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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칼럼 다짜고짜 기후 | 기후변화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치는 영향

최종 수정일: 4월 23일

기후변화 전쟁 영향력, 기후변화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러시아의 겨울은 모스크바 방어와 천연가스 수출 등 러시아의 국가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5-3-13 김우성

김우성 생태포럼 대표, 조국혁신당 울산시당 청년위원장

“아빠는 직업이 뭐야?” “글쎄? 주부인가?” 김우성은 주부, 작가, 정치인, 연구원, 대학강사, 활동가 등 n잡러의 삶을 살아가는 41세 남성이다.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에서 산림환경학(학사), 조림복원생태학(석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생물지리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동갑내기 생태학자 한새롬 박사와 결혼해 아홉살 딸 산들이와 울산에서 살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수련생을 거쳐, 울산광역시 환경교육센터 팀장,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을 맡아 활동했다. 현재는 조국혁신당 울산시당의 청년위원장을 맡고 있다. 아직 아내의 월급에 손댄 적은 없다. 아직은.

우크라이나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지 3년이 지났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시작과 함께 전 세계는 전쟁을 끝내기 위한 외교에 들어갔습니다. 미국과 러시아가 종전에 관한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배제되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전략은 침략한 나라와 침략당한 나라라는 전통적인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종전 외교 무대에서 고립된 채 패전국이 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광물자원을 향한 미국의 압박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져 있습니다. 


모스크바를 지키기 위한 완충지대의 확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간단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두 나라 사이에는 오랜 역사적 흐름과 피할 수 없는 지리적 요인이 얽히고설켜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중세부터 소비에트 연방시절까지 하나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같은 나라의 다른 지방 정도였습니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분리되었습니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추진하는 등 러시아와 다른 길을 가게 됩니다.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면서 러시아는 모스크바와 유럽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던 영토의 대부분을 상실했습니다.

지금의 모스크바는 유럽과 너무도 가깝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러시아 사이의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해 있습니다. 러시아는 모스크바의 서쪽에 있는 영토를 회복하기 위해 오래 싸워 왔습니다. 2014년에는 크림반도를 병합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 지역 또한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과의 충돌이 지속되어 왔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옳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수도인 모스크바를 지키기 위한 완충지대를 확보하는 것은 필연적인 욕망이며, 영토 이외에 다른 것으로는 러시아의 욕망을 채워줄 수 없습니다. 원하는 영토를 가질 때까지 푸틴의 러시아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겨울은 장벽이자, 마르지 않는 샘


기후변화 칼럼에서 왜 전쟁 이야기를 할까요? 러시아는 겨울의 나라입니다. 겨울은 언제나 러시아의 편이었습니다. 유럽을 정복한 나폴레옹의 군대도 혹독한 러시아의 겨울을 뚫지는 못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의 동부전선에서 러시아는 독일과 오스트리아군을 막아 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의 독일은 모스크바 근처까지 진격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겨울이 찾아왔고, 기온은 영하 30℃까지 떨어졌습니다. 수많은 병사가 동상으로 전투력을 상실했고, 탱크와 차량, 총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소련군의 반격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의 몰락이 시작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겨울은 러시아를 지켜주는 거대한 장벽이었습니다.

1941년 12월 10일에 촬영된, 모스크바 근처에서 파괴된 독일 전차들. 사진_위키커먼즈, RIA 노보스티 아카이브, 사마리이 구라리 사진 작가
1941년 12월 10일에 촬영된, 모스크바 근처에서 파괴된 독일 전차들. 사진_위키커먼즈, RIA 노보스티 아카이브, 사마리이 구라리 사진 작가

또한 겨울은 러시아의 마르지 않는 샘입니다. 러시아는 세계적인 천연가스 수출국입니다. 러시아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과 중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겨울이 다가오면 난방 수요가 증가하고, 천연가스 가격 또한 상승합니다. 겨울은 매년 찾아오고, 러시아의 지갑도 매년 두둑해집니다. 겨울은 러시아의 국토를 지켜주는 장벽이며, 러시아의 재정을 채워주는 마르지 않는 샘입니다. 


