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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 발효미생물 보존도 생물다양성 활동

 

기후변화로 발효미생물들이 사라지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 삶과 함께했던 된장, 간장, 김치, 젓갈 등 발효식품들도 위기다. 시드볼트처럼 한국의 발효미생물 저장고가 필요하다.


박진희 2024-11-29


박진희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 [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연재

 

극단적인 날씨는 발효에도…


늦도록 단풍이 아름답더니 첫눈이 폭설로 내렸다.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11월에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린 것은 117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이렇게 폭설이 내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후위기로 바닷물의 온도가 오른 탓도 있다고 하니, 앞으로도 기후위기가 극단적인 여러 날씨의 유형을 보여 줄 것은 기정사실인 것 같다. 극단적인 날씨는 농사와 먹거리 전체에 여러 영향을 미치는데, 그중 발효도 예외가 아니다.


2024년 11월 23일~24일 장수 누리파크 일대에서 열린, '2024참발효페스타 장수' 현장 프로그램 안내도. 사진_김원일 페이스북

지난 11월 23일~24일 장수군에서는 ‘2024 참발효 페스타 장수’라는 행사가 열렸다. 기획에 함께 참여하게 되었는데, 다양한 고추장과 전통주 페어링, 간장과 신맛에 대한 맛워크숍 등의 프로그램과 더불어 “기후위기와 발효”를 주제로 한 포럼도 마련했다.


앞으로도 전통 발효는 가능할까?


발효식품은 곰팡이, 효모, 세균, 효소 등의 작용을 이용하여 만든 식품을 말한다. 된장, 간장, 고추장과 같은 장류와 술, 김치, 햄, 치즈, 젓갈에 이르기까지 발효식품은 전 세계 밥상을 책임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품 산업의 발전은 발효를 예외로 두고 있지 않기에 우리가 구입하는 대부분의 발효식품은 산업화된 제품이다. 그러나 개인이나 가족형, 중소기업형 발효 산업을 일구어 가는 분들도 많이 있고, 일상에서 자립형 발효를 이어가는 시민들도 있다. 산업화된 발효와 달리 발효생산자들과 발효 시민들은 기후위기가 앞으로 발효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우려하고 있다. 전통적인 발효가 앞으로도 가능할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함께 나누는 일이 절실하게 여겨져 포럼의 주제 중 하나를 “기후위기와 발효”로 정하게 되었다.


'2024참발효페스타 장수' 행사장에 전시된 장수군 주민들의 발효식품들. 사진_김원일 페이스북

유해미생물은 늘고, 유용미생물은 감소


발효는 여러 미생물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작용하는 과정에서 발효 특성이 변화하게 되는데 이 변화에는 온도, 습도, 산소, 수분, 시간 등이 영향을 미친다. 미생물의 생장 유지는 여러 환경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런데 온도 상승, 장마, 춥지 않은 겨울, 미세먼지 증가 등에 따른 대기오염은 미생물 생육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어 유해미생물은 증가되고 유용미생물은 감소하게 된다. 기후위기에 따라 미생물 생태계도 위기적 상황으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기후위기와 발효 포럼”의 발제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는 발효에도 위기적이라고 말하며, 특히 장 발효와 관련하여 메주의 수분율을 낮출 수 있도록 메주를 만들고 발효기간을 단축하는 것과 더불어 전통발효의 다양한 미생물 보존과 종균 활용을 강조했다.


발효미생물을 수입해야 할지도


2014년 10월 12일에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었다. '나고야의정서'는 미생물과 동식물 등의 유전자원에 대한 국제적 이용 절차와 이익 배분을 규정한 국제협약이다. 이에 따라 특정 국가의 생물자원을 이용하려면 별도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데, 발효 미생물도 생물 자원에 포함된다. 발효에 관여하는 유익 토종미생물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우리가 이 미생물들을 잘 관리하지 못하게 된다면, 우리는 해외에서 로열티를 지불하며 발효미생물을 수입해야 할 수도 있다.


우리도 발효미생물 저장고를 지어야


북극점에서 1300km 떨어진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의 스피츠베르겐 섬에는 '최후의 날 저장고(doomsday vault)'라고 부르는 국제 종자 저장고가 있다. 우리나라 봉화군에는 국립백두대간 시드볼트에서 야생식물 종자를 보관하고 있다. 스위스와 미국의 연구진들은 스위스에 ‘미생물 저장고’(Microbiota Vault)‘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장내 미생물을 보관하고 있는데, 발효 식품의 미생물도 수집을 시작했다고 한다. 지역의 장 맛이 다르고, 집집마다 장 맛이 다른 이유는 미생물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한국발효에 관여하고 있는 다양한 미생물을 보존하고 서로 나누어야 한다. 미생물의 다양성도 생물종다양성이다. 국제종자저장고가 있는 것처럼, 국제적 미생물 저장고가 있는 것처럼, 우리도 한국 발효미생물 저장고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보존을 넘어 시민 누구라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발효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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