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미 총괄 황희정 기자 2024-02-06
4.10총선에 '생태정치'라는 화두를 가지고 나타난 청년이 있다.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를 졸업하고, 석사까지 마친 김우성은 박사과정을 포기하고 고향인 울산으로 내려갔다. 울산 환경교육센터와 울산 '생명의 숲' 사무국장으로 7년이 지나가는 중, 지난해 12월 사표를 내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지난 1월 10일에는『생태활동가, 청년 김우성의 기후숲』출간기념 '북콘서트'에서 200여명에게 출사표를 내밀었다. 대학은사님이신 윤여창 (서울대 명예교수, '산과자연의 친구' 회장. 자연과 공생연구소 이사장)교수님의 '자연과 공생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면서 '생태정치포럼'을 만들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총선 후보자들에게 기후위기의 정책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민주당은 인재 1호로 기후 후보를 영입했다. 기후정치, 생태정치가 이번 선거의 최대 키워드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마흔 살이 된 청년 김우성이 말하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들어본다.
생태정책에서 기후위기의 대안을 찾는다
대한민국은 국토 면적의 63%가 산으로 둘러싸인 산림국가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산림녹화 정책으로 정말 많은 나무를 심었고, 연료 체계가 목재에서 석탄으로 바뀌면서 숲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기후위기의 대처와 탄소 중립에 숲이 중요하다는 것은 사람들이 대부분 알고 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숲이 조성된 지 40년이 된, 지금이 산림 국가인 대한민국이 많은 걸 결정해야 할 때라는 점이다. 산림녹화사업을 국가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국토를 푸르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성공 사례가 되었다. 하지만 나무를 너무 빽빽하게 심었다. 이제 이 나무들을 솎아내는 게 필요하다. 문제는 어떤 나무를 살리고, 어떤 나무를 베야 할 지를 결정할 사람이 지역에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산에 올라가 나무를 벨 사람이 없다. 숲은 서울보다 영남, 호남, 강원도 같은 인구 소멸 지역에 많다. 청년 일자리가 없어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에게 숲은 굉장히 좋은 일터가 될 수 있다. 국가가 어떤 정책으로 숲을 경영하고, 이 정책을 뒤받침하는 예산을 편성하느냐에 따라 청년 일자리 문제, 지역 인구 소멸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인구 소멸 지원금인 1조다. 전국 각 지역에 숲이 있고, 산림자원이 있다. 이 풍부한 자원은 앞으로 국가가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숲이 40년이 되었기 때문에 지금이 적기이다. 기후위기는 인간의 성장이 가져온 불행이지만 극복해야 하고, 극복될 것이다. 숲이 그 답을 가지고 있다.
생태 활동의 경험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하다
국회의원 한 명이 국민들의 의식과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게 어렵다고 생각한다. 법의 초안을 제출해서 국회 안에서 논의를 열 수 있으나, 국민들이 자신의 문제로 여기지 않는 걸,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일은 굉장히 어렵다. 그럼에도 지금, 한 명의 정치인이 필요하다.
나는 산림을 연구하고, 탄소배출량과 숲의 기능을 공부했다. 그리고 지역에서 청년들과 여러가지 맞닥뜨린 문제들을 해결해 왔다. 그동안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해 왔다. 지금은 정치의 영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꼭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어느 정도 정책으로 실현한다면,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되고 지역의 삶이 나아질 것이다. 그러면 나처럼 생각하는, 또 다른 청년이 정치의 영역에 들어와야 한다.
숲은 40년 동안 그 자리에서 존재해 왔고, 지금 지구상에 살고 있는 어느 누구의 수명보다 더 오래 그 자리를 지킬 것이다. 인간은 기후위기를 말하지만, 숲은 또 다른 방식으로 오랜 시간 적응해 나갈 것이다. 나는 정치가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고, 정책으로 실현해 실질적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숲에 관련된 일을 했던 사람 중에 꽤 현실 감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협상과 타협을 해야 한다거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거나, 공존에 대한 고민, 갈등을 대안으로 풀어가는 데 상대적으로 훨씬 유연한 관점과 포지션을 가지고 문제들을 해결해 왔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운동 영역에 있을 때도 기업, 지자체, 공공기관과 네트워크를 강하게 맺으며 연대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숲을 함께 고민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정치인으로 나아가기에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태정치포럼'을 만들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공정하게, 좀 더 섬세하게 시민의 삶을 바꿔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태정치는 생태위기를 극복하자는 의미지만, 더 큰 관점으로는 생태계 상황을 이해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많은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생태정치'는 갑자기 생겨난 말은 아니다. '정치생태학'이라는 학문이 존재하고, 많은 학자와 사회운동가들이 생태정치를 실천해 왔다. 결국 '생태정치'는 생태의 문제를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해보자는 것이다. 지금은 숲에 관한 이야기로 출발하지만 이건 지방 소멸의 문제, 청년들 일자리 문제, 사람들의 삶에 관한 문제,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조적 문제가 생태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것이다.
