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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여자 박소연의 러브레터|'정의로운 전환', 어떤 전환을 만들까?

 

박소연 2024-06-07

연세대 인류학과 졸업. 서울대 지리학과 석사과정에서 정치생태학을 연구하고 있다. 인간의 정치활동이 생태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크다. 복잡한 논의를 통해 해답을 찾는 과정이 소중하다는, 스물여섯 살 '지구여자'다



 

전환의 복잡성


생태 위기에서 어떤 전환이 가능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환경 관련 정책은 특정한 계층의 생계 위기나 복지모델의 위기를 유발하기도 하고, 불평등 해결을 위한 생활 수준의 향상은 물질적 착취를 전제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환경과 불평등을 고려하며 제안되는 여러 가지 대안들은 종종 여전히 인간중심주의적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이러한 고민들간의 마주침과 경합은 가까운 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기후정의행진이라는 전환운동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매년 진행되는 기후정의행진에는 노동조합, 환경단체, 사회적협동조합, 동물권운동단체 등 서로 다른 집단들이 참여하며 다양한 목소리를 낸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leaving no one behind’) 전환


이러한 경합들 속에서 생태 위기에 대해 어떤 방향성과, 나아가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담론 중 하나로 ‘정의로운 전환’이 있다. 정의로운 전환은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주장하며 등장했고, 이후 기후 위기 담론과의 결합을 거치면서 기후 위기 대응의 주요한 원칙으로 다루어지게 되었다. 국제적으로는 2010년 COP 16과 2012년 Rio+20 UN 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다루어졌으며, 국제노동기구(ILO), 유엔환경계획(UNEP) 등 다양한 국제기구들의 참여와 함께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및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전문에 다음과 같이 공식적으로 포함되었다. 


“당사자들이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대응 조치에서 비롯된 여파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인식하고, 기후변화 행동, 대응 및 영향이 지속가능한 발전 및 빈곤 퇴치에 대한 공평한 접근과 본질적으로 관계가 있음을 강조하며, (중략) 국가적으로 규정된 발전 우선순위에 따라 노동력의 정의로운 전환과 좋은 일자리 및 양질의 직업 창출이 매우 필요함을 고려한다.”


정의로운 전환의 폭넓은 상상


다양하고 교차적인 맥락을 가지는 위기를 마주하며, 정의로운 전환의 개념적 가능성을 더욱 넓은 범위 내에서 사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0년대 이후로 정의로운 전환은 노동자 보호를 넘어서 더욱 포괄적인 사회적 전환과 함께 논의되었다. 이러한 개념적 확장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평등하게 부여한다는 절차적 정의나, 단순히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에서 나아간다. 즉, 지속가능한 생태정치, 자원과 권력의 공정한 분배 등을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사회적 절차와 연대가 뒷받침되어야 하는지를 상상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현재의 경제체제가 생태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해서 묻고, 지속가능한 경제와 사회의 모습을 고민할 수 있다. 이때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 또한 단순히 ‘탄소중립’이라는 단일한 목표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의 영향과 적응 비용이 사회공간적으로 드러나는 방식들, 그것이 사회불평등의 구조와 연결되어 있는 양상 등과 함께 더 복합적으로 읽힐 수 있다. 사회를 더 포용적인 생태학적, 사회적 경로로 이끄는 방식을 폭넓게 고민함으로써 전환의 가능성은 보다 풍부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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