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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본 노토반도 지진과 원자력 발전소를 다시 보다

최종 수정일: 2월 15일

 

김용만 대표 편집인


지진은 인류가 극복하지 못한 자연의 영역이다. 지진이 발생하는 원인과 그 예측은, 달 기지를 건설하고 화성 이주를 준비하는 현대 과학기술로도 쉽지 않아 보인다. 지진에 따른 피해 규모는 행성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슈퍼컴퓨터로도 겨우 상황에 임박해서야 알 수 있어서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경고 시스템과 대피 매뉴얼을 숙지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게 지진이다.

     

새해 벽두,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노토반도에 규모 7.6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7.6의 지진은 전 세계적으로 드물 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피해를 가져 오는 강력한 지진이다. 1999년 터키에서 17,000명이 사망하고, 2005년 파키스탄에서 75,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십만 명이 부상을 입은 지진이 모두 규모 7.6의 지진이었다.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의 피해를 기록한 최악의 지진이고, 우리에게도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1923년 관동대지진은 이와 비슷한 규모 7.9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은 지진의 대비와 대응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진국이다. 지진 연구와 대응 시스템 구축 분야에서 최근 20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노토반도 지진으로 인한 사상자는 200명이 넘었고 이재민도 30,000명 이상에 이른다. 국가가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자연재해인 셈이다. 그런데 노토반도가 어디인가. 그동안 수많았던 일본의 지진은 거의 대부분이 동부였다. 노토반도가 위치한 일본의 서부는 그나마 안전하다는 곳이 아니던가.



     



일본의 동부는 이른바 ‘환태평양 불의 고리’에 위치한다. 환태평양 불의 고리는 태평양을 에둘러 지진과 화산 활동이 매우 활발한 지역으로, 태평양 플레이트와 다른 주변 플레이트들이 만나는 경계 지대이다. 이런 지질학적 위치 때문에 일본의 동부는 크고 작은 지진이 빈번했던 곳이다. 2011년 원전 사고를 야기한 후쿠시마 지진도 이 지역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오염수 방출 사태로 아직도 우리에게는 진행형인 사건이다.

     

반면에 일본의 서부는 지진으로부터 동부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는 게 일반적 견해였다. 물론 일본 전체가 지진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역사와 지리학적 데이터로 보면 서부는 동부에 비해 그나마 지진 피해가 적은 곳이었다. 우리가 인도주의적 관심을 넘어 유심히 주시해야 할 이유는 이번 노토반도 지진이 일본의 서부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일본의 서부는 우리에게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우선 우리나라 동해와 맞닿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상당수 원전들이 동해 연안에 밀집해 있다는 사실이다. 지진으로 발생한 해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끔찍한 악몽이 이 지역에서 재현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시카, 센다이, 겐카이 등 많은 원전들이 일본의 서부에서 가동되고 있다. 지진이 발생하여 이들 원전 중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 동해안은 어떻게 될 것인가. 실제로 노토반도 서쪽에 있는 시카 원전은 지진 충격파로 인해 원전 변압기 배관이 손상되어 기름과 방사성 오염수가 누출됐으며, 변전소와 송신선 설비 일부가 훼손되었다. 다행히 냉각 장치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진은 아직 인류가 풀지 못한 영역이고 일본의 원전과 우리 원전은 서로 마주하며 가동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에너지 정책은 여전히 원자력이 친환경 재생에너지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원자력 강국이라고 자랑도 하고 있는 듯하다. ‘탈원전’이라는 사회 의제를 경제적 효용성이나 환경이라는 범주가 아닌 좀 더 다른 관점으로 되짚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의 생존과 안위를 확률과 통계에 맡긴다는 게 사뭇 위험하지 않은가. 지속 가능한 미래는 생명의 안전이 보장될 때 가능한 명제다. 기후 위기의 시대, 에너지 전환에 대한 많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지금, 일본의 노토반도 지진을 보며 ‘원자력’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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