선이 잘 먹고 잘 살 것처럼 종을 울리고 있다.


 

코메일 소헤일리 Komeil Soheili 감독

이란 테헤란대학교에서 문화 연구 및 미디어 석사학위를 받은 후 영화에 관한 교육서와 문화 심리학적 여행서를 썼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와 일본의 메이호도 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아내 김주영은 영화감독 겸 프로듀서이며, 세종대학교 애니메이션과 졸업 후 단편 애니메이션과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을 제작했고 KBS와 SBS에 방영되었다.

2023 Land of Demons

2022 Once in a Million Years,

2021 Coexist

2020 We are not Venice

2019 Great Big Stories, CNN

2019 Laleh Complex 외 CCTV 등

2017 초단편 다큐멘터리들, NGC 

2016 Freedom

2015 초단편 다큐멘터리들, BBC 

 

세계적 축제라는 동계올림픽은 다른 국제 경기보다 훨씬 많은 인프라를 만들어야 하는 환경 파괴적 행사이고, 4년마다 새로운 장소에서 반복되므로 매번 새로운 장소에서 자연은 사라지고 유령 시설이 남는다. 2011년, 사회 초년생 시절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과 동시에 가리왕산 스키 활강 경기장 선정 소식에 이어 환경 파괴의 우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2년 전 가리왕산을 처음으로 직시하게 됐다. 생태, 동물, 식물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전문가들이 이 산을 지키기 위해 그날부터 지금까지 10년 이상 노력해 온 분들과 함께한 작업은 특별한 일이었다. 파타고니아 펀드와 우이령사람들(산과 자연의 친구)을 만나 현재까지 작업할 수 있었고, 2023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코리아 POV 펀드'에 선정되기도 했다. 작업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에도 동계올림픽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사람들과 전문가들이 존재하며, 매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희망하는 국가와 도시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선택를 해야 할 순간이다. 아직도 우리는 가리왕산에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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