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 대표 편집인
2024년 6월 6일부터 나흘간 유럽의회 선거가 치러졌다. 2019년 이후 5년만이고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한 이후 처음 치러진 선거다. 투표율은 51%로 역대 최고다. 선거 결과는 ‘극우 정당의 약진’과 ‘녹색당의 입지 약화’로 요약된다. 극우 정당의 약진은 2019년 선거 결과와 최근 유럽연합 내 정치 흐름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바다. 우리를 당황하게 한 건 녹색당의 후퇴다. 전 세계 기후정책 집행 동력이 감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미국은 종잡을 수 없는 나라다. 첨단 기술과 과학을 자랑하며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인류문명사에서 현재의 미국에 필적할 만한 ‘제국’은 없었다. 그럼에도 ‘진화론’과 ‘창조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진화론은 과학계의 합의가 이뤄진 지 이미 오래된 일인데 말이다. ‘기후 음모론’도 세계 어떤 나라보다 많다. 이렇다 보니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을 이끌고 있는 건 유럽연합이다. 정작 미국은 주어진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그린딜(Green Deal)’은 가열되어 망가지고 있는 지구를 위한 ‘나침반’이다. 유럽연합의 핵심 정책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저탄소, 친환경 경제로 전환을 목표로 한다. 2023년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맞서 ‘그린딜 산업계획’을 발표했다. 기업에 대한 친환경 보조금 확대와 규제 완화, 친환경 산업에 중요한 핵심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을 추진 중이다. 유럽의회는 4월 말 의회 임기 내 마지막 본회의에서 탄소중립 산업법을 의결했다. 그린딜 산업 계획과 관련한 주요 법안의 입법을 마무리 지은 것이다.
'그린딜'이 이번 유럽의회 선거 결과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는 염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추세로 굳어진다면 기후정책 전반이 후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두고 볼 일이다. 물론 지금까지 추진해 온 기후정책이 역행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일부 언론이 기다렸다는 듯 토출하고 있는 ‘기후 피로’ 이데올로기 전파는 심상치 않다. 보이지 않는 위험이 더 무서운 법이다.
이들의 논조는 “이 난국에 환경이 문제냐‘는 주장이다. 녹색당이 몰락했다면서 전쟁 위기와 경제난 등 당면한 현안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민심을 잃었다는 것이다. 인플레와 구직난 등 '먹고사는 문제'로 고생하고 있는 청년층에 대한 미흡한 대응을 몰락의 원인으로 꼽는다. 녹색당의 매력은 희미해졌고 충분히 진화하지 못했다고 평한다. 그레타 툰베리 예를 들어 환경단체의 과격 행동을 문제 삼는다. 한마디로 기후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피로감 누적이 녹색당 참패의 원인이라고 한다.
이 언론들이 문제인 건 지구 가열화에 따른 기후변화 대응을 단순 ‘환경 보호 운동’으로 축소 왜곡하는 데 있다. 먹고살 만해져 여유가 있을 때 비로소 고려할 만한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리는 과제' 정도로 보고 있다. 유복한 중산층의 사상운동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더욱 심각한 건 이런 매체들이 많은 독자를 보유하고 있고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과학은 말하고 있다. 이대로 방관한다면 기후변화의 후폭풍은 인류의 생존 기반을 가차 없이 무너뜨릴 것이라고. 과학은 데이터와 통계로 증명을 끝냈다. 위험이 직관적이지 않다고 해서 가볍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직관에서 벗어난 위험은 훨씬 더 무섭다. 기후변화가 직관적이지 않고,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자꾸 우선순위를 조정하려 든다. 징후가 아니라 피부에 와 닿을 정도면 이미 늦었다는 의미다. 직관을 뛰어넘는 이 전무후무한 재앙을 모면하기 위해선 과학을 신뢰하는 길밖에 없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유럽은 난민을 포함한 이민문제, 청년실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저 출산에 따른 인구절벽, 고령화, 빈부 격차 등 현안이 산재하다. 글로벌노스와 글로벌사우스 모두 나름대로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 늘 문제는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관통하는 문제를 찾는 것이다. 지구 가열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이런 근본적인 고리다. 지구 가열화는 인간이 개입해서 발생한 것이니 결국 인간이 해결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대처하는 건 불편한 일이다. 삶의 기존 방식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꾸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생존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불편이다. 이를 두고 피로감으로 포장하는 서사는 비합리적인 이데올로기다. 내용도 비과학적이다. 이런 이데올로기를 의도적으로 퍼트리는 건 사심이 있다고 봐야 한다.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달라야 한다. 사람이 똑 같다면 둘일 필요가 없겠다. 다른 생각들이 토의와 합의를 통해 의견수렴되는 절차가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정치이념 집단인 정당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사람의 뇌도 좌와 우로 구분된다. 극우 정당, 극좌 정당, 중도 우파, 중도 좌파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 사회에는 ‘금도’가 있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으면 공멸한다.
공감, 공감, 공감..!!
기후는 공유하는데 정책은 제각각.. 한목소리가 필요한부분 공감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