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판과 대만판으로 발간되었던 '빈과일보'의 보도를 비판 없이 인용했던, 서구와 한국 언론의 이중적인 보도 행태를 들어, 한국 언론에 비친 국제뉴스를 곱씹어 읽기를 권한다.
윤효원 2024-11-28
윤효원 아시아 노사관계 컨설턴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감사 |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언론은 사회적 사건을 전달하며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해야 하며, 사건의 본질과 맥락을 균형 있게 독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국제 뉴스를 다루는 서방과 한국 언론의 보도 행태는 이러한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설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그 심각성은 2019년부터 지금까지의 홍콩 ‘자유화’ 시위 보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 있다.
서방 언론은 특정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사건을 편향적으로 보도하며, 한국 언론은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러한 보도 행태는 사건의 본질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 왜곡된 메시지를 전달하며 언론의 신뢰를 훼손한다.
홍콩 의회 점거와 미국 의회 점거
2019년 홍콩에서 시작된 반중국 시위는 초기에는 평화적 시위였으나, 서방의 개입이 본격화되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폭력적 양상으로 변질되었다. 홍콩 시위대는 의회를 점거하고 공공기물을 방화하고 대중교통 시설을 파손하고 대학 건물을 고의로 훼손하는 극단적인 행동을 보였다. 이러한 행위는 사회적 혼란과 공공 안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초래했다.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의사당에 난입해 창문과 문을 부수고, 의회 내부를 파손하며, 경찰과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의사당 내부에서 불법적으로 점거를 이어가며, 상원의장석을 점유하는 등 의사 진행을 방해했다.
서방과 한국 언론의 이중적 보도
서방과 한국의 언론은 두 사건에서 폭력 행위라는 공통점이 있음에도, 완전히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홍콩 시위대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한 투사로 칭송하며 폭력 행위를 축소하거나 정당화했다.
반면, 미국 의회 점거자들에 대해서는 반민주주의적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서방 언론의 이러한 태도는 사건의 본질과 맥락을 무시하고, 특정 정치적 이념과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보도했음을 보여 준다.
황색 저널리즘인 '빈과일보'
홍콩의 빈과일보(Apple Daily)에 대한 서방과 한국 언론의 보도도 위선적인 이중 플레이의 전형을 보여 준다. 중국 본토 출신으로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Giordano) 창업으로 엄청난 부를 이룬 지미 라이가 1995년 6월 창간한 빈과일보는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묘사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미 라이는 민주화투사와 거리가 멀고 빈과일보는 민주언론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빈과일보는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위한 매체라기보다는 선정적 보도와 황색 저널리즘으로 상업적 성공을 추구한 매체였다. 빈과일보는 창간 이래로 언론 윤리를 위반하며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빈과일보는 연예인의 사생활을 폭로하며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이는 피해자들에게 심각한 2차 피해를 초래했다.
범죄 사건을 다룰 때, 피해자의 신상을 노출하고 사건의 자극적인 세부 사항을 강조하며 사회적 공포를 부추겼다. 홍콩 시위 당시에는 빈과일보는 시위대의 폭력성을 축소하며, 시위대를 민주주의 투사로 미화했다. 무엇보다도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구독료 인하 경쟁을 주도하면서 홍콩의 언론 생태계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빈과일보의 싸구려 경쟁으로 중견 언론사들이 파산했다.
대만 빈과일보, 황색 저널리즘의 전형
지미 라이는 대만에도 빈과일보를 창간해 황색 저널리즘으로 대만 언론계의 수준을 떨어트렸다. 대만 빈과일보는 2003년 홍콩 빈과일보의 대만판으로 창간된 이후,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를 주요 전략으로 삼아 빠르게 독자층을 확보하고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지만, 동시에 언론 윤리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심각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대만 빈과일보는 홍콩판과 마찬가지로, 연예인들의 사생활과 스캔들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대량 생산했다. 특정 연예인의 불륜이나 성적인 행동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기사화해 대중의 관심을 유도했고 이러한 보도는 사생활 침해와 2차 피해를 야기하며, 언론의 공공성보다는 상업적 이익을 우선시한 행태로 비판받았다.
