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 전재경 | 반복되는 정부 조직 개편, 이익교환과 협치가 답이다
- sungmi park
- 2024년 3월 8일
- 3분 분량
2024-03-08
전재경 대표는 정부 조직과 환경정책 및 환경법 전문가다. 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해양수산부와 산림청 개편 논의가 정책 혼선과 행정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조직을 바꾸기보다 생태계서비스의 가치를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경제적으로 환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산림을 밭이 아닌 숲으로 바라보고, 생태계서비스를 거래와 보상의 대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탄소격리, 수질정화, 생물다양성 보전 등 공익적 가치를 평가하고, 이에 대한 경제적 보상과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 개편보다 행정기관 간 협치(거버넌스)와 이익교환(trade-off)을 통해 국제사회 요구와 정책 수요를 해소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그의 주장을 들어본다.

전재경
자연환경 국민신탁(National Nature Trust) 대표이사
동국대학교 법학과 졸업, 동 대학원에서 법학박사를 받았다. 법무부 참사 및 전문위원(1981~1990),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및 연구본부장(1990~2014),사회자본연구원 원장, 서울대학교 대학원 글로벌환경경영 겸임교수, 생명회의 공동대표(有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부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논문으로는 「동북아 공동체 형성을 위한 법률적 접근 방안」「국정 패러다임의 법 정책학적 성찰」 등이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대 인수위원회는 정부 조직 개편을 논해
대통령의 임기가 5년임을 감안하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조직법을 바꾸고 정부부처들을 개편함은 행정의 예측가능성을 현저히 저해한다. 대통령제의 고장인 미국은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행정각부가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수상이 행정부의 수반인 나라들에서는 정부 조직 개편이 어려운 바도 아니나 수상이 자주 바뀔 수 있음을 감안하여 되도록 정부 조직의 안정성을 도모한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 국가임에도 정부 부처들이 상대적으로 자주 바뀌는 편이다. 우리 정국은 그만큼 역동적이다. 첨단과 유행을 따라가자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 조직 개편논의가 필요하고 실제 역대 인수위원회들은 실제 조직 개편을 논하였다.
정부조직 개편때마다 검토(?)되는 자연 관련 부처들
조직개편 논의가 대두될 때마다 자연 관련 기구들은 환경부를 제외하고 단골로 검토 대상이 되었다. 해양수산부가 그랬고 산림청이 그랬다. 동력[에너지]과 자원을 다루는 부서도 마찬가지였다. 바다가 육지보다 넓고 육지의 62.72%가 산지임을 감안한다면 해양수산부와 산림청이 종래 자주 개편의 대상이 되었음은 수긍이 가기도 한다. 해양이 국토와 이합집산을 되풀이하고 농림과 수산이 융합과 분리를 반복한 결과 관련 법률들과 정책에 적지 않은 혼선이 초래되었다. 23개의 국립공원들이 국토와 산림 그리고 해양에 걸쳐 있기 때문에 국립공원공단의 주관부처가 때로 다툼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자연과 자원을 다루는 부처들이 정권 변화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라면서도, 기후변화, 해양오염, 물, 사막화, 생물다양성, 자원순환 그리고 유전자원이 국제환경 논의의 핵심임을 고려한다면 우리 관련 부처들의 기능이 제고되거나 위상이 변하여야 한다.
국제사회의 요구를 수용하고 정책수요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
우리나라는 당초 이러한 쟁점들을 환경부 하나로 대응하고자 조직을 자꾸 확대시켰다. 그러나 다수의 국가들은 환경부를 키우는 대신, 환경청(EPA)에 감시자의 지위를 부여하고 자연과 자원을 다루는 부처들 즉 사업자를 감시하도록 만들었다. 환경부가 물, 폐기물, 화학물질, 자연향유와 같은 사업 기능을 확장할수록 감시 기능은 약화 된다. 이른바 ‘신분의 혼동’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신분의 혼동’이라는 관점과 '생태계서비스의 제공'이라는 관점에서 위계와 기능의 재검토가 필요한 조직은 ‘산림청’이다.
