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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생태가 없으면 생존도 없다

최종 수정일: 2월 15일

 

송민경 기자 2024-02-06


박병상 소장은 '60+ 기후행동' 상임대표.인천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인하대학교 생물학과에 입학해 생물학 박사가 된 지금까지 인천을 떠나지 않고 활동하고 있다. 박병상 소장은 전문 작가라고 할 만큼 쉬지 않고 책을 저술하고 있다. 『녹색의 상상력』, 『미래 세대를 위한 녹색 특강』, 『조곤조곤 생태 정의 이야기』를 비롯해 출판된 단행본은 15권에 이른다. 공저까지 합치면 50권여권이 넘는 저술활동을 하고있다. 젊은 시절 동물학을 공부하던 그에게 우연히 읽은 '녹색평론'은 그의 삶의 방향을 바꿔놓았고, 지금도 그는 자신이 할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저항하고 있다.

 

우리는 석유를 먹으며 살고 있다


평화(平和)라는 한자를 풀어보면 공평하게 함께 밥을 먹자는 뜻이다. 하지만 인류는 밥을 자본화시켰다. 다국적 기업은 식량을 대량으로 생산해 고가로 판다. 이것이 녹색혁명이고 GMO다. 빵 한 조각에는 그 열 배나 되는 석유가 들어간다. 밀을 재배하는 농기계의 연료로 석유가 사용된다. 밀이 병들지 않게 농약을 만들거나 뿌릴 때도 역시 석유가 사용된다. 제빵 과정에 쓰인 기계를 돌리는 데도 석유가 사용된다. 빵을 유통하는 데 쓰인 이동 수단에도 석유가 필요하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음식을 식탁에 올리는 데 석유가 쓰이고 있다. 현재 인류세를 살아가는 포유류들의 전체 중량을 따지면 사람이 그중 30%를 차지한다. 66%가 가축이고 나머지는 고작 3%다. 생태계는 보통 피라미드 구조로 구성이 되는데, 현재는 명백히 역피라미드의 형태를 보인다. 이를 지탱하는 게 바로 석유다. 석유가 이 구조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데 석유가 고갈의 징조를 보인다. 아직까지 석유를 대체할 물질이 현실적으로 없다. 석유가 부족하면, 석유 값이 치솟고 당연히 식량 값도 상승할 것이다. 그럼, 식량 위기가 벌어진다. 이 식량 위기는 생태계의 다양성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문제는 생태계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중이라는 점이다. 식당에서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맛난 음식을 골라서 먹이는 걸 보면, 걱정이 앞선다. 가까운 미래에 생태계 다양성이 줄어들어 식량 위기가 닥치면, 저 아이는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다양성을 잃어버린 공간에 생태는 없다


생태계에는 '우성인자'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온대 숲에서 검은 색이던 꽃이 극지대로 가면 생존을 위해 하얀 색으로 변한다. 이처럼 '인자'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바뀐다. 우리 삶도 변화에 맞추어 대안을 찾아야 한다. 다양성을 없애버린 사회는 어떻게 될까. 국내에서 종자로 기르는 돼지가 만 마리가 넘지만, 실제 정자를 제공하는 돼지는 얼마 안 된다.(국립축산과학원_축진듀록돼지인공수정센터보급및활용현황) 강원도에 흔하던 하늘다람쥐는 이제 보기 힘들어졌다. 골프장 건설로 서식지가 단절되면서 근친 교배가 흔해지고, 그로 인해 다양성이 사라지자, 결국 전멸했기 때문이다. 한때, 미국에서 동물을 해방시키려는 여러 조치가 시행되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종의 다양성이 없다는 게 원인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 네바다의 로키 산맥에서는 겨우내 내린 눈이 녹아서 1년 내내 맑은 물이 흘렀고, 아몬드 재배가 가능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비가 내리지 않게 되자, 현재는 석유를 써서 지하수를 끌어 올리고 있다. 석유 비용을 감안하여 아몬드를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품종을 획일화시키게 된다. 한국의 사과도 마찬가지이다. 기후변화로 더 이상 사과를 재배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서 사과의 품종을 개량한다면, 오히려 사과의 유전자는 다양성을 잃고 단순해진다. 하지만 다양성이 약한 개체들은 야생에서 살아남기가 힘들다. 인간의 계산에 따라 획일화된 공간에서는 더 이상 생태가 존재하지 않는다. 생태 다양성을 잃어버린 자연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능력을 잃어버린다. 석유가 고갈되어서 식량 위기가 오면, 인간은 기댈 곳을 잃게 되고 대안을 못 찾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생태가 없으면 생존도 없다


윤리란 그 사회의 다양한 삶의 방식에서 나온다. 윤리에 맞추어 법리에도 유연해져야 하는데 현재의 법리는 그렇지 않다. 2000년 새만금을 두고 청소년들이 환경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원고 부적격’ 즉, 미성년자는 소송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하다못해 법인 기업도 ‘법인격’이라는 인격을 가지고 소송을 거는데 말이다. 이는 기득권층을 위한 법리에 맞추어 미성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묵살함과 동시에 그들의 다양한 윤리적 삶의 방식을 무시한 결과다. 현재의 법리는 자본주의와 성장주의에 맞춰져서 기득권 층의 사회 시스템에만 부응하고 있다. 사회는 그 시스템에 의해 우열을 규정하고 타인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름다움도 마찬가지다. 사회가 규정한 아름다움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들여 성형을 한다. 흔히들 잘 살려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대학을 나오면 대기업에 입사하는 걸 당연한 수순으로 여긴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한 인생으로 규정을 짓는다. 비극이다. 사회가 규정하는 우열에 따라 남과 비교하는 삶은 불행할 뿐이다. 다양성을 잃어버린 공간에는 생태가 있을 수 없다. 생태가 없다면 생존도 없다. 미래 세대의 생존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에 달려 있다. 그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법리가 바뀌어야 한다.


끊임없이 소통하고 저항해야 한다


다양성을 인정하도록 법리가 바뀌려면 생태 정치가 실현되어야 한다.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기후동행카드를 하나 덜렁 만들어 놓고는 윤리적 부채 의식을 탕감해버렸다. 기후 정책 하나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데, 생태 정치가 잘 될 리가 만무하다. 생태 정치는 20년 전, 마음껏 목소리를 내고도 간발의 차이로 낙선한 가난뱅이의 역습의 저자 마쓰모토 하지메가 그랬던 것처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실제로 4년 전과 현재는 그 관심도에서 차이가 크다.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니까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 멈추지 않고 목소리를 내고 이야기를 들어야 동조하는 사람들이 생겨서 법안을 발의할 수 있다. 초심이 끊어지지만 않으면 촛불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그처럼 그들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그 한 가지만 잘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 우연히 녹색평론을 접하게 됐다. 죽비로 뒤통수를 맞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간 경험했던 것들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았다. 특히 시애틀 추장의 '그대들은 어떻게 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사고 팔 수 있느냐'라는 말이 지금도 생각난다.(시애틀 추장의 편지) 인천 굴업도에 핵폐기장이 지정되고 골프장의 개발이 추진될 때, 그 과정은 굉장히 폭력적이었다. 그때 저항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본주의 사회는 식량을 통한 녹색혁명으로 큰 돈을 벌어들인다고 생각했으나, 그도 여의치 않자 생명공학으로 눈을 돌렸다. 동물을 복제하고 사람의 장기를 복제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생명안전윤리 연대모임의 사무국장을 맡아서 황우석 박사에 맞서 저항했다. 지금도 여전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저항 중이다. 책 쓰기도 그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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