성범죄와 강력사건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
빈과일보는 대만에서 발생한 강력 범죄를 다룰 때, 사건의 충격적인 내용을 부각시키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상을 과도하게 공개하는 경향을 보였다. 성범죄 사건 보도에서 피해자의 외모, 의상, 당시 행적 등을 세세히 묘사하며 피해자에게 잘못이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이는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초래했고, 언론 윤리에 대한 강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범죄나 사고와 관련된 기사를 다룰 때, 과도하게 폭력적이고 충격적인 이미지를 사용하여 독자들의 주목을 끌려는 행태를 보였다. 사고 현장 사진이나 희생자의 사체 사진 등을 가감 없이 보도했는데, 이는 독자들로부터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며, 언론의 자극적 보도가 사회적 공포와 불안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정치인들의 사생활이나 의혹을 다룰 때, 과도하게 감정적인 표현과 자극적 이미지를 사용해 논란을 키웠다. 부당하게 정치적 갈등을 부추겼고, 사실 확인이 부족한 보도로 인해 대중의 혼란을 야기한 사례도 있었다.
언론 윤리와 공공성의 결여
대만 빈과일보의 보도 방식은 사회적 책임보다 상업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선정적 보도는 단기적으로는 독자층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지만, 언론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사회적 분열을 조장했다.
대만 빈과일보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윤리적 기준을 무시한 채 자극적인 기사를 양산했다. 이는 언론이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는 상업적 목적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중요한 사실은 대만 빈과일보는 반중-친미 노선을 실행한 집권 민진당의 강력한 후원자였다는 점이다.
서방과 한국 언론의 신뢰성 문제
이러한 빈과일보의 문제점을 무시하고, 서방 언론은 지미 라이와 그의 언론을 홍콩 민주화의 상징으로 포장했고, 한국 언론은 이러한 입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서방 언론과 한국 언론은 중국에 대한 비판을 강화하기 위해, 반중국 여론전의 최전선에 있던 지미 라이라는 인물과 빈과일보라는 매체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이러한 서방 언론의 보도 태도는 빈과일보의 윤리적 결함을 간과하며, 독자들에게 왜곡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결과를 낳았다.
홍콩 시위대와 미국 의회 점거자들, 그리고 지미 라이와 빈과일보 사례는 서방과 한국 언론이 이중적 잣대와 이념적 편향성으로 언론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문제를 여실히 보여 준다.
언론은 특정 정치적 이해관계나 이념에 따라 사건을 왜곡하지 않고, 사실과 진실에 기반한 공정한 보도를 실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중국-러시아-북한 문제 등 국제 뉴스에서 ‘기레기’로 전락한 한국 언론은 서방 언론의 프레임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 문제에서 서방과 한국의 언론은 민주주의 사회의 감시견 역할을 수행하기보다는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거나 특정 시각을 정당화하는 보도를 내놓음으로써 독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언론 스스로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모습을 보여 왔다.
국제 뉴스를 대하는 독자의 태도
서방 언론은 특정 이념과 이해관계에 따라 사건을 선택적으로 보도함으로써, 그 자체로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홍콩 시위대와 빈과일보 사례에서 드러난 지나친 미화와 문제점에 대한 축소 보도는 언론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훼손했다. 한국 언론 역시 서방 언론의 이러한 태도를 무비판적으로 답습하며, 국제 뉴스 보도에서 독립성을 상실한 지 오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1월 27일 광운대에서 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눈앞에 보이는 뉴스만 볼 게 아니라 직접 찾아 들어가서 무엇이 이상적인 사회이고 바람직한 나라인지, 끊임없이 정치 세력이 다투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갈등으로 양극화된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태균 사태로 연일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쏟아 내는 한국 언론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말이지만, 한국 언론에 나오는 국제 뉴스를 읽는 독자들이 곱씹어 생각해볼 태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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