과잉분법은 법체계의 정합성과 법집행의 효율을 떨어뜨려
정부조직법을 살펴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임업·축산업이라는 1차 산업과 식량을 핵심 사업으로 관장한다. 농림축산식품부 외청인 산림청은 임업을 추구하는 조직인지 산림을 보전·이용하는 조직인지에 관하여 정체성의 혼동이 있었다. 종래 산림정책에서 수령 30년 남짓한 산에서 ‘모두베기’를 권장하고 숲가꾸기를 장려함은 탄소격리와 저장 그리고 생물 다양성 손실 회피를 멀리하여도 괜찮은 ‘임업청’을 연상시킨다. 산림청은 ‘청’ 수준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법률들을 소관한다. 분법의 소산이다. 문화재청도 최근에 문화재보호법을 분법화하여 국가유산기본법, 문화유산법, 자연유산법을 제정하였다. 독자적으로 정부 입법 제안권이 없는 외청 단위의 행정기관들이 많은 법률들의 제정과 개정을 실질적으로 제안하고 소관함은 명분과 실질의 괴리를 보일 뿐만 아니라 권력분립의 원칙과 반대편의 길을 걷는다. 과잉분법은 법체계의 정합성과 법집행의 효율을 떨어뜨린다.
조직개편을 반복하기보다는 기존 조직들의 기능을 혁신하고 재편하는 대안을 모색해야
법의 홍수를 지양하고 법의 실효성을 증진시키기 위하여서는 부단한 조직개편을 반복하기보다는 기존 조직들의 기능을 혁신하고 재편하는 대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 예컨대,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손실 회피가 시급하고 중요하며, “지구표면의 30%를 보호구역 내지 자연공존지역[OECM: 보호구역외 효과적 보전조치지역]으로 확보한다는 전략을 실천한다”고 하여 이를 모두 정부조직으로 수용하기는 어렵다. 행정기관간의 협치(거버넌스)와 이익교환(trade-off)을 통하여 변화하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수용하고 정책 수요를 해소할 수 있다.
산림을 밭이 아닌 숲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가치가 달라져
항간에는 산림청 예산[2023년 기준 2조7,842억원]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임업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으나 17조2,785억원에는 산림예산이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다. 물론 사유림이 산림의 66.3%를 점하는 상황에서, 산림청이 임업이라는 사업에 집중하고 사업자들에게 지원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GDP를 지표로 삼는다면, 임업은 다른 산업과, 다른 나라들과의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산림을 임업용 밭(田)처럼 생각한다면 이러한 접근이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시야를 돌려 산림을 밭이 아닌 숲으로 생각하고 숲이 연간 260조원(2020년 기준)에 달하는 공익적 가치 즉 ‘산림혜택-생태계서비스‘의 보고(寶庫)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우리 앞에는 전혀 다른 세계가 나타난다. 숲은 물, 휴양, 등산, 레저, 경관, 야생의 보금자리, 생물자원, 공기정화, 탄소저장 등등 여러 부문에서 국민 1인당 매년 499만원 상당의 생태계서비스 가치를 제공한다. 숲이 제공하는 가치의 겨우 1/100 수준의 예산을 산림청에 배분함은 산림의 면적 내지 기여도에 비하여 형평에 맞지 아니한다. 사유림이 제공하는 생태계서비스 가치는 철저히 매몰되어 있다.
생태계서비스의 가치를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경제적으로 환산하는 접근이 필요
산림천택(山林川澤)과 해양이 제공하는 생태계서비스는 공짜가 아니다. 생태계서비스 중 경제적 편익을 얻으려면 누군가의 돈과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생태계서비스는 거래나 보상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많은 생태계서비스를 거의 무상으로 누린다. 불공정하다. 그렇다고 하여 자연이 생태계서비스를 생산하는데 조력하는 사람들에게 그 대가를 지불하자면 모두 아깝게 생각할 것이다. 해양수산부나 산림청과 같이 자연 자원의 개발·이용을 관장하는 부처들은 적정예산을 확보하기 위하여 생태계서비스의 가치를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경제적으로 환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여기에 환경부는 생태계서비스의 가치 기준이나 평가 척도를 개발하여 거래나 보상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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