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 기자 2024-09-27
기획 | 기후위기의 시대, ‘기후 돌봄(Climate Care)’공동체를 찾아가다
<편집자주> 기후위기의 시대, ‘기후 돌봄(Climate Care)’이 새로운 대응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 돌봄은 인간과 비인간 모두를 대상으로 한 돌봄을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환경에 적응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단순한 기후변화 대응을 넘어, 재난과 위험으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모색한다. 지역 주민들이 주도하는 기후 돌봄은 위기 상황에서 서로를 돌보며 회복력을 키우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지역 사회가 중심이 되어 에너지 자립, 친환경 농업, 자원 순환 등 지속가능한 생활 방식을 도입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동체는 기후 재난 시 취약 계층을 보호하고, 심리적·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며, 재난 대응력과 적응력을 높인다. 성북기후행동,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 성대골에너지자립마을, 노을공원시민모임 등 다양한 기후 돌봄 공동체가 이미 이러한 실천을 통해 지역사회의 회복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공동체들은 지역 주민들이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학습과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며,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함께 요구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회복을 촉진한다.
이은수는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화장품 제조업, 정보통신 분야 등에서 종사했다. 도시농부학교에서 도시농업을 처음 접하고 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지금은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의 대표로 있다.
도시에 생명을 심는,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
2013년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라는 비영리 단체가 만들어졌다. 도시농업 전문가 과정이 있어서 교사도 양성하고 있다. 전형적으로 도시를 중점으로 해서 도시농업을 하고 있다. 도시농업에도 여러 결이 있을 텐데,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는 '도시라는 공간을 어떻게 하면 푸르게 만들 것인가' 를 핵심 가치로 둔다. 도시에 생명을 심자는 슬로건을 갖고 도시에 다양한 것들을 해보는 거다.
도시라는 거대한 바위에 이끼를 키우자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는 다양한 작업들을 한다. 작물 재배는 기본이고 염색이나 숲 체험도 한다. 홉도 키워서 맥주도 빚는다. 음식물쓰레기를 자원화하기도 한다. 요즘 기후위기가 심각하다. 어떻게 극복할지 생각하면 자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식물은 탄소를 흡수하는데 그중에서도 이끼가 제일 좋겠다고 판단했다. 이끼의 탄소 포집률이 엄청 높다. 옥상에 키우기에도 적합하다. 옥상에 식물을 키우려면 무게가 너무 무겁지 않아야 하고 누수 문제도 없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이프팜’도 만들었다. 가벼운 파이프에 구멍을 뚫어 그 안에 식물을 심는 거다. 벽면에 넝쿨 식물을 걸어 두면 ‘녹색커튼’이 된다. 이끼는 바위에서도 자란다. 도시도 하나의 바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녹지 공간을 늘리기 위해 이끼라는 식물을 활용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는 연구실
파이프팜, 녹색커튼, 건물 지하에서 버섯 키우기 등 도시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의 일들을 회원들과 함께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들은 강사까지 포함해 40~50명이다.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는 기후돌봄공동체라는 말에 딱 맞는 공동체라고 생각한다. 이전부터 기후위기와 관련해 온도를 떨어뜨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연구했었다. 토종작물도 키우지만 아열대성 작물들에도 관심이 있다. 바나나, 파파야, 패션후르츠 등을 여기서 키우고 있다. 기후위기와 관련해 우리가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 지를 여러 방면으로 실험해보는 연구실이라고 보면 된다.
어제는 없고 내일은 모르고 오늘이 좋다
조직을 운영하게 되면 돈이 필요한데, 우리는 따로 돈을 걷지 않는다. 일단 고정비용을 없애기 위해 상근직원을 두지 않는다. 건물, 사무실 비용이 따로 나가지 않도록 내 건물, 내 사무실에서 한다. 대신 변동비 등은 우리 강사들이 강의하고 10% 정도 자율적으로 기부하게 해서 충당한다. 이제는 규모가 어느 정도 되어 이런저런 활동을 해서 들어온 돈을 쓰고 있다. 돈을 모으지 말자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모으면 흑심이 생기고 흑심이 생기면 욕심이 생기고 욕심이 생기면 분쟁이 생긴다. 오늘 내가 재미있으면 되는 거지, 내일까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
성공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가 가진 무형의 자산 가치가 매우 크다. 이런 일을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모여 취미생활을 하는 건데, 열심히 하다 보니 돈도 되고 일자리도 창출된다. 우리가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 콘텐츠가 되는 거다. 요즘엔 건물에 모자 씌워 주는 운동을 하고 있다. 더우니 온도를 내리기 위해서는 간단하게 그늘을 만들어 주는 거다. 특히 취약계층을 도우려고 옥탑방에 식물을 심고 있다. 이렇게 작더라도 하나씩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걸 행정기관이나 기업에서 가져가서 사회로 전체로 확산시켜 가는 것이 내가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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