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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후변화와 스포츠

 

기후위기 시대, 인류의 체육 활동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김용만 대표 편집인



지난 여름 파리에서 열린 제33회 올림픽 개막식의 압권은 셀린디옹의 열창이었다. 셀린디옹은 세계적 팝스타이지만 2022년 ‘강직인간증후군’이라는 희귀신경질환을 진단받고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노래 실력이나 인지도를 볼 때 그녀가 개막식 무대에 오른 것이 이상할 게 없지만 온몸이 굳어가는 병을 앓고 있는지라 그 감동은 몇 배 더했다. 올림픽은 근육의 향연을 넘어 130년 동안 인류에게 수많은 이야기와 볼거리를 선사했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 우리는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감당할 수 있을까.


이번 파리 올림픽은 저탄소 ‘기후 올림픽’을 지향했다. 지난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 2020년 도쿄 올림픽의 평균 탄소 배출량 350만 톤의 50% 이내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인 친환경 올림픽 도전은 올림픽이 기후변화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데 긍정적 의미가 있겠다. 하지만 파리의 이런 노력이 실제로 탄소 배출량 감소 목표를 달성했는지는 검증이 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올림픽이 가져 온 적자는 파리 시민들로 하여금 자괴감에 빠져들게 한다. 비싼 친환경 올림픽에 따른 부담을 왜 자신들이 져야 하는지 그들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올림픽이 33회 개최되었고 이중 1984년 로스앤젤레스, 1988년 서울, 1996년 애틀란타 만이 흑자였다. 나머지는 모두 적자였다. 올림픽 적자가 공공연한 비밀이 되면서 올림픽 개최의 매력은 급속하게 희미해졌다. 개최 여부를 주민투표에 붙이면 부결되기 일쑤다. 이런 현상은 특히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살아남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어젠다 2020’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놓기까지 한다. 분산 개최를 허용함으로써 개최국이나 개최도시의 재정 부담을 덜어 주겠다는 취지다.


세상에는 이름도 열거하기 힘든 수많은 스포츠 국제대회가 있다. 이들 대부분은 적자다. 이상하게 적자가 빤히 보이는데도 지구 어디에선가는 상시적으로 국제대회가 열린다. 비밀의 열쇠는 토목과 건설 카르텔의 이해관계다. 대회에 들어가는 비용의 70~80%는 기반시설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민간 투자든 국가 세입이든, 투입 자금의 상당 부분이 토목과 건설 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이것이 국제 스포츠 세계의 맨얼굴이다. 더욱 고약한 건 이에 따라 온실가스가 다량으로 배출된다는 점이다.


위 사례를 찾는 건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대한민국 강원도 가리왕산에서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 분산 개최를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평창올림픽위원회와 대한민국정부는 단독 개최를 고집해 실행했다. 500년간 소중하게 보전되어 온 나무들이 잘려 나갔고, 복원하겠다는 약속은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남겨진 적자에 강원도는 아직도 허덕이고 있다. 2주 남짓 사용된 시설들은 사후 운영이 되지 않아 애물단지가 되었다. 총 예산 13조8000억원 가운데 대회 운용시설 건설비는 3조원이 안 되며 나머지는 토목 건설비다. 지역 인프라가 개선되어 땅 값은 조금 올랐는지 모르겠지만 지역경제가 활성화가 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


스포츠 세계에는 올림픽이나 다른 국제대회처럼 적자 세상만 있는 건 아니다. 이른바 ‘프로 스포츠’ 영역은 하나의 산업으로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경우도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면밀하게 반영되어 투자 대비 수익을 걷어 올리는 프로세스가 철저하게 지켜진다. 이 세계에서는 적자가 나면 도태된다. ‘스타’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선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적자가 아니라서 능사는 아니다. 기후변화는 스포츠를 향유하는 지금까지의 방식에 제동을 걸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작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45도 높아졌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이 목표로 한 1.5도는 향후 5~10년 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아니면 1.5도가 아니라 2도나 3도가 올라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적응’에도 대비할 때가 되었다.


대표적인 야외 스포츠인 야구와 축구 관람에 폭염과 폭우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야구와 축구팬들은 절감하고 있다. 특히 올해가 그랬다. 내년에 더할 것이다. 돔 구장을 늘리는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돔 구장을 만들고 구장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고려하면 현실적이지 않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인공 눈이 아니면 스키장을 운영하기 힘든 상황이다. 인공제설은 막대한 물을 필요로 하고 운영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서 문을 닫는 스키장이 매년 속출하고 있다. 10년 내로 더 이상 야외에서 스키를 탈 수 없을 거라는 예측이 현실이 되고 있다.


생활체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이벤트가 아닌 지역 군소단위 이벤트로서 생활체육은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인류의 체육활동 모범이 되고 있다. 관람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선망하는 스타를 통한 대리 만족이 아니라, 몸소 참여하고 느끼는 활동으로 전환하는 때가 온 듯하다. 그래서 제도권 밖에 있던 생활체육에 대한 권고가 이뤄지고 '스포츠기본법'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국가의 책무 가운데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이 체육이며 스포츠이다. 이제 생활체육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고 운영해야 할 때가 왔다.


국가의 책무 가운데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이 체육이며 스포츠이다. 이제 생활체육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고 운영해야 할 때가 왔다. 사진 대한체육회공식블로그
국가의 책무 가운데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이 체육이며 스포츠이다. 이제 생활체육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고 운영해야 할 때가 왔다. 사진 대한체육회공식블로그

댓글 2개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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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Nov 19

체육의 본래 의미를 되새겨 볼 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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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Nov 15

항상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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