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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비티 | 동물복지활동가 최혁준 | 존재 그 자체에 다가서기 위하여

최종 수정일: 4월 14일

 

이유경 기자, 김동혁 영상기자 2024-04-09



최혁준 동물복지활동가 planet03 DB
최혁준 동물복지활동가 planet03 DB

최혁준은 전시동물복지 활동가이며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다. 태어날 때부터 동물을 사랑했다. 돌 사진도 호랑이 인형 위에서 찍었다. 처음 배운 한글도 ‘엄마, 아빠, 가나다라’가 아닌 동물들의 이름이었다. '바이오필리아(Biophilia)'는 유전자에 생명 사랑이 새겨져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는 바이오필리아일지 모른다. 성장하면서 야생동물을 공부하고 싶었다. 도시에서 살면서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동물원이었다. 하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것'과 '동물원을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물 복지'라는 말도 그때는 몰랐지만, 동물이 행복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고등학생의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를 쓰게 된 배경이다. 동물원을 평가하기 위해, 동물 복지라는 개념을 공부했다.


 

동물을 소비하는 곳, 동물원


역사에는 방향이 있다. 역사 속에서 '권리'라는 개념은 확장되어 왔다. 인류의 역사는 더 많은 '권리'가 보장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지금의 역사에서는 인권의 개념을 넘어 전 세계가 생태계 보존과 동물권의 보장을 고민한다. 한국만은 다르다. 한국의 동물원과 동물원 소비 양상은 이러한 흐름에 완전히 역행하고 있다. 1909년 11월 1일, 한국 최초 동물원인 '창경원'이 개원한 이후 한반도에 많은 동물원이 세워졌다. 놀랍게도 이로부터 100년도 더 된 2016년에야 동물원법이 처음 제정되었다. 더 놀라운 점은 동물원법이 생기고 난 뒤 오히려 전시 동물들의 복지 수준은 악화되었다는 점이다. 동물원법에서는 오직 행정 차원의 운영만을 명문화했을 뿐, 동물의 처우나 관리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동물원들은 ‘소형화, 개인화, 실내화’라는 세 가지 운영 방법을 택했다. 시장 논리에 따라 적은 유지비로 최대한의 수익을 내기 위함이다. 전시 동물은 그저 살아있는 상태로만 존재하면 된다. 동물원을 소비하는 사람들도 오직 재미만을 추구할 뿐, 동물의 특성이나 복지에 큰 관심이 없다. 결국 동물원의 동물은 전시관의 오락거리로 전락했다. 야외에 있었던 하이에나와 호랑이 같은 맹수도 이제는 유리 속에 있다. 아이들은 유리 안에 있는 호랑이와 늑대를 자연스럽게 여긴다. 한국의 동물원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동물이 자연스럽게 살다가 늙어 죽을 수 있도록


동물원의 역할은 종 보전, 연구, 교육, 위락이라는 네 가지로 분류된다. 한국 동물원은 대부분 위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동물원의 역할에 '보호'가 추가되었다. 보호와 보전은 다른 개념이다. '생츄어리(sanctuary)'를 예로 들면 쉽다. '생츄어리'는 '안식처'란 뜻이지만, 현대에 와서 ‘동물에게 어떤 쓰임도 부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살다가 늙어 죽을 수 있도록 평생의 보호와 관리를 제공하는 시설’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생츄어리'에는 전시도, 교육도, 상업적 이익도, 종의 보전도 어떠한 목적도 담기지 않는다. 그런 목적들은 인간에게만 가치 있지 각각의 동물에게는 의미가 없다. ‘개체’로서의 동물이 행복하게 온전한 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보호’이다.


인간의 보호가 필요한 야생동물이 점점 늘어나


한국에는 동물 보호를 위한 '생츄어리'가 없다. 선진화된 국가의 동물원과 생츄어리는 대부분 후원과 기부로 운영된다. 하지만 한국은 동물 복지에 선뜻 돈을 쓰지 않는다. 청주동물원은 ‘토종 동물 보호를 위한 생츄어리로의 발전’을 목표로 한다. 한국 동물원 역사상 처음으로 선구적인 시도를 했고, ‘보호’라는 확실한 방향성을 잃지 않은 채로 끊임없이 실천하고 있다. 청주동물원은 실내 동물원 체험관에서 동물을 데려와 보호하며, 실내 동물원이 왜 나쁜지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동물원이 국공영 중심으로 흘러가기를 바란다. 민영 동물원이나 소형 실내 동물원은 ‘개별화된 동물의 성향’은 물론이고, ‘종 특성과 야생 환경의 구현’조차 고려하지 않는다. 국가 차원에서 동물 보호를 위한 동물원을 운영했으면 좋겠다. 인간의 보호가 필요한 야생동물들이 점점 늘고 있다.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구조되었으나 야생으로 나갈 수 없게 된 동물들, 불법적인 경로로 들어와 압수된 야생동물, 법의 미비함으로 키우다가 버려진 야생의 개체들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국내 동물 보호 수요를 공영 동물원이 맡아야 한다. 공영 동물원들이 이런 선도적인 역할을 해 주면 민영 동물원도 영향을 받는다. 공영 동물원의 역할과 인식 전환이 그래서 중요하다.


동물에 대한 적절한 시설과 관리를 법으로 정해 두어야


무언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동물원법도 개정되었다. 아직 세부 시행령이 생기기 전이라 효력은 없지만, 동물에 대한 적절한 시설과 관리를 법으로 정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행령의 세부 사항을 정하기 위한 싸움과 연구가 계속되는 중이니 나아지리라 믿는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도, 동물원 방역에 대한 인식을 바꿔 주었다. 코로나19가 인수공통 전염병 유래라고 생각해 동물원 시설 관리에 대한 역학적 관점이 추가되었다. 동물원에서 심각한 방역상의 사고나, 공공 보건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위생 기준을 높히자고 했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었다. 인간 중심적인 이유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귀여운 존재'가 아닌 개체로서의 동물을 바라보다


더 큰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 예컨대,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동물들의 다양한 모습을 다양한 매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이다. 안타깝게도, 그 다양한 동물이 ‘귀여움’이라는 편향적 관점으로만 소비된다. 동물이 개체로서 갖는 맥락과 본질이 귀여움이라는 인간적 관점에 가려 전부 지워진다. 동물이라는 존재 그 자체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인간적 감상을 배제해야 한다. 우리가 길을 가다 예쁜 강아지를 봤을 때, ‘참 예쁜 아기’라며 예뻐하지만, 그 강아지가 사실은 노견일 수 있고, 인간의 손길을 좋아하지 않는 독립적인 성향의 개체일 수 있다. 동물을 '귀여움'과 같은 하나의 필터로 바라보지 말고, 자연스럽게 그냥 개체로 봐 야 한다. 그러다 보면 동물에게 좋은 방식이 무엇인가를 대단하게 공부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 사회가 동물이 편안히 늙어 죽을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모두가 관심을 갖고, 사려 깊게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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