생태정치포럼의 역할
울산 생명의 숲이라는 NGO에서 일했다. 숲에 관한 다양한 문제들을 마주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정치를 생각한 것은 아니다. 숲에 관한 고민을 저보다 먼저 해오던 분들이 계셨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생태활동가들은 나뿐만 아니라 모두 '정치'가 우리의 활동과 깊게 연동되어 있음을 체감하며 산다. 기후문제든, 사회문제든 우리가 당면한 많은 과제들을 입법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기후위기와 생태적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인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또 이 영역을 이야기할 수 있고 구조와 정책으로 함께 고민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서로 맞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은사이신 교수님의 제안을 받고 결정하게 되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을 일일이 살펴보고 있는데, 대략 2만 5천여 건 정도가 된다. 이중에서 기후, 생태, 숲 관련 법안은 279개로 전체 발의된 법안의 약 1% 정도다. 대부분 제대로 논의도 되지 않고 사장될 것 같아서 들여다 보고 있다. 왜 누가 어떤 근거로 발의했는지, 근거는 타당한지, 과학적 지식과 현실을 반영하는지를 검토해 보고 싶다. 기존 정치인들이 어떤 고민을 했는지, 어떻게 현실을 인식하고 있는지도 사실 궁금하다. 기존 법안들도 깊게 살펴 보려고 한다. 그래서 '생태정치포럼'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치적 영역에서 어떻게 우리 현실의 생태위기를 극복해 갈지를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으려면, 선배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법률이나 정책 전문가도 필요하다. 젊은 청년 동지들도 하나둘 모이고 있다. 정치인으로 전환하는 것이니 더 많은 공부와 조언과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 결과물을 조직적으로 총화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당장은 4.10 총선에 비례대표로 신청한 것밖에 없다. 그러나 멈출 생각은 없다. 내가 아니어도 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나타날 때까지 물꼬를 튼 정치인이 되고 싶다. 언제든 해주실 말씀이 있으시면 연락 부탁드린다. 나의 이메일 주소는 woosung.kim83@gmail.com이다.
[생태정치포럼 창립선언문]
생태정치포럼, 어머니 지구와의 대화를 시작합니다.
우리는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류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들을 불태워 열과 에너지를 얻고 남은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날려보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300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에 의해 지구 전체의 열평형이 달라졌습니다. 우리는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심각한 생태적 위기에 대처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모였습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환경문제들 앞에서 커다란 책임감을 느끼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마음으로 문제의 해결을 위한 생태정치포럼의 시작을 알립니다.
정치의 영역에 생태학자가 왜 필요할까요?
중국의 초대 주석인 마오쩌둥은 대규모 유해조수 박멸운동을 통해 2억 마리의 참새를 죽였습니다. 참새가 사라진 들판에 해충들이 대발생했고, 3년간의 기록적인 흉년이 이어지면서 4,000만 명 이상의 아사자가 발생했습니다. 진정성이 없는 정치인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입니다. 법과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수립되고 시행되는지 판단함에 있어서 생태적 관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기후위기의 시대에는 다양한 영역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들이 진행됩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25,585개 법안 중 기후, 숲, 생태, 산림, 에너지 관련 법안은 전체 1.1%인 279개에 불과합니다. 이 중 공포된 법안은 16.5%인 46건에 불과합니다. 국회 내에서 입법활동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생태학자가 필요합니다. 생태학자의 관점은 단순히 과학적인 지식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존재들간 상호연결성에 대한 이해에 기반한 기후문제 해결 방안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유권자의 2/3가 기후변화가 중요하다고 답했으며, 이들 가운데 77%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했습니다. 우리 국민 17,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인구위기와 기후위기를 가장 중요한 사회적 도전 과제라고 응답했습니다. 우리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고, 우리는 진지하게 지속 가능한 사회를 도모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과 마주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오늘 이 곳에서 생태정치포럼을 시작합니다.
생태정치포럼은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생태적 위기의 돌파구를 정치의 영역에서 찾고자 합니다. 우리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고민하고, 법과 정책의 영역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생태정치포럼은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생태 위기와 기후변화를 극복하고, 사람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지키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문제들의 답을 찾겠습니다.
첫째, 생태정치포럼은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하지만 주변의 생명을 함부로 대하는 사회에서는 사람의 생명도 소중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생태정치포럼은 우리 주변의 생명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들의 삶을 지켜나감으로써 사람들의 마음과 몸이 건강해지는 세상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겠습니다.
둘째, 생태정치포럼은 자연이 있는 삶을 만들겠습니다. 사람들은 건강과 휴식을 위해 숲과 강과, 바다를 찾습니다. 캠핑을 하거나, 시골집을 찾거나, 귀촌을 고민합니다. 우리는 도시에 살지만 자연과 가까운 삶을 꿈꿉니다. 우리는 산촌에서, 농촌에서, 어촌에서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지방이 소멸되고 청년이 사라지는 미래가 아닌 국토의 균형 잡힌 발전을 추구해야 합니다. 생태정치포럼은 청년들의 삶, 자연에 기반한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안을 찾고, 연결하고, 지원하겠습니다.
셋째, 생태정치포럼은 기후위기 극복을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사람들은 탄소 배출을 어떻게 줄일지 고민하고, 대기 중의 탄소를 포집해 어떻게 저장할지를 이야기합니다. 모두 중요한 방법들입니다만, 우리는 생태계의 탄소저장고인 숲과 바다의 역할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자연 기반 해법(nature based solutions)을 통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생태정치포럼은 더 크고 더 건강한 숲, 더 건강하고 푸른 바다를 만듦으로써 그 안에 탄소를 고정하고 생명들의 보금자리를 만들어가는 정책을 고민하겠습니다.
2023년 12월
생태정치포럼 발기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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