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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기후공약 유감

최종 수정일: 5월 4일

전재경 2024-03-05

 

전재경 환경사회경영원장

동국대학교 법학과 졸업,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를 받았다. 법무부 참사 및 전문위원(1981~1990),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및 연구본부장(1990~2014), 사회자본연구원 원장, 서울대학교 대학원 글로벌환경경영 겸임교수, 생명회의 공동대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부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논문으로는 「동북아 공동체 형성을 위한 법률적 접근 방안」, 「국정 패러다임의 법 정책학적 성찰」 등이 있다.


 

4·10 총선을 앞두고 시민사회단체와 각 정당들이 앞다투어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다. 여느 선거처럼 경제 위기, 복지 강화, 정치 개혁, 외교 안보, 기후위기 등이 쟁점으로 꼽혔다. 경제 위기에 따른 복지 강화는 전세계적인 추세이다. 정치 개혁은 단골 메뉴이지만 이현령 비현령이다. 외교 안보는 따지고 보면 국가통수권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총선에서 부각되기 어렵다. 국제 사회의 화두인 기후위기는 자원의 최적 배분을 저해하기 때문에 생물다양성 손실과 함께 지역 사회와 취약 계층에게 충격과 부담을 가중시키므로 환경정의라는 관점에서 총선 정국의 중요 쟁점에 해당한다.


환경부정의의 특수한 형태로서 기후부정의는 경계해야 할 과제

각 시민사회단체의 토론 흐름에 나타난 기후변화의 영향은 두 가지로 나뉜다. 탄소배출 규제가 강해질 경우 부담이 커지는 지역이 있고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지역도 있다. 전자에는 석탄발전소 지역이거나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이 밀집된 당진, 보령, 태안, 거제, 울산(동구)이 포함되고, 후자에는 제주, 경남, 대전, 부산, 대구가 포함된다. 서울 강남, 송파, 강동, 광진, 성동, 용산, 중구 등 서울지역 사람들은 다수(80.3%)가 기후위기를 정책 1순위라고 인식하지만, 실제 기후 취약 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기후부정의가 생겨날 소지가 있다. 환경부정의의 특수한 형태로서 기후부정의는 후보자들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경계하여야 할 과제이다.


형평의 관점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통한 '정치의 생태화'에 도달해야


일찍이 지속가능발전 개념과 결부된 환경정의는 세대간 형평, 지역간 형평 그리고 계층간 형평으로 구분된다. ‘형평(equity)'은 모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평등’과 달리 “다른 것은 다르게” 처우하는 상대적 정의의 개념이다. 기후위기 앞에서는 어린이·청소년·육아여성·노인과 같은 계층이 환경 취약 계층이요, 생태적으로 낙후되고 생물다양성이 열악한 지역[생태 취약 지역]의 근로자들이나 주민들이 생태 취약 계층이다. 이러한 계층이나 지역에 대하여서는 '형평'의 관점에서 정의로운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취약 계층·지역에 대해서는 세금의 징수와 교부금·보조금 배분 비율이 달라져야 한다. 생태 취약 지역에서는 기후위기 인식이 낮더라도 두터운 보호가 요청된다. 이는 ‘정치의 생태화’에 이르는 길이기도 하다.


