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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 생태적 관계인구의 탄생을 보고 싶다

 

귀농귀촌의 한계를 지적하고, 농農의 본질을 알려 생태적 관계인구를 창출해야 한다며, 예술과 농업을 결합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도시민과 농촌이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박진희 2024-12-13


박진희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 [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연재

 

귀농귀촌은 성과 없이 막을 내리고


농업을 주요 산업으로 하는 전국의 군단위 지자체가 소멸위기에 놓여 있음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도시라 해도, 원도심에는 폐교하는 학교가 생기고, 수도권 중심으로 청년 인구가 몰리고 있으니, 사실 인구 감소와 소멸 위기는 도농을 가리지 않고 있고, 다만 농촌이 도시보다 더 심각할 뿐이다라고 정의 내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때 바람처럼 일던 귀농귀촌은 인구절벽 시대에는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정주환경의 극적인 변화 없이 추진되었던 농촌에서 살아보기 역시 별다른 성과 없이 막을 내리고 있는 모습이다. 5도 2촌의 삶 꾸리기, 관계인구 만들기, 워케이션 등이 어느새 귀농귀촌과 농촌에서 살아보기를 대체하고 있다. 예전 도농교류의 모습이 농산물을 매개로 하는 관계였다면, 지금의 도농교류는 농촌의 유무형 자원을 도시민이 소비하며 관계 맺는 것으로 전환되었다. 여러 농촌에서 워케이션용 건물을 새로 짓고, 관계인구 증가를 위해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있다.


지속적인 방문객인 관계인구의 창출 방식


관계인구(혹은 생활인구라 칭하기도 한다)란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이거나 일이나 관광을 포함해 그 지역에 잠깐 들르는 사람까지의 모든 인구층을 의미한다. 그래서 실제로 그 지역에 살고 있지는 않지만, 지역 사회 활동에 다양하게 참여하거나,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사람 등 다양하게 정의 내려지고 있다. 일본은 관계인구를 소통의 정도에 따라 지역공유주택에 살며 행정과 협력하여 마을만들기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디렉터(director)형, 도시에서 지역홍보활동을 하거나 도시와 지역을 연결하는 허브(hub)형, 5도 2촌처럼 도시에 살면서 지역에도 거점이 있는 두 도시 거주형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누군가의 이주, 혹은 지속적인 방문객 창출을 통해 농촌을 유지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농촌이 관계인구를 만날 것인가에 있다. 자연경관이나 관광자원이 소비되는 방식, 공간을 제공해 주는 방식이 아닌 농의 가치와 본질을 더불어 배우는 방식으로 관계인구 형성 방식이 창출되어야 한다.

일본 니가타의 에치고츠마리 마을에서는 국제대지예술제인 아트 트리엔날레가 열린다. 농사짓는 사람들의 모습과 조각 작품이 어울리는 형태로 계단식 논을 예술 공간으로 구현했다. 사진_마코토 시모코시. www.flickr.com/photos/137724006@N08/28805626832/

농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농이 되는 접근


1970년부터 지금까지 세계 곳곳에서 여러 예술가들은 농업을 예술과 연결시켜 농의 본질을 도시의 인구에게 알리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전개해 왔다. 일본 니가타의 에치고츠마리 마을은 농촌의 고령화와 과소화 문제를 해결하기 ‘인간은 자연에 내포되어 있다’ 말을 기조로 국제대지예술제인 아트 트리엔날레를 3년마다 한 번씩 열며 논과 밭, 숲, 식당, 거리 등 지역 전체가 예술 공간으로 만든다. 에치고츠마리 마을의 아트 트리엔날레는 도시 사람들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을 얻게 되었다. 유럽의 랜드아트 네트워크는 농촌지역을 벽이 없는 박물관, 대지 예술의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농촌과 예술, 농업과 문화를 연결하고 있다. 예술과 환경, 농업을 연결시키는 아방 가드닝(Avant Gardening), 농업을 일상의 문화예술로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농부, 건축가, 예술가가 함께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는 프로젝트 등등 농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농이 되어 시민을 만나는 일은 우리에게 관계인구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렇게 탄생한 관계인구는 농의 본질을 만나 본, 생태적 관계인구가 아닐까?


통계적 관계인구가 아닌, 생태적 관계인구 창출이 필요하다


농촌의 예산만 쏟아부어지는 억지스러운 공간 마련, 농산물을 구입하고, 고향기부제를 납부하고, 농촌을 관광하는 생태인구도 필요하지만, 통계적 관계인구가 아닌 생태적 관계인구 창출이 필요하다. 농사를 배우는 농사학교, 농촌의 역사와 가치를 배우는 농촌학교, 지역 먹거리를 배우는 지역미식 프로그램, 지역의 숲으로 들어가는 숲 학교, 자연환경으로 얻은 예술적 영감을 표현하는 예술학교를 운영하는 일이 그저 바람만은 아닐 것이다. 이탈리아의 작은 소도시에 슬로푸드미식과학대학이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이 학교를 찾아온다. 이것이 진짜 관계인구의 창출이 아닐까? 통계적 관계인구가 아닌 생태적 관계인구 창출의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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