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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포럼 | 대나무의 재발견

 

김우성  woosung.kim83@gmail.com  2024. 05. 10


막대기 하나만 있어도 우리는 자연을 더 가까이서 만날 수 있습니다.

눈부신 5월입니다


어린이들은 신록과 들꽃이 가득한 짧은 봄을 만끽합니다. 저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많은 시간을 집 밖에서 보냈습니다. 친구들과 개울에서 개구리나 도롱뇽 같은 양서류를 찾아 헤매거나 운동장 구석에서 해가 질 때까지 놀았습니다. 가끔 곧게 뻗은 나뭇가지라도 발견할 때면 칼싸움을 하거나 자치기를 하면서 나뭇가지가 망가질 때까지 가지고 놀았습니다. 가장 좋은 나무는 대나무였습니다. 대나무는 어린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을 만큼 가볍고, 손에 가시가 박히지도 않으며, 주변의 대나무 숲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담양에서 만난 대나무 벤치입니다. 높은 숙련도 없이도 제작이 가능합니다.

대나무로 만들던 많은 것들은 이제 플라스틱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우리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가까운 대숲에서 얻은 대나무로 조리와 바구니를 짜고, 담장을 엮고, 낚시대를 만들었습니다. 대나무는 가볍고, 튼튼하고, 다루기 쉬워 건축재, 가구재를 비롯해 농기구와 생활도구 등 우리 삶 전반에 넓게 쓰였습니다. 아시아 문화권에서 대나무가 자라는 지역에는 반드시 대나무를 재료로 쓰는 물건이 발달된 문명이 있습니다. 식기, 장신구 뿐 아니라 무기의 영역에도 대나무가 활용됩니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대나무로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대나무로 만들던 많은 것들은 이제 플라스틱으로 대체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나무는 가볍고, 매끄럽고, 튼튼하며, 냄새가 좋은 소재입니다. 언젠가 대나무로 만든 의자에 앉아 대나무 숲의 아름다움을 즐길 날이 올까요?   


울주군 상북면 마을교육공동체 거점센터에서 대나무 놀이터 만들기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버려지는 대나무로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버려지는 대나무로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기로 합니다.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솎아베기한 대나무를 모으고, 대나무를 다룰 수 있는 전문가와 마을 사람들, 어린이들을 모읍니다. 사람들이 모여 대나무로 다양한 장난감을 만듭니다. 미끄럼틀을 만들고, 정글짐을 만들고, 악기를 만듭니다. 나무에 그림을 그리고, 해먹에 누워 쉬고, 음식도 나눠 먹습니다. 아이들은 만드는 과정에도 참여하고 즐기는 시간에도 참여했습니다. 우리는 대나무로 하루를 가득 채웠습니다.


대나무로 만든 죽마를 타기 위해 사람들일 서로 돕습니다.

대나무로 놀이터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대나무로 놀이터를 만들었습니다. 대나무 놀이터는 시간이 지나면 낡고 부서지게 되겠지요. 하지만 문제 없습니다. 모든 재료는 자연스럽게 분해되는 것들로 만들었습니다.

그냥 구석에 치워 버리면 곤충의 아파트가 될 테고, 땅에 묻으면 빠르게 분해될 테고, 불에 태우면 좋은 땔감이 될 겁니다.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대나무 놀이터가 사라지고 나면 우리는 다시 모여서 새로운 놀이터를 만들면 됩니다. 다음에는 더 크고, 더 재미있는 놀이터를 만들 겁니다. 


대나무 놀이터 만들기 행사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습니다.

대나무가 우리 곁에 더 오래 머물기를 바랍니다


대나무로 만든 물건만 가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중국인 유튜버 리즈치(李子柒, liziqi)는 대나무를 잘라 벤치를 만드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했는데, 조회수가 무려 6000만회가 넘었습니다. 죽순으로 요리를 만드는 영상의 조회수는 8000만회가 넘었습니다. 대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탄소를 저장하는 목제품으로서, 생산과정에서 탄소와 오염물질의 배출이 최소화되는 환경친화적인 소재로서 대나무가 우리 곁에 더 오래 머물기를 바랍니다.


시골의 청년 목수가 버려지는 대나무로 벤치를 만들었습니다.
 

글 사진 김우성   woosung.kim83@gmail.com

생태정치포럼 운영위원장

자연과공생연구소 소장

전)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서울대 산림과학부 석사

청년활동가, 청년 김우성의 기후숲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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