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정욱식의 전쟁과 기후ㅣ‘스타워즈’의 부활과 지구 환경의 미래

2025-05-30 정욱식

트럼프 대통령이 '골든돔' 우주 미사일 방어 체계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미-중-러 간 군비 경쟁을 격화시키고 기후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골든돔 구축을 위해서 1000회 정도의 로켓 발사가 이뤄진다면, 이로 인해 33만 6000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정욱식 평화네크워크 대표,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핵과 전쟁이 없는 세상, 모두가 공평하게 누리는 평화를 상상하고 궁리해 온, 평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1999년 평화네트워크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6~2007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방문학자로 한미동맹과 북핵문제를 연구했다. 20여년 동안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군축⸱반핵⸱평화체제를 천착한 공로로 리영희상(2020)을 수상했다. 현재는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과 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다. 『청소년에게 전하는 기후위기와 신냉전 이야기』(2023),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2023), 『미중 경쟁과 대만해협 위기』(2022), 『흥미진진한 핵의 세계사』(2020), 『김종대 정욱식의 진짜안보』(공저, 2014) 등 40여 권의 저작이 있다.


트럼프, 244조 원 규모 '골든돔' 사업 발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스타워즈의 부활’을 선언했다. 그는 5월 20일 우주 기반 미사일방어체제(MD)인 ‘골든돔’(Golden Dome)을 “내 임기(2029년 1월-필자 주)가 끝나기 전에 전면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우주군 참모차장인 마이클 게틀라인 장군을 골든돔 사업의 수석 책임자로 지명했고, 이 사업의 전체 비용이 1천 750억 달러(약 244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세부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차세대 MD의 주요 구성 요소로는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을 탐지·추적할 수 있는 우주 센서 배치, 이륙 단계에 있는 적의 미사일을 파괴할 수 있는 우주 기반 요격체 개발·배치, 발사 이전 단계에 있는 적의 미사일을 파괴할 수 있는 요격체 개발·배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주도의 MD는 육·해·공 기반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우주로까지 시야를 넓히려고 한다. “경쟁자”와 “불량국가”의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등의 개발 속도가 기존의 MD를 뛰어넘고 있다며, MD의 지리적 작전 범위를 크게 확장할 수 있는 우주의 유용성을 강조한다.

지난 5월 20일 골든돔 사업을 발표하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_Atlantic Council
지난 5월 20일 골든돔 사업을 발표하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_Atlantic Council

레이건의 '스타워즈' 구상을 부활시키다

‘스타워즈’의 원조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였다. 레이건은 1983년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부르면서 핵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략방위구상(SDI)’를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우주에 센서와 레이저를 장착한 위성을 다량으로 배치해 ‘상호확증파괴(MAD)’ 시대를 끝내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 낭비와 소련과의 군비경쟁 격화를 초래하면서 임기 말에는 유명무실화되었고 뒤이어 집권한 조지 H.W 부시 행정부는 이 구상을 철회했다.

그래서였을까? 트럼프는 골든돔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레이건을 소환했다. “우리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40년 전에 시작한 과업, 미국 본토에 대한 미사일 위협을 영원히 종식시키는 일을 진정으로 완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는 할 수 있어’라는 특유의 자기애에 심취해 스타워즈의 부활을 선언한 셈이다.


군비경쟁, 우주로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특정 국가를 거명하진 않았지만, “경쟁자”는 중국과 러시아를, “불량국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과 이란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미국 내 일각에선 이들 네 나라를 “새로운 악의 축”이라고 부르면서 강한 경계심을 표출해 왔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 이란과의 핵협상은 답보 상태에 빠졌다. 미국은 조선이 비핵화를 선택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본다. 이 와중에 중국이 미국을 추격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취임사에서 “피스메이커”가 되겠다고 다짐한 트럼프로서는 거의 모든 게 뜻대로 풀리지 않자, 골든돔을 앞세운 “힘에 의한 평화”로 방향을 선회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골든돔도 트럼프의 뜻대로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자신의 임기 내에 일부 시스템이 가동될 수는 있겠지만, “전면적인 운용”은 불가능해 보인다. 또 트럼프는 전체 사업비용가 1천 750억 달러라고 말했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공격용(핵미사일), 방어용(MD) 전략무기 경쟁의 격화


