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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여자 박소연의 러브레터|쉽게 비관하지 않는 법

 

박소연 2024-07-05

연세대 인류학과 졸업. 서울대 지리학과 석사과정에서 정치생태학을 연구하고 있다. 인간의 정치활동이 생태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크다. 복잡한 논의를 통해 해답을 찾는 과정이 소중하다는, 스물여섯 살 '지구여자'다



 

자연을 축적 대상으로 그리는 자본주의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위기들 속에서 대안적인 미래를 상상해 낸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위기들의 근본적인 원인으로서 우리 자신을 위치시키고 책임감을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태를 파괴해 온, 그리고 우리가 오랫동안 속해 있었던 자본주의의 구조는 여전히 인간이 어디서부터 변화를 시작해야 하는지조차 혼란스럽게 만드는 큰 벽으로 작동한다.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노동을 표준화하고, 자연을 축적의 대상으로서 효과적으로 그려 내고 있는 자본주의적 사회, 그 끝은 무엇일까?


송이버섯에서 읽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불안정함


인류학자 애나 칭(Anna Lowenhaupt Tsing)은 오리건 주 송이버섯 채집인들을 만나며 자본주의 글로벌 가치사슬이 사실은 굉장히 불안정하고 다양한 ‘패치’들의 얽혀 있는 관계들에 의존하고 있음을 밝힌다. 그가 연구한 세계에서 자본주의는 더 이상 동질적이고 흔들리지 않는 일률적 체계가 아니다. 송이버섯이 일본에서 매우 비싼 상품으로 팔리며 가치를 부여받는 순간까지, 송이버섯은 채집인과 중개인 등의 인간 행위자뿐만 아니라 나무와 같은 다른 비인간들과 풍부하고 다양한 관계들을 거친다. 나무와 버섯들은 ‘산불 금지’와 같은 인간의 기획과 의도를 쉽게 넘어선다. 그리고 그것들은 자본가의 생산수단의 통제와 노동자의 소외로 만들어지는 단일한 자본주의의 모습과는 분명 다르다. 


“불안정성을 염두에 두고 생각한다는 것은, 확장성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프로젝트가 풍경과 사회를 변형시켜 온 방식을 이해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확장성이 실패하는 지점, 그리고 확장성 없는 생태적, 경제적 관계가 분출하는 지점을 응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도전적인 일이다.” (AL Tsing, 2015)


관계들의 새로운 배치, 새로운 경제적 삶의 가능성


어디에나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자본주의가 가지는 확장성이 사실은 예측 불가능하고 변화하는 배치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자본주의가 완벽하게 단단한 시스템이 아닐 수 있다는 것, 관계들의 새로운 배치를 통해 새로운 모습의 경제적 삶과 가능성들을 모색해볼 수 있지 않겠냐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


익숙해져 있던 감각이 아니라 다양한 존재들과의 관계에 나를 적극적으로 위치시키는 것, 그 관계의 모습을 관찰하고 한 가지로 고정되지 않은 경제적 삶의 형태를 찾아내는 것, 그 불안정함과 예측 불가능성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며, 본 코너의 연재를 마치고자 한다.



  • <지구여자 박소연의 러브레터>는 필자가 연구 작업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 연재를 마칩니다. 그 동안 이 코너를 사랑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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