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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톡스 | 정희선 ㅣ나무바루 대표 | 겨울이 사라지고 있다


 

박성미 총괄 2024-02-08




사진 | 정희선 | 정원설계사 | 나무바루 대표 | planet03 DB



스스로 좋아 전문가가 되다


정희선 대표는 세종대학교 국문과를 다니던 87년, 우연히 학교 안에서 ‘가지치기’ 작업을 지켜 보았다. 가지치기로 나무의 ‘선’이 아름답게 살아나자 그때부터 나무에 반해버렸다. 경기도 양주의 감악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에게 나무는 익숙했고, 잊혀진 나무들의 이름을 알아가는 게 좋았다. 그렇게 해서 37년을 나무와 함께해 왔다. 지금 그는 ‘나무바루’의 대표다. 정 대표는 도시의 정원을 설계하고 만든다. 수목학을 강의하고 정원사를 교육한다. 올해 그는 수종 정리를 시작했다. 조달청에 등록된 수백 종의 수목을 일일이 찾아서 정리하고 있다. 정원에 심을 수 있는 나무가 몇 종류인지 알고 싶었다. 스스로 전문가였던 그는 매년 대형 종묘회사들을 통해 들러오는 외래종을 파악하고 싶었다. 이름도 모르는 나무와 식물들에게 일종의 부채감을 느껴져서인지, 빠짐없이 다 알고 싶었다.


겨울이 사라지고 있다


정희선 대표는 세종대학교 국문과를 다니던 87년, 우연히 학교 안에서 ‘가지치기’ 작업을 지켜 보았다. 가지치기로 나무의 ‘선’이 아름답게 살아나자 그때부터 나무에 반해버렸다. 경기도 양주의 감악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에게 나무는 익숙했고, 잊혀진 나무들의 이름을 알아가는 게 좋았다. 그렇게 해서 37년을 나무와 함께해 왔다. 지금 그는 ‘나무바루’의 대표다. 낙엽이 떨어지면 물관이나 체관도 쉬는데, 겨울이 따뜻해지니  나무들은 혼란스럽다. 겨울잠을 자야 하는데 잘 수 없다. 기후 변화는 사람에게도 나무에게도 마찬가지다. 실내 식물도 마찬가지다. 실내 식물들 입장에서는 여름의 에어컨 바람이 춥고 겨울의 난방이 덥다. 기후 변화는 누구의 탓도 아닌 우리 인류의 일상이 빚어낸 결과이다.


정원에 사계절을 심다


나무를 사랑하는 정 대표가 도시에서 선택한 것이 정원이었다. 인위적인 정원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재밌었다. 지난해 마무리한 서울대공원 프로젝트는 그가 도심에서 하고 싶었던 정원의 모습이다. 정 대표는 정원을 만들 때 평균 100여 종의 나무를 심는다. 사계절을 다 담아야 해서 수종이 많다. 정원은 사람이 만든다. 숲이 없던 곳에 사람의 손길로 숲을 옮겨 놓는 개념이다. 정 대표의 기술은 일명  ‘쪼개기’다. 계절의 변화를 정원이 다 보이려면 정원 전체를 잘게 쪼개서 수종을 골고루 배치해야 한다. 정원을 만드는 기술이 조경이다. 정 대표가 지키는 원칙은 두 가지다. 그 땅에 가장 잘 자랄 나무를 찾을 것, 3~4년 뒤에도 잘 유지될 것. 정원은 인위적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 결국 정원은 사람이 만들고, 이렇게 완성된 정원은 시작일 뿐이다. 인위적으로 조성되었기에, 심은 나무와 식물들이 잘 적응하도록 관리하고 유지시키는 게 정원설계사의 몫이다.


정원은 정원이고, 숲은 숲이다


우리 문화에 ‘차경’이라는 개념이 있다. 자연을 잠시 빌린다는 게 우리네 정원이었다. 정 대표도 산과 지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정원을 꾸몄다. 공원도 정원이다. 공공의 정원이다. 이미 노후화된 공원에 ‘정원’의 개념을 다시 넣고 싶었다. 전국에 ‘둘레길’이 생겼다. 둘레길도 그의 시각에서는 인위적이다. 주변에 나무와 식물을 심어야 한다면, 그 땅에서 잘 자라고, 오래 유지될 나무와 식물을 골라야 한다. 도시 속 정원과 달리 산과 하천에 꾸미는 ‘둘레길’에는 원칙 하나를 추가했다. 토종 수종이나 야생화를 심을 것. 현실적으로 어렵다. 시중에서 파는 식물의 90%가 외래종이어서이다. 숲은 숲이어야 한다. 외래종들은 발화율이 좋아 우리 식물들의 성장을 막는다. 외래종이 숲을 잠식하곤 한다. 숲의 다양성이 사라지면 그것은 숲이 아니다. 심어 둔 나무와 식물이 스스로 숲이어야 한다. 국가정원도 생기고, 민간에서도 정원이라는 개념이 퍼지고 있다. 정원과 숲은 다르다. 정원을 정원답게, 숲을 숲답게 가꾸고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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