그런데도 우리가 골든돔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다방면에 걸쳐 있다. 우선 중국과 러시아의 대응 여부 및 그 수준이 관심거리이다. 1990년대까지 냉랭했던 중러관계가 그 이후 결속되어 온 데에는 미국 MD에 대한 경계심이 크게 작용해 왔다. 올해 5월 8일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채택한 공동성명에서도 미국의 골든돔과 미국 주도의 MD 네트워크 구축 시도에 강한 경계심을 표출하면서 공동 대응을 다짐했다. 이는 3대 전략 무기 강대국들이 핵미사일을 주축으로 하는 공격용 전략무기와 MD를 위시한 방어용 전략무기 경쟁이 격화될 것임을 말해 준다. 조선도 골든돔을 강력 비난하면서 대응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한국의 차기 정부에게 골든돔 참여를 요구할 듯


동맹을 철저하게 ‘거래주의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 트럼프가 동맹국을 상대로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의 기질을 보면 두 가지 주장을 펼치면서 골든돔 참여를 압박할 수 있다. 하나는 미국이 동맹을 계속 방어해 주길 원한다면, 동맹도 미국 방어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골든돔이 동맹 방어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골든돔이 기존 및 차세대 MD와 연계되어 다층 방어 시스템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양자·다자 협력에 다설 뜻을 밝히고 있다. 첫 상대는 캐나다이다. 트럼프는 5월 20일에 캐나다가 골든돔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고 그 이후 양측은 고위급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미국이 일본과 호주는 물론이고, 한국의 차기 정부를 상대로도 골든돔 참여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기후환경 위기에 기름 붓나?


골든돔은 기후환경의 관점에서도 반드시 짚어 봐야 할 문제이다. 골든돔을 추진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 배출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스페이스 X의 팰컨9은 발시 1회당 약 336톤의 CO₂를 배출한다. 그런데 골든돔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백 개의 감시·탐지·추적·식별을 담당하는 인공위성이 필요하다. 또 요격미사일이나 레이저를 장착한 위성도 다수 필요하다. 아울러 인공위성은 수명이 짧고 궤도 변경이나 성능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재발사도 필요하다. 이를 종합해 골든돔 구축에 필요한 로켓 발사 회수를 팰턴9을 이용한 1천 회로 가정하면 로켓 발사 과정에서만도 33만 6000톤의 탄소가 배출된다.

그런데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골든돔에 필요한 장비와 무기의 생산, 군수 물류와 운송, 전력 소비, 유지·보수 등의 과정에서도 막대한 탄소가 배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골든돔 자체뿐만 아니라 이것이 초래할 군비경쟁의 격화는 기후위기 대처에 사용되어야 할 소중한 자원과 협력을 탕진하게 될 것이다.


우주로 보내는 로켓으로 오존층 파괴, 온실가스 배출 가속화


골든돔이 가시화되고 군비경쟁이 우주로까지 확대되면 기후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온실가스 증가와 예산 낭비에 국한되지 않는다. 로켓 엔진의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는 그을음(블랙 카본), 염소 화합물과 질소 산화물, 산화알루미늄 등 여러 물질은 대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이들 물질은 태양의 유해한 자외선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오존층을 파괴할 것이다. 1989년 발효된 ‘오존층 보호를 위한 비엔나 협약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에 로켓 배출물을 규제하는 내용이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또 성층권에 배출된 수증기는 온실가스로 작용하여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할 수도 있고, 늘어나게 될 우주 쓰레기도 걱정거리가 될 것이다.

서로 싸우고 다투다가도 외계인이 침공하면 지구를 구하기 위해 서로 힘을 합친다고 한다. 오늘날 외계인의 침공에 해당하는 실존적 위협은 인류 스스로 만들어낸 기후환경 문제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천문학적 예산과 우주기술에서부터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첨단 기술을 투입해 우주에 골든돔을 만들어 나를 지키겠다고 한다. 이 무모한 흐름을 되돌리기 위한 지구촌 사람들의 각성과 연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참고 자료

1 Comment

Rated 0 out of 5 stars.
No ratings yet

Add a rating
trokim
Jun 04

기후위기시대, 방위 산업은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할까요?

Like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이 기사를 읽은 회원

​로그인한 유저들에게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로그인 후에 이용 가능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회원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