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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여자 박소연의 러브레터|정치란 누구의 행위인가?

 

박소연 2024-05-09


연세대 인류학과 졸업. 서울대 지리학과 석사과정에서 정치생태학을 연구하고 있다. 인간의 정치활동이 생태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크다. 복잡한 논의를 통해 해답을 찾는 과정이 소중하다는, 스물여섯 살 '지구여자'다




 

인간의 특권을 내려놓기

     

인간중심주의의 해체는 최근에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주제다. 인간은 늘 인간 이외의 주체들과 연루되어 있고, 또 때로는 그들의 존재에 의해 조건지어진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우리 사유의 방향에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객체지향존재론(Object-Oriented Ontology, OOO)은 이러한 인식론적 전환을 주도하는 하나의 흐름이다. OOO는 사물 자체보다는, 그것을 인식하고 탐구하는 주체, 즉 근대의 인간에 방점을 두었던 기존의 시선을 뒤집는다. OOO의 관심은 대상 자체의 실재성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과, 이러한 사물들의 관계에 있다.

     

정치적 주체는 인간만이 아니다


‘인간이 단지 외부에서 방관하는 특권적 관찰자라기보다는 오히려 인간 자신이 공생의 구성 요소가 되는 방식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 자신이 객체라는 점과 인간이 자신의 시간과 장소의 단순한 산물이 아니라 자신이 직면하는 모든 환경에 맞서 대처하면 할수록 그 자신이 객체로서 더욱 더 풍성해지고 중요해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하먼, 2020)

     

이러한 인간중심주의 해체의 커다란 흐름은 학자들의 사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행위의 철학으로서 구체화되고 있다. 논의는 정치는 더 이상 인간 행위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작한다. OOO를 선도하는 학자인 그레이엄 하먼(Graham Harman)은 인간중심주의 해체의 석학인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정치철학을 해설하며, 이러한 객체들이 회집하여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객체지향정치의 가능성을 발견해 낸다.

     

이 새로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수많은 비인간 행위자들이다. 가령 인간이 기후 위기의 주된 원인이라고 하지만, 기후 위기에 답하는 우리의 정치가 늘 우리의 통제와 예측 아래에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학은 제도들과 경합하기도, 공모하기도 하고, 이는 다른 자연적·문화적 요소들에 영향을 미친다. 이 정치적 행위자들은 또 다른 요소들과 접촉하며 정치에 새로운 쟁점들과 관계들을 제공한다. 이에 하먼은 기존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되어 있었던 존재들을 네트워크 안으로 끌어오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새로운 정치, 누구를 불러올 것인가?


이렇게 만들어진 정치적 집합체는 인간 중심적인 시선으로 구성된 특정한 정치적 목표와 방향성을 기준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비인간 존재자들이 정치적 집합체로 가져올 수 있는 정치 상황들로 확장되고, 이에 따라 다양한 실험적 시도들이 가능해지는 과정으로 정치를 다시 읽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 ‘언제나 진화하는’ 정치는 다양한 객체, 관계들의 역동적 과정이다. 우리가 마주한 위기들 앞에서, 우리는 어떤 비인간 객체들을 회집체 안으로 불러들여야 할까?

     

*그레이엄 하먼 지음, 김효진 옮김, 『비유물론: 객체와 사회 이론』, 서울: 갈무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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