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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북ㅣAI가 지구를 삼키고 있다

 

2025-1-17 박옥균 객원기자



박옥균 리더스가이드 대표

독자의 길라잡이라는 뜻의 리더스가이드를 운영하며, 이곳에서 책을 만들고, 소개하고, 파는 일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에서 ‘과학’과 ‘교육’을 공부했다. 중학교에서 3년 동안 과학을 가르쳤고, PC 통신 ‘하이텔’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2002년부터 ‘리더스가이드’를 창립해 도서 정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빅데이터 관련 기술을 공부하면서 도서 7만여 종에 대해 빅데이터 작업을 진행했다. 빅데이터 관련 특허 두 건(‘도서 관리 시스템 및 도서 관리 방법’, ‘집단 지능을 이용한 상품 검증 방법’)을 등록했고, 데이터 교육과 관련한 자문과 최신 흐름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이전에 쓴 책으로는 『수학은 스토리다』(2023),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데이터 이야기』(2022)가 있다.

블로그 리더스가이드 / 홈페이지 www.readersguide.co.kr / 서점 알지책방

 

21세기에도 '개척'이 있을까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다룬 영화를 본 사람들은 ‘개척’이라는 표현에 호감을 가지기 쉽다. 원하는 데로 땅을 소유할 수 있는 개척 정신이 ‘아메리칸 드림’의 시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여기서 놓치는 것이 있다. 그 땅은 원래 주인이 있었다. 정확히는 그 땅과 더불어 살던 사람들이 있었다. 원주민이었던 인디언들은 땅을 소유하지 않았고, 소유해서도 안 된다고 여겼다. 아메리카로 들어온 이주민들은 땅을 팔라고 이야기할 때면 “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을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것들을 팔 수가 있다는 말인가?” 하고 답변했다. 21세기에도 개척이 있을까? 비트코인에 ‘채굴’이라는 단어가 쓰이듯, 여전히 금광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AI는 물먹는 하마처럼, 광물질을 흡수하고 정보를 끌어모으고 있다.


단순 반복 계산을 수행하는 기계학습은 여전하다


2016년 이후 10년 동안 AI는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알파고가 인간이 만든 보드게임 중에서 가장 어렵다는 바둑에서 프로기사를 이긴 때가 2016년이다. 그 후 AI와 프로기사의 실력은 더 벌어졌다. 2022년 챗GPT가 등장했다. ‘언어는 안 될 거야’라는 예측을 보기 좋게 깨트렸다. 알파고와 챗GPT는 다르기도 하고 같기도 하다. 각각 패턴 분석 방식과 대용량언어모델(LLM)이라는 고유한 알고리즘을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하지만 공통으로 기계학습(머신러닝 machine learning)을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기계학습이라는 표현은 기계가 인간과 다르게 학습한다는 뜻이 있다. 인간은 어떤 사물을 판단할 때, 계산한 결과를 다시 넣어서 계산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계는 끊임없이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단순히’ 반복해서 계산을 수행한다. 뜻은 모르지만, 수 없는 반복으로 어떤 결과를 내놓는다. 그 기계학습이 프로기사를 이기고 멋진 문장을 만들어 냈다.


기계학습에는 지구 광물이 들어간다


기계학습은 더 많은 데이터를 사용하고, 더 많이 반복할수록 너 나은 결과를 내놓는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2의 1만 승이 넘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숫자보다도 큰 값이다. 그걸 반복하려면 얼마나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가 필요한지 말을 안 해도 알 수 있다. 언어는 어떠한가? 더 경우의 수가 많다고 생각하면 된다. AI에 대한 선입견과는 달리 수 없는 반복을 하는 기계학습은 천재적이지 않고 굉장히 우둔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자원이다. 기계학습을 위해 엄청난 규모의 컴퓨터와 네트워크 장비, 그리고 전기가 필요하다. 컴퓨터와 장비에는 지구 광물이 들어간다. 우리가 희토류라고 하는 광물들이 들어간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AI는 희토류를 포함한 광물을 뼈대로 전기를 혈액으로 운영이 된’다고 할 수 있다. AI의 아름다운 매력 뒤에는 지구의 고통이 숨겨져 있다.