총선 후보들은 기후위기와 그에 대한 적응 및 위기 관리에 유념해야


 현실적인 생태정치에서 기후위기는 탄소 감축에 따른 지역 경제의 부담, 폭우와 폭염에 따른 취약 계층의 위험으로 구체화된다. 녹색전환연구소가 조사한 설문을 보면, 스스로를 '기후 유권자'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응답자의 33.5%를 차지한다. 작년에 심한 가뭄을 겪었던 전남이 기후 유권자 1순위를 차지하였음은 주목할 만하다. 서울 서초구인들이 기후위기 순위를 늦추고 있음도 분석을 요한다. 이러한 인식이 선거와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투표에까지 이어진다면 총선 후보들은 기후위기와 그에 대한 적응 및 위기 관리에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기후 유권자를 상대로 하는 캠페인이 절실하지만, 평소의 선거 민심처럼, 유권자들의 인식과 행동이 유리된다면 기후 문제의 해결이 요원해진다.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생활비를 절감하고 녹색 일자리를 만든다는 복합적 접근이 중요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한 위한 사회기반시설[인프라] 차원에서 에너지 전환, 공공교통 확충, 안전 주거 확보, 산업 부문 탈탄소, 핵발전 지양 및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는 물론 핵심 의제들이다. 아울러 생활환경 영역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생활비를 절감하고 녹색 일자리를 만든다는 복합적 접근도 중요하다. 탈탄소의 길에서는 연탄을 기부하는 일회용 선심성 행사 대신에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난방 기술과 연료를 교체하는 원인 요법이 불가결하다. 이를 실천하기 위하여서는 유권자들이 전문가 집단의 조력을 받아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후보들이 이를 수용하여야 한다. 하지만 선거까지의 시간표를 감안한다면 기대 가능성이 떨어진다.


지역 경제의 구조 조정과 자원의 최적 배분이라는 차원에서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이 재편되어야


탄소중립에 찬성하면서도 여전히 정치적 공약에 따라 입지가 결정되는 공항 건설 계획이라든가 간척지의 토지 이용 계획을 수시로 바꾸면서 개발 이익을 표방하는 새만금 사례에서는 환경정의나 생태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공영개발을 내세우는 연구기관과 사업자들의 이익만 존재할 뿐이다. 낙후 지역의 소멸은 공항 건설과 선박 및 버스의 유지·증편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유통이나 소비 또는 거주의 불편을 감내하지 않으면서 환경을 보전한다는 사고 방식은 지속가능한 발전 경로와 맞지 않다. 석탄 발전 감축으로 인한 잉여노동력과 경제적 충격을 걱정함은 당연하지만 지역 경제의 구조조정과 자원의 최적 배분이라는 차원에서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이 재편되어야 한다. 인구 절벽은 환경 보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손질하고 정의로운 세수 전환이 필수


정의로운 전환이나 탄소중립 과정에서 안정적인 재원의 확보와 적정 배분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다.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손질하고 정의로운 세수 전환이 필수이다. 예컨대,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열거하는 순서대로 세수가 지출되고 근거법 자체가 한시법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운용 자체가 힘들다.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지출 순위가 역전되어야 한다. 이런 공약을 내거는 총선 후보를 보고 싶다. “탄소세를 개혁하자”는 의견은 보완이 필요하다. EU 국가들은 거의 대부분 탄소세를 징수하기 때문에 탄소국경조정세를 표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탄소세를 포함하여 환경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배출권 거래가 겉돈다. 환경법상 환경부담금들은 세금이 아니다. 정치인들이 기후위기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환경세제를 고쳐야 한다.

 

환경법제에서 감시자와 사업자를 겸하는 것은 모순, 부처간 협력과 조정이 가능한 조직으로


탄소중립 정책의 입안과 탈탄소를 위한 규제의 시행 그리고 공정한 전환 과정에서 주무 부처의 역할과 위상 그리고 책임에 대한 논의들이 등장한다. “환경부의 가치가 무너졌다”는 진단과 함께 “폐기물 관리권밖에 없는 환경부가 폐기물 관리에서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는데 탄소중립 주무 부처를 계속 맡아도 되겠는가”라는 의문이 덧붙여지기도 한다. 일부 논객들은 탄소중립 부처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또는 국토교통부로 이관하여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환경법제에서는 감시자와 사업자의 신분이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댐 건설, 상하수도나 폐기물 관리에서는 사업자의 속성이 두드러진다. 감시자가 사업자를 겸할 경우 둘 중의 하나는 없어진다. 탄소중립 책임을 개발 부처에 맡길 경우 반대의 모순이 생긴다. 명령통제형 탄소중립위원회를 영국의 경우처럼 친구와 같은 조력형 기후변화위원회로 고쳐 부처간 협력과 조정을 도모함도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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