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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재ㅣ충북대 산림치유학과 초빙교수ㅣ천천히 서둘러라

최종 수정일: 5월 20일

 

황희정 기자, 김진아 영상기자 2024-05-13


이창재 원장은 서울대학교 임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산림자원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부터 공직 생활을 시작, 31년간 산림청에서 근무했다. 남부지방산림청장,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산림 분야 전문관, 해외자원협력관, 산림자원국장, 제21대 국립산림과학원 원장, 제2대 한국산림복지진흥원 원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충북대학교 산림치유학과 초빙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공부하는 공무원


처음부터 어떤 뜻이 있어 산림학과로 진학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가서 공부하다 보니 점점 산림이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학 2년 때 한국 임학의 아버지인 현신규 교수님이 특강을 하러 오셨다. 그분이 그때 “내가 임학에 뜻이 있어 여기 온 건 아니다. 임학은 하면 할수록 중요한 것 같고, 이쪽 길로 들어온 것을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에 고무가 됐다. 대학 4학년 즈음에 임업직 기술고시에 합격했다. 석사, 박사 과정에 들어가 계속 공부하면서 공무원 생활을 했다.


'산림복원메커니즘'(Forest Landscape Restoration Mechanism) 프로그램을 만들다


산림 분야 국제 협력을 할 때 우리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짧은 기간에 헐벗은 산을 복원한 경험이 있다. 개도국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이었다. 개도국의 산림 복원 녹화 협력 시스템을 갖추는 게 주요 이슈였다. 산림 분야의 최고 국제기구가 있는 곳이 유엔식량농업기구(FAO)다. 이곳과 MOU를 맺고 한화로 약 5억원 정도 기부해 '산림복원메커니즘'(Forest Landscape Restoration Mechanism)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나중에는 프랑스, 독일도 출연해서 꽤 커졌고 지금까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 총회가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렸었다. 그때도 같은 취지로 우리의 복원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산림생태계복원이니셔티브(FERI: Forest Ecosystem Restoration Initiative)'를 만들었다. FAO와 한 것만큼 활발하지는 않아도 이어져 오고 있다. 당시 산림청이 국가 전체적으로는 우선순위가 높은 곳은 아니었지만 외국의 이러한 요구들이 많아서 산림자원국장, 해외자원협력관을 하는 동안 활발하게 교류하며 일했다.


인류 문명이 훼손한 지구 절반의 숲을 복원하면 된다


숲도, 환경도 우리는 미래 세대의 것을 지금 빌려 쓰고 있는 것이다. 미래 세대가 우리 아들, 우리 손자라고 생각하면 더 실감나고 우리가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산불, 재난 등 많은 일들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이 기후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눈 앞에서 벌어지기 전까지는 내 일 같지가 않은 것이다. 기후 문제가 정치 어젠다로 올라가기도 쉽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희망을 말하고 싶다. 매트 리들리의 『이성적 낙관주의자』라는 책에서 저자는 인류가 그동안 살아오며 겪었던 그 많은 어려운 일들을 다 해결했다고 말한다. 첨단기술을 활용해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무언가를 인류가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산림에도 희망이 있다. IPCC 기후변화보고서에서 산림은 가장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기후에 대응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한다. 산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탄소를 감축한다. 우리 도시에 잘 적응하기까지 한다. 인류 문명의 역사 이후로 지금까지 인류는 숲의 절반 정도를 훼손했다. 이걸 복원하면 된다.

 

꼭 필요한 것만 쓰고, 먹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는 대량소비사회다. 이 사회에는 산림교육이 필요하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삶이고, 어떻게 하면 자연과 더불어 살며 자연에 영향을 덜 주며 살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함께 공부하는 것이다. 산림치유는 그런 맥락이다. 조화로운 삶, 영어로는 굿 라이프(Good Life)다. 꼭 필요한 것만 쓰고, 먹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새는 외부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너무나 과도하고 끝이 없다. 지구 생태계나 숲에 영향을 적게 주면서 조화롭게 사는 삶에 대해 좀 더 많은 분들이 느끼고 생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물질 중심 사고가 아니라 정신적 가치를 중요시 여겨야 할 때


200년 전을 생각해보자. 조선 시대다. 이때는 정신적 가치만 중요시한 시대다. 당시 계급도 사농공상이다. 선비들은 배가 고파도 일하지 않았다. 상업을 천대했다. 식민지시대 거쳐 광복이 되었지만 전쟁을 거쳤다. 이때는 워낙 배고픈 시대라 반대로 정신적 가치는 하위에 있고 돈 버는 게 중심이 되었다. 덕분에 한강의 기적이 있었고 잘 살게 됐다.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 조선 시대에 있었던 정신적 가치를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물으면 무엇이라고 답하는가. 부의 양극화, 불평등이 심화되고 공동체가 해체되는 이유는 물질 중심 사고에서 온다.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며 기후 위기 등의 문제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똑똑하다. 한국은 레이트 스타터(Late Starter)지만 막판에 따라잡는다. ESG가 국제사회에서 이슈가 된 건 2009년부터이고 일본은 우리보다 한참 전이었다. 한국은 2021년 이슈화되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 영역에서 ESG가 이슈다. 정치인들이 소극적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면 정치인들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


천천히 서둘러라


박사(博士)라는 말에서 박(博)자는 '넓을 박'자다. 한 가지를 깊게 하려고 해도 넓게 알아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산림 분야도 마찬가지다. 산림은 한번 훼손되면 돌이키기 어려운 자원이기도 하다. 그러니 최대한 많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넓게 봐야 한다. 이탈리아에 ‘Festina lente’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말로 하면 ‘급할수록 돌아가라’와 비슷한 것 같다. 기후 분야에도, 또 그 어느 분야에도 적용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 진짜 급하다. 그렇지만 그럴수록 천천히 서둘러야 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 협업하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행은 빠르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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