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3 박옥균 객원기자
박옥균 리더스가이드 대표
독자의 길라잡이라는 뜻의 리더스가이드를 운영하며, 이곳에서 책을 만들고, 소개하고, 파는 일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에서 ‘과학’과 ‘교육’을 공부했다. 중학교에서 3년 동안 과학을 가르쳤고, PC 통신 ‘하이텔’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2002년부터 ‘리더스가이드’를 창립해 도서 정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빅데이터 관련 기술을 공부하면서 도서 7만여 종에 대해 빅데이터 작업을 진행했다. 빅데이터 관련 특허 두 건(‘도서 관리 시스템 및 도서 관리 방법’, ‘집단 지능을 이용한 상품 검증 방법’)을 등록했고, 데이터 교육과 관련한 자문과 최신 흐름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이전에 쓴 책으로는 『수학은 스토리다』(2023),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데이터 이야기』(202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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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는 서서히 변하지만
끓는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어떻게 될까? 물에서 뛰쳐나온다. 그렇다면 물을 서서히 따뜻하게 하면 어떻게 될까? 개구리는 변온동물이라 서서히 적응하면서 죽어간다. 기후와 우리 인류의 관계도 비슷하다. 날씨는 1~2일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의 상태를 나타내고, 기후는 하루하루의 날씨 상황을 오랫동안(보통 30년) 관찰하고 종합해 평균한 것을 말한다. 날씨가 뜨거운 물이라면, 기후는 미지근하게 달궈지는 물과 같다. 갑자기 추워지거나 12월에도 더운 날씨는 바로 알 수 있지만, 기후는 서서히 변해서 알기 힘들다. 1도, 2도 정도 더 올랐을 뿐이다. 백 년, 만 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큰 차이가 있겠지만 백 년 전의 데이터를 구하기는 거의 힘들다.
기후변화 영향을 뇌, 몸, 마음으로 나눠 접근
신경 과학자이며 환경 저널리스트인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은 작은 기후변화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한 연구 결과를 인용해 『내 안에 기후 괴물이 산다』에 담아 놓았다. 소소한 일상의 작은 변화가 또 다른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연쇄 작용은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지만 누적이 되면서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저자는 여러 해 동안 불안, 동요, 압박 등 지구가 느낄 법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기후 애도, 환경 불안증, 환경 우울증 등을 만났다. 기후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여러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자는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뇌, 몸, 마음으로 나누어 접근한다.
더워지면 폭력 범죄 발생률이 높아진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날은 ‘유난히 더운 저녁’이었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서는 뫼르소가 ‘내리 쬐는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아랍인을 총으로 쏜다. ‘더운’ 날은 인간의 폭력성을 증가시킬까? 신경과학자들은 기온 변화가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인 세로토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온도가 섭씨 2도 상승하는 경우 폭력 범죄 발생률이 3% 이상 증가한다고 이야이기한다. 물고기도 수온이 오르면 공격성이 강화된다. 레몬 자리돔은 수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공격적 행동이 그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원숭이들은 섭씨 27도 이하일 때 보다 그 이상일 때 서로 싸우는 빈도가 높아진다. 더위가 인간의 폭력성에 미치는 영향은 뇌와 관계가 있다.
섭씨 39도부터 뇌 조직 구조에 변형이 일어난다
인간의 뇌는 고온에 적응하는 데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 높은 온도에서 뇌는 뇌의 핵심 에너지인 포도당을 에너지로 변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섭씨 39도부터는 뇌 조직 구조에 변형이 일어난다. 세포 역시 형태가 일그러진다. 높은 온도에서 뇌는 생존을 위해 뇌의 인지 능력을 떨어트리는 선택을 한다. 기온이 오르면 학생들의 수학 성적이 곤두박질쳤고 에어컨 없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에어컨이 갖춰진 기숙사의 학생들보다 인지능력 테스트에서 13% 낮은 반응 속도를 나타낸다. 기온뿐이 아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하고 폭염이 잦아지면 문제해결 능력, 인지 능력,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 대기 오염은 과일을 포장하는 작업자와 콜센터 상담원을 가리지 않고 일의 능률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바다에 가라앉았던 ‘수은’이 인간의 몸에 돌아온다
뇌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한 흔적을 남기지만 몸에서 나타나는 부분은 잘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면 한 소년이 강에서 수영한 후, 뇌를 아메바에게 먹혀서 사망한 경우가 있다. 이 사건이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을까? 뇌를 파먹는 아메바는 27도에서 생존할 수 있고, 섭씨 46도까지는 거침없는 성장을 한다. 호수나 강의 온도가 올라갈수록, 가끔 드물게 나타나던 ‘뇌 먹는 아메바’에 의한 사망이 점점 늘어갈 것이다. 미나마타병을 일으키는 수은은 그 위험성으로 인해 아주 작은 부분만 배출이 허용되지만, 바다에 가라앉은 수은이 다시 인간에게 돌아올 위험이 커지고 있다. 매년 일정한 지구온난화로 바다가 따뜻해지면, 다랑어의 활동량이 늘어나고, 이렇게 되면 다랑어가 수은 흡수율이 높아진다. 결국 인간의 먹이로 수은을 되돌려 주면, 시력이 떨어지고 언어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면서 수중으로 수은이 방출되기도 한다.
대형 산불과 재난으로 마음에 상처가 남는다
저자는 마음에도 기후변화가 흔적을 남긴다고 이야기한다. 지구온난화는 대형 산불과 대기 오염을 일으킨다. 그 재난들로 인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게 된다. 미국에서 대형 산불이 점점 많이 일어나고 그로 인한 상실은 마음의 상처를 남긴다. 감각도 변화시킨다. 해양이 산성화되면서 친구와 적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는 물고기의 능력은 손상된다. 이산화탄소가 많아진다면 물고기의 청력도 저하된다. 지진 생존자들은 재난을 겪기 이전보다 더 뛰어난 공간 기억을 유지하려고 한다. 더는 밭 밑의 땅을 신뢰할 수 없기에 예민하게 정보를 취득하려고 한다.
기후변화는 안보 위협의 원인
인간의 뇌, 몸,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간과할 수 없지만, 사회나 집단에 영향을 미칠 때는 개인이 감당할 고통이 훨씬 더 커진다. 2015년 미국 국방부의 보고서에는 기후변화를 심각한 안보 위협의 원인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2000년대 중반에 시리아에 대규모 가뭄이 발생하면서 이주가 일어나면서 독재, 종교 등의 원인과 결합하여 내전이 촉발되었다. 2012년 허리케인이 뉴욕을 강타해 군인 2만4000명의 인력이 투입되었다. 빈곤, 사회 갈등, 무능한 지도자, 취약한 정치제도 등 기존 문제를 악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기억이 매번 새롭게 갱신된다면 우리 기억 속에 기후는 예전과는 사뭇 다르게 된다. 1950년대에는 기후학적으로 여름은 8일이 채 되지 않았다. 10년마다 4일씩 늘어났다. 2100년이 되면 여름이 한해의 절반이 될 것이다. 반면 겨울은 2개월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분쟁이 격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자연을 존중하고 공존했던 문화를 환기하자
저자는 기후에 관한 공포보다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에 방점을 둔다. 거대한 공포는 사람을 얼어붙거나 애써 무시하게 하지만, 작더라도 희망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바는 어렵지 않다. 시작은 열린 마음이다. 그리고 명상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환경을 보존한다. 사라져가는 ‘하와이’어 등의 복원을 통해 자연을 존중하고 공존했던 문화를 다시 환기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치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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