케이트 클퍼드 지음, 노승영 옮김, 『AI 지도책』(소소의 책, 2022)
케이트 클퍼드 지음, 노승영 옮김, 『AI 지도책』(소소의 책, 2022)

AI가 전 지구적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탐구하다


이미 AI 산업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항공업계를 넘어섰고, 더욱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 데이터 센터의 전기 수요는 2030년이 되면 현재보다 열다섯 배 증가할 것이다. 엄청난 지구의 자산이 들어가야 한다. 지구가 광산이라도 된 듯 세계 곳곳에서 광물들이 채굴되고 있다.

책 『AI 지도책』은 AI가 전 지구적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탐구하고 있다. 미국 뉴욕대 AI 나우연구소 공동설립자인 저자가 미국 네바다의 리튬 광산에서부터 아마존 창고와 시카고의 도축장, 데이터 센터, 이미지 데이터베이스, 파푸아뉴기니의 산악 마을, 스노든 자료실, 텍사스 서부의 로켓 기지 등에서 AI를 추적하고 분석한 결과를 담았다.


리튬 정제와 주석 채취로 환경오염은 심각하다


컴퓨터에 동력을 공급하는 데 필요한 여러 광물 채굴장 중 하나로 미국 네바다의 리튬 광산이 있다. 실리콘밸리와 가까운 곳에 있는 실버 피크 광산은 지하층에 매장되어 있는 리튬을 추출한다. 리튬 염수를 지표면으로 펌프질하여 일련의 얕은 증발 연못으로 배출한 뒤, 물을 증발시켜 농축된 리튬 염수를 분말로 건조하는 방법으로 리튬을 채굴한다. 리튬을 정제하면서 생긴 물들로 푸른 은빛의 호수가 생긴다. 환경에 강하다는 미국도 개발 논리에 막혀 채굴과 연관된 피해를 방치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나 중국으로 가면 더욱 심각하다. 울창한 열대우림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자랑하던 인도네시아의 방카섬은 주석을 채취하느라 환경오염이 심각하다. 흙탕물이 된 바다에는 물고기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AI에 필요한 전기를 충당하느라 막대한 화석연료가 소비되고 있다.


AI는 인간의 노동도 채굴한다


AI가 지구 광산만 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노동도 ‘캐’고 있다.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을 맡은 노동자들이 있는 아마존의 물류센터는 로봇이 중심에 있고 인간은 로봇 물류 시스템의 부분처럼 활동한다. AI는 종종 심각한 오류를 보여주는 데, 그 부분은 인간이 ‘관여’하여 수정한다. 세 발 고양이를 구별하지 못했던 구글의 이미지 AI나, 심각한 환각(할루시네이션) 정보를 생산하는 챗GPT의 응답을 ‘사람’이 수정하고 있다. 전 세계 가난한 나라들에서 인터넷을 연결하여 반복적이고 다량의 작업을 하고 있지만 정작 노동자로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그림자 노동자’들이다. 일반적인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AI가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이직을 경험하고 있다. AI 도움으로 일하기에 더 많은 여유 시간을 가질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더 적은 임금을 받으며 불안정한 처지에 놓인 채 더 오래 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AI는 지구와 인간으로부터 자원을 뺏어가는 폭력


막대한 부가 AI 기업들에 들어가지만, 이들이 내는 비용은 설비와 개발 비용일 뿐이다. 지적 자산을 훔쳐서 가공함에도 비용을 내지 않는다. 그렇게 총합으로서의 콘텐츠를 만든 우리들은 오히려 광고나 구독료를 내고 기업의 AI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AI 지도책』의 저자는 AI가 여러 요소를 추출해서 만들어진 하나의 결과물일 뿐이지 ‘지능’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조용한 숲의 데이터 센터, 매일 새롭게 놀라운 서비스를 보여 주는 AI. 그 뒷면은 지구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인간들로부터 계속 자원을 뽑아가는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강제로 땅을 소유하려 했던 개척자들의 폭력은 모든 정보를 소유하려는 AI 기업에 비하면 선량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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