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지오북ㅣ바다의 약자들은 연대한다

 

2025-1-23 박옥균 객원기자



박옥균 리더스가이드 대표

독자의 길라잡이라는 뜻의 리더스가이드를 운영하며, 이곳에서 책을 만들고, 소개하고, 파는 일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에서 ‘과학’과 ‘교육’을 공부했다. 중학교에서 3년 동안 과학을 가르쳤고, PC 통신 ‘하이텔’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2002년부터 ‘리더스가이드’를 창립해 도서 정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빅데이터 관련 기술을 공부하면서 도서 7만여 종에 대해 빅데이터 작업을 진행했다. 빅데이터 관련 특허 두 건(‘도서 관리 시스템 및 도서 관리 방법’, ‘집단 지능을 이용한 상품 검증 방법’)을 등록했고, 데이터 교육과 관련한 자문과 최신 흐름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이전에 쓴 책으로는 『수학은 스토리다』(2023),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데이터 이야기』(2022)가 있다.

블로그 리더스가이드 / 홈페이지 www.readersguide.co.kr / 서점 알지책방

 

생존의 입장에서 인간의 정치는 엉뚱하다


정치란 무엇일까?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개인으로만 국한한다면 ‘생존’이라고 할 수 있다. 원시시대 공동체의 규칙을 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과 집단의 생존이었을 것이다. 생존의 관점에서 본다면 집단을 이루는 동물들에게도 정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동물의 관점에서 보면 종종 인간의 정치는 엉뚱할 뿐더러 정치의 방향과 정반대로 행동한다고 보인다. 수천만 명이 죽어간 1, 2차 세계대전을 보면 명확하다. 점점 확산하는 전쟁과 극단적인 대립을 보면 여전히 교훈을 얻지 못한 듯하다. 어찌 보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살아가는 동물들보다 ‘어리석다’라고 할 수 있다.


빌 프랑수아 지음, 발랑틴 플레시 그림, 이충호 옮김, 『바다의 천재들』, 해나무, 2024
빌 프랑수아 지음, 발랑틴 플레시 그림, 이충호 옮김, 『바다의 천재들』, 해나무, 2024

물리학자가 본, 바다 생물의 경이로움


까마귀는 호두를 도로에 놓아두고 차가 지나가며 껍질을 부숴 놓으면 그 호두를 맛나게 먹는다. 까마귀의 똑똑함은 이것만은 아닐 것이다. 땅 위의 동물들만 그럴까? 책 『바다의 천재들』(해나무)을 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물리학자의 시선으로 바다 생물의 경이로움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생물물리학자인 빌 프랑수아가 수중 환경의 물리적 특성과 그에 적응한 바다 생물이 지닌 생존 기술의 원리를 특유의 유머와 비유를 버무려 유쾌하게 전달하고 있다. 육지로 진출한 생명체들의 먼 친척들이라고 할 수 있는 바다 생물은 전기를 만들거나 빛을 내기도 하며, 몇 달 동안 먹지 않고도 버틸 수 있다. 심지어는 투명 망토를 걸치는 동물도 있다.


다랑어는 입을 벌린 채 빠르게 달린다


수천 마리의 멸치 떼가 앞에서 지나가도 맨눈으로는 알아차리기 어렵다. 투명한 박과 은빛을 띤 껍질을 이용해 모든 각도에서 들어오는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주변 바다의 색과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넓은 바다에서 가장 풍부한 먹잇감은 두 가지다. 추운 바다에서 나오는 크릴, 따뜻한 바다에서는 멸치이다. 이 동물들은 수많은 포식자의 먹이가 되는 데, 참치도 빼놓을 수 없다. 다른 이름으로는 다랑어인 이 동물은 잠잘 때를 포함해 늘 쉬지 않고 헤엄을 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물속에 가라앉아 익사하고 만다. 다랑어는 아가미를 적극적으로 퍼덕일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입을 벌린 채 빨리 달림으로써 물이 아가미를 지나가게 하여 물속의 산소를 공급받는다. 젊은 다랑어는 매일 자기 몸무게와 맞먹는 먹이를 집어삼킨다.


