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훈의 도넛 ⑦ | 생태적 전환의 키워드는 교육, 자치, 분권
- hpiri2
- 10월 17일
- 4분 분량
2025-10-17 문태훈
"생태적 전환은 경쟁보다 상호부조와 협동의 원칙이 강조되고, 권력 집중을 최소화하는 풀뿌리 정치, 작은 공동체 규모의 자치, 지방자치체의 권력 회복, 지역자치, 지역사회의 연대에 기반하는 민주주의, 거대 기술이 아닌 보통 기술과 지역 지식을 중요한 사회를 지향한다. 소유와 노동이 분리되지 않고 이익을 공유하는 협동조합 방식의 확산, 공간적으로 광대하더라도 공동체 생활이 가능한 15분 도시가 되기를 지향한다."

문태훈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뉴욕주립대학교 올버니 캠퍼스에서 1992년 행정 및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정연구원에서 1994년 1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고, 1995년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로 부임해 2023년까지 재직했다. 정년 퇴직 후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로 대통령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UN SDSN 한국위원회 공동대표, 생태전환지원재단 이사, 환경정의 공동대표, 산과자연의 친구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지역개발학회장(2016), 한국환경정책학회장(2020), 한국시스템다이내믹스 학회장(2003), 서울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공동위원장(2015), 환경부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2018)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한국의 지방자치』(2022, 공저), 『시스템 사고로 본 지속가능한 도시』(2007), 『환경정책론』(1997)이 있으며, 「도시별 지속가능성 비교연구」, 「지방정부의 환경행정 역량 평가모델」, 「기후정책과 부문별 영향 분석」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정량적 분석과 시스템 사고를 바탕으로 한 환경정책 이론은 지역 정책 수립과 학술적 토대에 모두 기여하고 있다.
규제 정책의 실패, 경제적 유인책의 실패
기후위기는 미래가 아니라 이미 현실적인 위기가 되고 있다. 2050 탄소중립 달성, 산업화(1850~1900) 이전 대비 2100년까지 지구평균 온도 1.5도 상승 억제 목표는 이미 무너지고 있다. 2024년에 지구의 연평균 기온상승폭은 1.55℃로 목표치 1.5℃를 넘었고, 2℃ 이내로 지구 평균온도를 억제하려는 노력 또한 달성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 환경청은 2015~2024년 유럽 지역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상 상승한 것으로 분석하였다. 이에 따른 자연재해 피해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 걸쳐 무차별하게 진행되고 있다. 공유의 비극으로 치닫는(문태훈의 돈과 국가 ① 참조)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를 완화하기 위하여 정부는 규제정책이나 환경세 부과, 배출권 거래제 등 경제적 유인책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규제정책은 정부의 실패로, 경제적 유인책은 시장의 실패로 정부와 시장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은 총체적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시장 기반 경제 시스템, 권력 집중형 정치 시스템의 개혁 필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대부분 그렇다. 비슷한 정치, 경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문제를 비롯한 기후위기 문제 그리고 자본과 권력의 집중과 집적, 거대 자본에 기반한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대두되고 있는 인류 위기론까지 생각하면, 우리가 지금 기반하고 있는 시장 기반 경제 시스템, 권력 집중형 정치 시스템은 하루라도 빨리 개혁할 필요가 있다. 미시적 정책 수단에 의존하는 대증적인 대응이 아니라 역사의 어느 때보다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시장 시스템과 정치시스템을 개선하여 지속가능발전으로의 전환, 나아가서 생태적 전환을 추구해 나가야 할 과제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주의, 자연에 존재하는 생명과 비생명체의 가치 존중
생태적 전환은 생태주의에 기반한 사회 시스템 변화를 추구하는 전환이다. 생태주의는 자연을 인간과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인간의 생명뿐 아니라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과 현존하는 비생명체의 가치를 존중하는 생각이다.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는 생각과 관점, 자연을 인간의 도구적인 목적을 넘어 현존하는 그 자체의 존재 가치를 지닌 대상으로 여기는 관점과 생각이다.
생태 전환, 인간과 자연 간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로
생태 전환이란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인간과 자연 간의 관계를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로 재정립해 나가는 문명적 전환을 말한다. 산업혁명으로 발전해 온 인류가 직면한 인간 위기, 기후위기, 자연 위기를 생태혁명으로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삶으로 생태적 전환을 하기 위한 생각과 노력과 운동과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가장 중요한 시작점은 자유로운 교육과 생각을 나누고 발전시키는 토론이다.
