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지오북ㅣ자본주의가 지구를 구하지 못하는 이유

 

2024-12-5 권춘오 객원기자

권춘오 (주)네오넷코리아 대표

(주)네오넷코리아는 정부중앙기관, 지방자치단체, 국공립 공공도서관, 국책 연구소 등에 지식 데이터 베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권춘오 대표는 동국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 코리아 편집국장을 역임했고, 「동아비즈니스리뷰」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옮긴 책으로 『기회의 심리학』, 『세계사를 바꾼 49가지 실수』, 『역사를 바꾼 100가지 실수』, 『실험경제학』, 『세스 고딘 보고서』 등이 있다.


 

자본주의와 기후위기: 현 상황을 넘어서는 길

     

"기후 변화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현재의 경제 체제와 사회 구조의 한계를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지표다."


정치 경제학자이자 경제 지리학자인 브렛 크리스토퍼스(Brett Christophers)의 『The Price Is Wrong: Why Capitalism Won't Save the Planet』는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본주의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와 모순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책의 원제를 우리가 이해하기 쉽게 해석하자면, '자본주의의 언어로는 안 된다', '자본주의는 해법이 아니다', '자본의 논리로는 해결할 수 없다'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브렛 크리스토퍼스는 현대 자본주의 체제가 왜 기후위기 해결에 실패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이 책에서 다각도로 조명한다.


『가격이 잘못되었다-자본주의가 지구를 구하지 못하는 이유The Price Is Wrong: Why Capitalism Won't Save the Planet』, 브렛 크리스토퍼스 지음, 432쪽, 2024년 3월 출간, verso.

기후 변화와 자본주의의 근본적 충돌


현대 자본주의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이윤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크리스토퍼스는 이러한 체제가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에는 지나치게 단기적 관점에 의존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재생 가능 에너지가 화석 연료보다 경제적으로 더 유리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왜 화석 연료가 여전히 에너지 시장을 지배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안정성과 이윤 극대화에 있다. 그러나 재생 가능 에너지는 불안정한 수익 구조와 초기 투자 비용이 높아 민간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어렵다."


크리스토퍼스는 화석연료의 지속적인 사용이 단순히 경제적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기업들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여전히 안정적인 화석연료 시장을 선호하며, 이는 재생 가능 에너지 전환을 지연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 자유화와 민영화의 덫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전력 시장의 자유화와 민영화가 기후위기 해결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크리스토퍼스는 '자유화된 전력 시장'이 불확실성을 높이고 가격 변동성을 확대하며, 재생 가능 에너지 프로젝트의 투자 매력을 저하시킨다고 지적한다.


"시장의 자유화는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기후변화와 같은 공공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실패한다."


시장 중심의 접근은 필연적으로 단기적 수익성을 중시하며, 이는 장기적인 사회적 혜택을 무시하게 만든다. 크리스토퍼스는 이러한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의 강력한 개입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특히 공공 부문이 재생 가능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장 안정성을 제공하며, 초기 투자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 개입의 필요성과 사회적 책임


크리스토퍼스는 시장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공공 투자가 필수적이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단순히 규제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자로서 기후변화 대응의 최전선에 서야 한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공공 부문의 역할은 단순히 시장을 보완하는 것을 넘어, 시장 자체를 재구성하는 데까지 확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라, 경제 시스템의 근본적 재설계다.


재생 가능 에너지를 위한 혁신적 접근


크리스토퍼스는 재생 가능 에너지가 경제적으로 화석연료를 능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의지와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단순히 기술적 혁신에 의존하기보다는, 정치와 경제 전반에서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술적 혁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정치적, 경제적 시스템을 동시에 변화시켜야 한다."


그는 재생 가능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공공-민간 협력 모델을 제안하며, 이러한 협력을 통해 초기 투자 비용과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재생 가능 에너지 확산을 위한 국제적 협력과 기술 이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적 경제 모델


크리스토퍼스는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그는 이윤 추구를 넘어서는 새로운 가치 체계와 경제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이윤이 아니라, 공공재로서의 환경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는 기본소득, 재분배 정책, 공공 소유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제 모델을 제안하며, 이를 통해 환경적 지속 가능성과 경제적 평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모델은 단순히 기존 체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혀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후 변화 해결을 위한 협력적 접근


기후변화는 단순히 국가 간 문제를 넘어 기업, 시민 사회, 정부가 함께 해결해야 할 글로벌 도전이다. 크리스토퍼스는 협력적 접근이 기후변화 해결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각자에게 맡겨진 역할을 이해하고, 이를 실천함으로써 협력적인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그는 정부가 강력한 규제와 지원 정책을 통해 방향을 제시하고, 기업이 책임 있는 투자와 친환경적 경영 방식을 채택하며, 시민이 지속 가능한 소비와 행동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변화의 시급성과 우리의 역할


『The Price Is Wrong』는 현재의 시장 중심적 접근이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명확히 드러내며, 더 나아가 우리가 어떤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크리스토퍼스는 기후변화가 단순히 환경적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문제임을 일깨우며,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촉구한다.


"기후변화는 인류가 스스로의 경제적, 사회적 체계를 재평가해야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 책은 단순히 문제를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담하고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안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실천


크리스토퍼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기존 체제의 한계를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 즉, 정부, 기업, 시민 사회 모두가 협력하여 새로운 경제적, 사회적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미래는 단순히 기술적 혁신이나 정책 변화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것은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에서 시작된다.


"지속가능한 미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리고 그 미래를 만드는 것은 지금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며, 현재의 기후위기 대응 전략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통찰력 있게 보여 준다. 이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제시하는 강력한 호출이다.

  


저자 소개


브렛 크리스토퍼스는 정치경제학자이자 경제지리학자로, 스웨덴 웁살라 대학의 주거 및 도시 연구소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사회지리학 학사(1993),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석사(1995), 오클랜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2008)를 취득했다. 서구 자본주의의 정치경제, 특히 금융 부문의 역사, 실물 경제 자산 관리, 토지와 천연자원의 관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며, 현대 자본주의의 구조와 그로 인한 사회적 영향에 대한 비판적 글쓰기를 해 오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다음과 같다.

The New Enclosure: The Appropriation of Public Land in Neoliberal Britain』 (2018): 영국에서 일어난 대규모 공공 토지 사유화 과정을 다룬다. 크리스토퍼스는 이를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유화로 묘사하며, 이 책은 2019년 이삭과 타마라 도이처 기념상을 수상했다.


Rentier Capitalism: Who Owns the Economy, and Who Pays for It?』 (2020): 주요 경제 자산을 소유한 임대소득자들이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Our Lives in Their Portfolios: Why Asset Managers Own the World』 (2023): 자산 관리 회사들이 주요 사회 기반 시설과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이러한 소유 모델이 가져오는 결과를 탐구한다.



댓글 0개

Comments

Rated 0 out of 5 stars.
No ratings yet

Add a ratin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