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1 이상호
이상호 박사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경상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용노동부장관 정책보좌관,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전문위원, 국회 정책보좌관, 민주노총정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폴리텍Ⅱ대학 학장을 역임했다. 2024년 9월부터 성공회대학교에서 산학협력단 부단장으로 일하고 있다.
10년 만에 다시 독일에 갈 수 있었던 계기는 독일 튀빙겐 대학 ‘한국학과’의 초빙으로 방문연수(Visiting Schlarship)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2024년 8월 한 달 동안 인구 9만(2021년 기준)의 작은 대학 도시, 튀빙겐에 있으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독일의 생태친화적 삶을 구석구석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도로의 정체 현상을 볼 수 없어
튀빙겐은 독일 남서부 지역 바덴뷔텐베르크(Baden-Wuettenberg) 주 남부에 위치한다. 도시의 왼쪽에는 삼림이 우거진 고지대가 있고, 도심(구 시가지)을 형성하는 계곡을 따라 라인 강의 지류 ‘네카르(Neckar) 강’이 흐르고 있다. 이 네카르 강을 따라 형성된 평지가 너무 좁아 도시의 주거지는 대부분 높고 낮은 구릉지대 능선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튀빙겐에 한 달간 머무는 동안 도로의 정체 현상을 본 적이 없다. 왜 일까? 답은 간단하다. 시민들이 자가용 이용을 최소화하고 ‘BMW’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BMW는 고급자동차를 말하는 게 아니라 자전거, 전철, 그리고 보행의 삼박자로 움직이는 친환경 교통수단을 말한다.
자전거 중심의 도로 시스템
튀빙겐은 워낙 작은 도시라서 지하철이나 전철(트램)이 없다. 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은 시가 운영하는 공용버스다. 전기 버스가 대부분이고 독특한 것은 저중량 버스다. 버스 자체 및 설비 소재를 경량화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친환경 대중교통의 대명사는 자전거다. 튀빙겐이 자전거 친화도시임을 바로 알 수 있는 것은 좁은 도로에 수많은 자전거들이 지나가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인도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거나 차선을 긋는 우리와 달리, 튀빙겐은 차도에 자전거 도로를 따로 만들었다. 표시된 차선 자체도 자동차 위주가 아니라, 보행자와 자전거 중심으로 편재되어 있다. 한마디로 자가용은 물론, 공용버스조차 사람, 그 다음으로 자전거에게 양보하도록 도로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
카 센터 대신 자전거 센터
우리가 취미나 운동으로 자전거를 타듯이 독일도 라이딩하는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독일에서 자전거는 출퇴근하는 교통수단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자전거 중심의 인프라와 편의시설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튀빙겐만 하더라도 역 맞은 편에 자전거 대여 및 수리를 전담하는 센터(https://www.xn--radstation-tbingen) 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시내 곳곳에 대형 자전거 보관소가 보안장비를 갖춘 상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슈퍼마켓에서 재활용품 반납하고 현금으로 돌려받아
독일인은 검소하기로 유명하다. 오죽했으면 어릴 때 독일 사람들은 5명 이상이 안 모이면 성냥불도 켜지 않는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었을까? 이 정도는 아니지만, 독일 사람들의 재활용,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원 재활용 및 순환’에 대한 관점은 정말 대단하다. 매주 집 앞에 내어놓는 쓰레기를 종이, 플라스틱, 비닐, 유리 등으로 세세하게 분류해 분리수거할 뿐만 아니라, 유리로 된 병과 용기도 투명, 갈색과 녹색 등 3가지로 분류하는 콘테이너를 이용해 자원을 회수한다. 뿐만 아니라 재활용이 가능한 알루미늄 캔, 음료수 병과 플라스틱 용기는 슈퍼마켓의 자동판트기(Pfandautomat, https://www.how-to-germany.com/pfand-in-germany/)를 통해 바로 현금으로 교환해 준다. 용기 하나의 회수금이 0.25유로이니 원화로 무려 500원이다. 이러니 가끔 쓰레기통을 뒤져 음료수병을 찾는 독일 걸인을 보기도 한다.
플라스틱 생수통의 뚜껑까지 수거
이번 독일 방문에서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생수를 사서 마시는데 생수병 뚜껑이 본체와 분리되지 않도록 연결되어 있었다. 이건 뭐지? 이런 음료수병을 왜 사용하는 거지? 기숙사 옆집 아저씨의 말을 들으니 플라스틱 생수통의 본체 회수율은 높은데 '반환경적'인 플라스틱 뚜껑은 회수가 잘 되지 않아 2019년 유럽연합이 지침으로 이렇게 뚜껑이 연결된 음료수병을 유통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태양과 물을 이용한 에너지 전환
튀빙겐은 대학생이 전제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대학도시다. 튀빙겐이 생태친화적 도시임을 바로 알 수 있는 방법은 네카르 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면 된다. 튀빙겐은 강을 따라 존재하는 강변 수영장, 태양광 건물, 소형 수력발전소, 소형 풍력발전소 등 ‘에너지전환 코스’라는 자전거 탐방 코스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시립 스포츠센터인 아레나는 동쪽 건물 벽면을 다채색 태양광으로 만들었고, 네카르 강 하류 쪽에는 두 개의 소형 수력발전소를 가동하여 시가 필요로 하는 30% 전력을 조달하고 있다.
인구가 9만에 불과한 대학 도시 튀빙겐은 자신의 생태적 삶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거나 도서관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밝은 웃음 속에서, 재활용 영수증을 들고 순서를 기다리는 슈퍼마켓 카운트 앞에서, 유유히 흐르는 네카르 강 물줄기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독일인의 지혜와 노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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