답이 없는 세상에서, 답 찾는 교육을 조장
양자역학의 시대에 이제 과학에서조차도 사물의 절대적이고, 고정불변의 객관적 성질은 없다고 본다. 빛을 입자로 보고 측정하면 입자의 성질을, 파동으로 보고 측정하면 파동의 성질을 나타낸다. 빛은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어서 어떤 관점과 어떤 목적에서 빛을 관찰하는가에 따라 빛의 성질이 변하는 것이어서 고정불변의 본질을 가지는 절대적인 객관적 실체는 없다는 말이다.
이런 과학적 관점은 사물이건 현상이건 거기서 우리가 찾으려는 객관적 답은 없다는 것이다. 답이 없는 세상이라면 누가 맞는지 틀리는지는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런 세상에서 교육은 답을 찾는 교육이 아니다.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의 토론과 협의에 의하여 합의점을 찾고 공통분모를 찾아내어 공동 노력을 준비하고 실천하는 역량을 배양하는 과정이 된다. 그런데 우리는 답이 없는 세상에서 여전히 답을 찾는 교육에만 집중하고 있다. “4세 고시”가 넘치는 상황에서도 교육부는 이를 방치하고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배는 집중을 낳고, 자연과 인간을 파괴한다
사람에 의한 사람의 지배가 결국 인간에 의한 인간 지배로 이어지고 이것이 인간에 의한 자연의 지배, 그리고 자연 파괴로 이어진다. 지속가능발전은 사람 간의 평등한 관계, 사람과 자연과의 공생 관계, 좋은 정치와 행정을 세가지 주춧돌로 삼고 있다. 우리는 이 세 가지 모두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와 행정은 더더욱 그렇다. 지속가능발전은 생태적 전환의 시작점이자 목표점이기도 하다. 생태적 전환의 관점은 공유의 비극을 막기 위한 규제적, 경제적 대응 등의 미시적 정책 대응은 우리가 직면하는 인류의 위기, 기후위기, 생태적 위기를 결코 해결하지 못한다고 본다.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배는 필연적으로 권력 집중과 경제 집중을 낳고 이러한 집중은 거대 권력을, 그리고 자연생태계의 파괴와 인간 사회 파괴를 촉진한다.
협동, 풀뿌리 정치, 자치, 민주주의, 보통 기술과 지역 지식이 중요한 사회
그래서 생태적 전환 주장자들은 정치 권력의 철저한 분산과 자치의 확대, 대규모 도시가 아닌 소규모의 도시, 소규모의 작은 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자치적인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라 이웃과 교류하며 생활하고, 정치하고, 행정하는 사회를 지향한다. 자치분권적인 사회, 작게 구분된 공동체 사회, 그 속에서 개개인의 자유를 확장시키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한다. 이들은 모든 지배에 반대하여 자유와 평등을 주장한다.
자연과 생태계 파괴는 사람이 하는 것이지만 자본과 권력이 집중되는 곳에서 일어난다. 정치와 경제는 우리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정치인과 경제인은 궁극적으로는 권력과 자본 이익을 위하여 생각하고 행동한다. 권력과 자본이 집중될수록 더욱 그렇게 결정하고 행동한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 분절되고 소외되고 훼손된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생태적 전환은 경쟁보다 상호부조와 협동의 원칙이 강조되고,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풀뿌리 정치, 작은 공동체 규모의 자치, 지방자치체의 권력 회복, 지역자치, 지역사회의 연대에 기반하는 민주주의, 거대 기술이 아닌 보통 기술과 지역 지식을 중요하게 이용하는 사회를 지향한다.
그리고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체보다 소유와 노동이 분리되지 않고 이익을 같이 공유하는 협동조합 방식의 확산, 공간적으로 광대하더라도 공동체 생활이 가능한 15분 도시, 『뜨는 도시, 지는 국가』(벤자민 바버, 2014)가 되기를 지향한다. 생태적 전환의 키워드는 사회, 정치, 경제 부분에서의 교육, 자치, 분권이다. 이것이 나의 도넛이고, 나의 북극성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소망이 되기를 소망한다.
지난 기사







"자연과 생태계 파괴는 사람이 하는 것이지만 자본과 권력이 집중되는 곳에서 일어난다. 생태적 전환의 키워드는 사회, 정치, 경제 부분에서의 교육, 자치, 분권이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중앙대학교에서 교수님 은퇴 전 마지막 환경정책론 수업을 수강했던 학부생입니다.
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환경정책을 공부하는 연구자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위해 준비하다가 운좋게 교수님께서 쓰시는 칼럼을 발견해서 들어왔습니다.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