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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탄소 배출 감축은 정부 중심에서 시민 참여 주도로

‘탈 탄소’는 국제사회가 주는 환경 부담이나 국가 시책을 넘어 개인의 지속가능한 일상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김용만  대표 편집인



현재 지구상에는 바티칸 시국과 팔레스타인을 포함 195개 국가가 있다. 이들 국가가 공유하는 두 개의 큰 목표가 있다. 하나는 ‘핵전쟁 없는 세상’ 이다. 갈등이 아무리 깊어져도 핵무기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공론이 형성되어 있다. 지금 카슈미르를 두고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 무력 충돌이 일어나도 핵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어느 정도 안심하는 건 이 때문이다. 어느 쪽이건 핵탄두가 꽂히면 바로 인류 공멸을 의미한다. 역설적이게도 극단의 공포가 평화를 유지시키는 꼴이다.


다른 하나는 ‘2050 탄소중립’이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의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목표를 말한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빠르게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며, 국제사회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1.5℃는 기후 이상 변화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게 하는 마지노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하고 재생에너지를 늘여야 한다. 에너지 전환이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선언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탄소 감축은 주로 정부와 기업 주도의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이뤄졌다. 제도와 기술 중심 접근으로서, 탄소 배출을 제어하거나 효율을 높이는 데 일정 성과를 낸 건 사실이다. 아울러 한계도 분명해지고 있다. 정부 정책은 해당 정치권력의 성향에 의존하기 마련이다. 성향이 다른 정권으로 교체되면 정책이 후퇴하거나 중단되기 일쑤다.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은 영리 추구가 속성이다. 단기 수익성이라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친환경을 마케팅에 이용하는 자칫 ‘그린 워싱’ 함정에 빠지기도 쉽다.


정부와 기업이 주도한 초창기 탄소 감축은 시스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시민의 일상적 참여와 수요 변화 없이는 지속가능하지 않음이 드러나고 있다. 개인의 참여 없이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70%는 소비 관련 활동에서 발생한다. 정책이나 기술이 뒷받침되더라도 국민 생활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제는 개인 행동 변화가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한 축이 된다는 의미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보고서도 이를 명시하고 있다.


국민들은 그럼에도 탄소감축을 본인의 생존권과 직접 연결하지 않는 듯하다.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보인다. 다른 나라에서 가하는 환경 부담이거나 국가의 시책쯤으로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여유와 형편이 되면 가급적 따르겠지만 반드시 실행해야 할 필요가 각인되어 있지는 않다. 일상생활에 직접 동기부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류의 공동 목표인 탄소중립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 자발적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비책들이 강구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우선 떠오르는 건 ‘탄소 기본소득’이다. 개인의 저탄소 활동에 대해 측정 가능한 감축 성과를 기반으로 일정한 금액을 보상하는 제도이다. 정부가 탄소세를 걷고, 이를 국민에게 기본소득 형태로 재분배하는 방식이다. 탄소 감축을 희생이 아닌 보상으로 연결함으로써 행동으로 유도하는 능력이 커진다. 단순 참여가 아니라 스스로 탄소 배출을 관리하게 만든다. 탄소 소비가 적은 저소득층에게 실질 수혜가 크므로 사회정의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 문제는 탄소세에 대한 사회 전반의 거부감인데, 필요하면 방법을 찾으면 된다. 더욱이 기후위기 대응과 ‘사회 기본소득’으로의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는 교차점이니 말이다.


카본 크레딧(Carbon Credit)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주요 수단이며, 경제적으로도 새로운 가치와 시장을 창출하는 도구이다. 핵심은 ‘탄소 가격화’이다. 배출권에 가격을 매긴다는 건 오염을 외부 비용이 아닌 내부 비용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탄소 감축을 효율적으로 유인한다. 카본 크레딧은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과 경제구조 전환을 연결하는 금융·산업적 수단이다. 탄소 배출이 경제적 비용이 되는 동시에, 탄소 감축이 경제적 기회로 전환되는 구조를 만들어 낸다. 더불어 카본 크레딧의 공정한 시장 설계도 병행되어야 한다.


수학, 국어처럼 기후 문해력(Climate literacy)이 핵심 역량이 되는 시대이다. 탄소 감축에 대한 공교육 의무화는 ‘기후시민 양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자, 정의로운 사회 전환을 위한 전략적 기반이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현재 교실에서는 자율적인 프로그램과 교사의 재량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후교육을 공교육에 통합하려는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일고 있다. 물론 실제 적용한 나라는 아직 적지만 말이다. 미래 세대인 학생들에게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제공해야 할 윤리적 책임이 우리 세대에게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탄소 감축 정책은 기술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이며, 개인을 배제한 기후 전략은 실패한다. 탄소정책을 국가 중심에서 사회참여형으로 바꾸는 제도화가 절실하다. 다가오는 6월 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이번 정부는 대한민국의 향후 30년, 길게는 100년을 좌우할 과제들과 직면하게 된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 달성 여부에 국가에게나 국민에게나 생존이 달려 있다. 기후위기가 복합위기인 만큼 탄소중립이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에너지 전환이 조화롭게 진행되어야 하고 와중에 ‘기본소득’을 통한 사회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


2023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 탄소배출 감축의 주체자는 이들이다.  사진 플래닛03 DB
2023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 탄소배출 감축의 주체자는 이들이다. 사진 플래닛03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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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May 11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경제적 유인책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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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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