따뜻한 겨울, 유럽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없이 겨울을 나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은 침략국인 러시아에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했습니다. 러시아는 겨울을 기다렸습니다. 러시아가 공급하는 천연가스가 없다면 유럽은 겨울을 견디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기후는 변했고, 겨울은 따뜻해졌습니다. 2023년 1월 1일 스위스 서북부 들레몽 지역의 기온이 20.2℃를 기록했습니다. 스페인 북부 빌바오는 25.1℃까지 치솟았습니다. 역사상 가장 더운 1월입니다. 알프스의 스키장들이 문을 닫았고, 사람들은 반팔 셔츠를 입고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오후를 보냅니다. 유럽이 기록적인 이상 고온을 경험하면서 난방 수요가 줄어들었고,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했습니다. 유럽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없이 겨울을 견뎌냈습니다. 


독일은 힘든 시간, 노르웨이는 막대한 이득


러시아의 천연가스와 결별한 유럽 국가들은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독일은 메르켈 총리 시절 유로화 도입,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의 성장, 러시아의 저렴하고 안정적인 천연가스 공급을 바탕으로 오랜 호황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슐츠 총리 취임 직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많은 것들이 달라졌습니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차단함에 따라 에너지 비용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독일은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반면 노르웨이는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사라진 유럽의 에너지 시장에 원유와 천연가스를 공급하면서 막대한 이득을 거두었습니다. 높아진 에너지 가격과 전쟁으로 고통받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 사이에서 노르웨이는 표정 관리에 힘 쏟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트롤 가스전(Troll gas field)은 북해에서 발견된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전이다. 천연가스를 채취하는 트롤 A 플랫폼의 모습. 사진_위키커먼즈, 노르웨이 석유 및 가스 협회
노르웨이의 트롤 가스전(Troll gas field)은 북해에서 발견된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전이다. 천연가스를 채취하는 트롤 A 플랫폼의 모습. 사진_위키커먼즈, 노르웨이 석유 및 가스 협회

러시아 천연가스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유럽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공급원을 다각화했습니다. 러시아의 빈자리는 북해유전을 가진 노르웨이, 바다 건너 미국, 카타르와 같은 중동의 에너지 수출국들이 채웠습니다. 더불어 지중해와 사하라 사막 너머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와 알제리로부터 천연가스 수입을 위한 파이프라인 건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태양광 및 풍력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또한 확대했습니다. 러시아는 유럽이라는 시장에서 에너지 수출국으로서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러시아를 방어하던 겨울이 사라지고 있다


더 이상 러시아는 겨울의 나라가 아닌 것 같습니다.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은 녹아내리고 있고, 겨울숲인 타이가는 불타고 있습니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존재하지 않던 북극 항로가 열리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러시아는 부동항을 찾아 헤메지 않습니다. 러시아를 지켜주던 겨울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의 최대 피해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닐까요? 시베리아에서 뽑아올린 천연가스 또한 기후변화의 원인이니 자업자득인 것일까요? 기후변화는 전쟁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당연히. 

2021년 4월 러시아의 서시베리아의 광범한 지역이 두꺼운 눈으로 덮인 풍경에서 연기로 가득찬 하늘로 바뀌었다. 다수의 산불이 얼음으로 덮인 호수 주변에서 발생하였다. 사진은 2021년 4월 22일, NASA의 아쿠아(Aqua) 위성에서 러시아 옴스크(Omsk)  북부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을 촬영한 것이다.  사진_modis.gsfc.nasa.gov
2021년 4월 러시아의 서시베리아의 광범한 지역이 두꺼운 눈으로 덮인 풍경에서 연기로 가득찬 하늘로 바뀌었다. 다수의 산불이 얼음으로 덮인 호수 주변에서 발생하였다. 사진은 2021년 4월 22일, NASA의 아쿠아(Aqua) 위성에서 러시아 옴스크(Omsk) 북부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을 촬영한 것이다. 사진_modis.gsfc.nasa.gov

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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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Mar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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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매주 읽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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