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강 국립공원을 생각하며
- sungmi park
- 8월 1일
- 3분 분량
강은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고, 무엇이어야 하는가
김용만 대표 편집인
동강 국립공원은 현재의 대한민국 지도상에는 없다. 우리나라에는 23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충청남도 태안, 전라남도 다도해, 전라북도 부안 변산반도를 포함 해양을 대상으로 하는 국립공원은 3개이고 나머지는 모두 산이다. 강이나 하천이 국립공원으로 지정 된 경우는 아직까지 없다. 순수 면적으로 보면 육지 중에서 강과 하천이 약 1%를 차지한다. 하지만 물이 흘러들어 가는 공간인 하천 유역으로 보면 육지의 100%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모든 땅은 사실 하천 유역 중 하나다. 등록 된 하천 만 3만8000곳이 넘는다. 강과 하천이 홀대 받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많은 제도가 그렇듯이 ‘국립공원’은 물 건너온 개념이다. 국립공원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의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존 뮤이 로부터 시작되었다. 존 뮤이의 생각이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추진력을 만나면서 국립공원은 세상 속으로 퍼지게 되었다. 루스벨트는 국립공원 5곳, 국립기념지 18곳, 야생동물 보호구역 51곳, 국유림 보호지역 150곳을 지정했다. 지정된 국유림 보호지역은 2억 3천만 에이커로 미국 전체 면적의 9.5%, 대한민국 국토의 9.3배에 달한다. 현재는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약 6,000개의 국립공원이 존재한다.
처음에 존 뮤이가 염두에 두었던 건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보존해 후손들도 이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 자연주의자 존 뮤이 다운 발상이었다. 당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국립공원은 아름다운 자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립공원은 단순한 보호지역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 모두를 위한 공익적 공간이다. 보호에서 회복과 전환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국립공원은 인간 활동에서 벗어난 ‘자연 회복력의 마지막 보루’다. 기후변화, 도시와 지역 양극화 등 총체적 문명위기에 대응하는 ‘지속가능 사회 전환 플랫폼’이다.
국제사회도 이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 2022년 생물다양성협약 제15차 당사국총회(COP 15)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지와 해양 30%를 효과적으로 보전하겠다는 목표에 합의했다. 6000여 개 국립공원 면적은 전체 육지의 4% 정도이며 다른 법적 보전 지역까지 합치면 17%가 조금 넘는다. 그래도 갈 길은 멀다. 더욱이 해양은 8.45%로 목표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COP15’를 공식지지 하고 있고 육지만 보면 17.4%로 세계 평균 수준이지만 해양은 2.5%로 세계 평균에 한참 밑 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30% 보전 지역’ 목표는 ‘지표면 온도 1.5도 상승 억제’ 목표만큼 중요한 이정표다.
세계적으로도 국립공원은 산을 중심으로 지정되어 있다. 최근 강과 하천의 생태적, 기후적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게 된 건 고무적인 일이다. 알바니아 비요사 야생강, 호주 블랙우드 리버, 머레이 리버, 폴란드 나류강, 미국 뉴리버 고지 등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아직은 드문 경우이지만 강과 하천이 국립공원과 같은 법적 보전 지역으로 지정이 확대되는 추세다. 우리도 이런 지구 차원의 흐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COP15 30%’ 목표를 내륙에서 달성하는 데 ‘산’ 만을 고집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강과 하천으로도 고개를 돌릴 때다.
그 시작으로 동강은 국립공원이 되기에 충분한 의미와 가치를 갖고 있다. 우선 생태적 가치가 탁월하다. 수달, 담비, 열목어, 가는돌고기, 하늘다람쥐, 황조롱이 등 멸종위기에 있는 다수종이 살고 있다. 서식지가 다양하고 동물 생태계 보전성이 뛰어나다.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경관이 빼어나고 자연성이 잘 보전되어 있다. 원시적 풍경을 간직하고 있어서 사진작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동강은 1990년 말 동강댐 건설계획을 시민의 손으로 막아 낸 대한민국 환경운동사의 대표적인 승리 사례다. 청소년과 시민들을 위한 최적의 생태교육장이다.
동강 국립공원은 대한민국 최초의 하천 생태계 중심 국립공원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국립공원은 대부분 산악·해양·도서·사찰 중심의 자연경관 보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동강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다면 우리나라 자연보전 역사에서 매우 상징적이고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국립공원 유형을 산·바다에서 ‘강’으로 확장시키는 사례이며, 하천 생태계의 고유 가치와 기능을 보호하는 계기가 된다. 강은 수변림, 습지 등과 함께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블루카본’ 생태계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국립공원의 새로운 역할을 실현하는 선도의 의미도 크다.
동강 국립공원에는 4대강 사업 같은 공학적 하천 관리 중심의 개발 정책을 원천 차단하는 숨은 뜻도 들어 있다. 동강을 국립공원으로 추진하는 공식적 움직임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지역과 시민단체 일부가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동강 국립공원이 생태적 패러다임 전환을 이끄는 단초가 될 수 있는 만큼 본격적인 추진단이 조속히 만들어졌으면 한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타당성 조사, 주민 협의, 환경부 심의 등 꽤 복잡한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이중에서도 주민 협의는 특히 중요하다. 최초의 하천 국립공원인 동시에 모범적인 주민 참여형 모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지난 7월 24일 김성환 환경부장관이 세종보의 완전 개방 유지를 선언했다. 김 장관은 현장을 방문해 451일 넘게 농성해 온 환경단체 활동가들에게 대통령을 대신해 사과했다. “강은 흘러야 한다”는 소신을 바탕으로 세종보에 이어 백제보의 완전 개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4대강 재자연화의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구심은 남는다. 문재인 정부 때도 4대강 재자연화 약속을 해 놓고 유야무야 돼버렸다는 지역주민의 푸념을 우리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노릇이다. 이재명 정부는 모쪼록 끝까지 밀어붙이는 뚝심을 갖기를 바란다. 강과 하천들이 국립공원으로 되어 있었으면 애시 당초 가능한 사업이었을까. 설악산과 지리산을 대규모를 개발하겠다는 생각을 언감생심 하지 못하는 것이니 말이다. 가리왕산처럼 법까지 개정해 개발 해버리는 지자체가 있기는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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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 국립공원 지정 추진단이 공식적으로 결성되었으면 좋겠네요. 그것도 하루 빨리
동강이 국립공원으로 속히 지정되어, 대한민국 최초의 하천 생태계 중심 국립공원이 되고 기후위기 시대 지구의 만물을 지키는 새로운 이정표가 되길 바랍니다. 명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