정어리 떼가 포식자를 혼란에 빠트리는 행동


이런 포식자들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작은 물고기들은 무리를 짓는다. 전체 종 중 절반 이상의 물고기가 무리를 지어 살아간다. 무리 중에서 한 개체가 뭔가를 탐지하면, 즉각 모든 동료에게 경고한다. 특히 포식자의 위험을 탐지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정어리 떼는 아주 빠른 다랑어를 만났을 때는 도망가는 것과는 다른 전략을 선택하기도 한다. 무리들은 물속에서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는 형태로 변신한다. 포식자를 둘러싸고 빙빙 돈다. 움직이는 거대한 거품 속으로 포식자를 몰아넣는다. 포식자는 거품 때문에 당황하는 데다가 표적이 많아 혼란스럽다. 포식자도 나름의 전략을 쓴다. 피부색의 변화 등으로 더 겁을 내게 한 후 당황하는 물고기들을 공격한다.


히드라충류 무리가 돛의 방향을 반씩 반대로 펼치는 이유


떼를 짓는 무리는 어떻게 구성할까? 아무래도 앞의 물고기를 뒤따라가는 물고기는 거의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 앞의 물고기가 물의 저항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앞의 물고기가 꼬리를 흔들며 만든 물의 회오리가 가만히 있어도 앞으로 움직이도록 돕는다. 대신 선두에 선 물고기는 먹이에 맨 먼저 접근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늘에 먹이가 없는 새 떼는 이와는 다른 형태를 보인다. 찌르레기 떼는 선두와 후미가 자주 바뀐다. 무리는 항상 일정한 물고기들이 함께 다니는 것은 아니다. 배고파지면 흩어지고, 무서우면 더욱 무리를 짓는다. 이들은 개별적으로는 지능이 낮지만, 생존을 위해 함께 결론을 내리고 움직인다. 해파리와 비슷하게 생긴 히드라충류는 바람을 이용하기 위해 반투명한 ‘돛’을 이용한다. 이들 무리에서 돛은 반반씩 반대 방향을 향한다. 한쪽 무리가 육지로 몰려서 난파해도 나머지 반은 항상 살아남게 된다.


산호는 자기 몸에 조류 식물을 키워 영양분으로 섭취한다


서로 이질적인 생물들이 공생하는 사례도 풍부하다. 마그마가 지각을 뚫고 나오는 바닷속의 열수분출공 주변에는 의외로 많은 생물이 살아간다. 매우 높은 온도와 독성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갈라파고스민고삐수염벌레가 산소와 황화수소를 세균에게 제공하고 세균은 영양분을 벌레에게 제공한다. 얕은 바다에 사는 산호의 공생 관계와도 비슷하다. 산호는 자기 몸에 작은 조류 식물을 키우고 그것을 영양분으로 섭취한다. 깊은 바다의 열수분출공이나 얕은 바다보다 많은 생물이 살아가는 곳이 극지방이다. 이 지역은 물은 차가울수록 산소가 더 많이 녹기에 산소가 풍부하다. 겨울이면 찬물이 가라앉으며 상대적으로 더 따뜻한 물이 수면으로 올라오며 영양분도 함께 올라온다.


크릴과 고래는 탄소를 포집해 바다에 가둔다


비록 먹고 먹히는 관계에 있지만, 바다 생물의 영리하고 협력적인 생존은 지구 환경을 유지하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새우의 일종인 크릴은 추운 극지방에 많다. 크릴은 CO2가 있는 식물을 먹는다. 탄소를 머금은 크릴의 껍질과 똥은 수천 년 동안 탄소를 가두는 역할을 한다. 매일 6톤 이상의 크릴을 먹는 고래는 탄소를 붙들어 자기 조직에 저장한다. 고래가 죽으면 바닷속 깊은 곳에 가라앉는다. 하지만 먹이사슬에서 가장 풍부한 크릴과 멸치를 과도하게 잡아들이고 있다. 크릴는 먹기 위해, 멸치는 반려동물의 사료와 연어 양식을 위해 인간이 먹는 양보다 훨씬 많이 잡고 있다. 육지의 먹이사슬은 3단계(식물-초식동물-육식동물)이지만 바다에서는 10개 이상이나 된다. 이 사슬이 끊어지면 탄소를 포집해 바다에 가두는 역할이 깨질 수도 있다. 결국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생존이 아닌 공멸을 향해 가는 인간에게 바다 생물들이 “인간들아, 정치를 잘못 배웠어~”라고 말하고 싶을 것 같다.

댓글 0개

Comments

Rated 0 out of 5 stars.
No ratings yet

Add a rating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이 기사를 읽은 회원

​로그인한 유저들에게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로그인 후에 이용 가능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회원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