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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 GMO 토마토는 식탁을 풍요롭게 할까?

 

박진희 2024-07-12


박진희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 [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연재


 

7, 8월은 토마토의 계절이다



지금은 토마토를 사시사철 먹지만 전통적으로 7~8월은 토마토의 계절이다. 한때 유럽 사람들은 토마토를 마녀가 마법의 약을 만들 때 쓰는 독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토마토를 잘못 먹으면 늑대가 된다고 토마토 식용을 경계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었던 적이 없기라도 한 듯 토마토의 신분은 급상승해 세계 0대 슈퍼푸드에 포함되기도 하고, 대표적인 항암식품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토마토는 식물학적으로는 과일이지만 법적으로는 채소이다. 토마토를 과일로 분류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텐데 1883년 미국 법원은 관세법상 토마토를 채소로 규정했다. 식물학적 분류와 법적 분류가 다른 것이 이상하기도 하지만 토마토는 여러 요리에 다양하게 쓰이며 채소다운 면모를 한껏 보여주고 있다. 과일인 듯 채소인 듯, 건강에도 좋고 크게 호불호도 없는 작물인 토마토, 우리도 심어야지! 농사를 짓던 시절 해마다 비가림 하우스 한 동에 토마토를 심었다.


이렇게 매력적인 향이라니!


농사일을 배워본 적이 없는 터라, 토마토를 파종해서 길러볼 엄두는 감히 내지 못하고 모종을 사다 심었다. 토마토 모종을 직접 심어보기 전까지 나는 토마토 잎의 생김새도, 토마토의 생육 과정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토마토 모종을 사다 심던 날, 토마토 잎에서 향이 나는 걸 처음 알았다. 이렇게 매력적인 향이라니! 생각해보니 즐겁게 기를 수 있겠는걸! 결순을 따고, 넘어지지 않고 자라도록 줄을 매어주며, 즐겁게 토마토를 키웠다. 아이들은 토마토 하우스를 놀이터 삼아 뛰어놀다 배가 고프면 토마토를 뚝뚝 따먹었다. 토마토가 무성하게 자라면 숨바꼭질하기도 딱 좋았다. 나는 맨손으로 토마토 따는 걸 좋아했는데, 맨손으로 토마토를 따면 손에 분가루가 묻고, 손이 점점 새까매진다. 씻으면 미끌미끌 잘 씻기지도 않고, 새까매진 손톱이 쉬이 깨끗해지지도 않았지만 토마토를 따서 새까매진 그 손이 뿌듯하고 좋았다.


농사는 자연과 사람, 자연과 과학의 조우


농사는 햇볕과 비, 땅, 퇴비, 농부의 부지런함 등 여러 가지를 필요로 한다. 자연과 사람, 자연과 과학이 조우해야 하는 일이다. 농사에서 중요한 것이 기온과 햇볕만은 아니겠지만 토마토에 있어서는 기온과 볕이 중요하다는 걸 토마토 농사를 지으며 알게 되었다. 토마토는 낮 기온 25∼27℃ 정도, 밤 기온도 17℃ 정도에서 잘 자란다. 그리고 볕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이렇게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잘 익혀서 따는 일, 그게 토마토 농부로서 내가 할 최선이다.


GMO의 시초, 무르지 않는 토마토(플레이버 세이버)


그러나 빨갛게 잘 익은 토마토를 따서 파는 일은 쉽지 않았다. 토마토는 쉽게 무르고 터진다. 이렇게 되면 유통이 어려워진다. GMO 농산물의 시초는 무엇일까? 이렇게 질문하면 많은 이들이 콩이나 옥수수라고 대답한다. GMO 시초는 1994년 선보인 무르지 않는 토마토(플레이버 세이버)이다. 그러나 이 토마토는 껍질이 두껍고 맛이 좋지 않아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3년만에 사라졌다. 그럼 토마토의 GMO 개발은 멈추어졌을까? 그렇지 않다. 2022년 9월 7일, 미국 농무부는 미국의 각 가정에서 2023년부터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은 보라색 토마토 종자를 구입하고 재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토마토는 안토시아닌 향상을 위해 금어초 유전자 두 개와 애기장대의 유전자 하나를 토마토에 도입하고, 이 유전자들이 과일에서만 활성화하도록 했다. 그리고 토마토 유통 과정에서 늘 문제로 제기되는 저장성도 2배로 높였다고 한다.


자연의 풍성한 기운을 먹는 진짜 맛이지, 유전자 조작된 맛이 아니다


품종을 개량하는 것과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GMO에 대해서는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토마토를 먹는 이유는 단순히 기능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토마토의 풍미, 다른 식재료와 어우러져 내는 맛, 함께 먹는 사람들과의 분위기.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로 토마토 역시 이런 즐거움이 동반되어야 진짜 맛으로 우리에게 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토마토로 건강을 챙기고자 하는 것은 자연이 주는 풍성한 기운을 담은 토마토를 먹고자 함이지 유전자 조작으로 기능을 강화한 토마토를 먹고자 하지는 않을 것이다. 플레이버 세이버처럼, 보라색 GMO 토마토도 사람들에게 서서히 외면받게 되지 않을까? 잘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 없으니 어쩌면 벌써 그리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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