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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취재 | 문경자연생태박물관 | 식물사회학자의 공간, 그리고 시간

최종 수정일: 4월 5일

 

박성미 총괄 2024-04-01




문경시 생태공원팀 김정섭 학예사는 식물사회학 석사로 '문경자연생태박물관'에 15년째 근무 중이다. 생태공원을 조성한다는 말을 듣고 해 보고 싶었다. 지금도 처음 그 맘 그대로 행복하다. 생물학이나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컸지만 지방에서는 관광 자원화에 훨씬 더 관심을 두었다. 그 간극이 컸다. 최근 들어 문화시설이나 단체관광이 생태문화와 자연환경을 즐기는 방향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


식물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


문경은 문경새재와 하늘재 등 옛길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가장 오래된 고갯길인 '하늘재'의 모습
오래된 고갯길인 '하늘재'. 문경에는 문경새재와 하늘재 등 옛길이 많이 남아 있다.

아이들이 산에 놀러 가지 않는다. 아이들이 놀러 오게 해야 한다. 등산하더라도 산을 오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산에 어떤 나무가 있고, 어떤 식물이 자라고 있는지, 어떻게 쓰였고, 거기에 사는 생물은 어떤 것이 있는지 볼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숲' 해설도 중요하지만 집단적이고 일방적인 '교육'보다는 열 명 이내의 사람들이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숲을 걷고, 관찰하고, 감성 변화를 체험해야 한다. 그런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산과 나무와 식물과 곤충을 사랑하는 법을 이곳에서 가져갔으면 좋겠다.



제대로 알아야 사랑할 수 있다


의성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대학을 다녔다. 대학원에서는 '식물사회학'을 전공했다. '식물사회학'은 '생태학'(Ecology)과 '생물학'(Biology)을 기반으로 식물의 군집(Plant Community) 구조와 다양성, 구성원간의 상호작용, 영향을 주는 요인, 생태계의 안정성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다양한 식물 종들이 어떻게 군집을 이루고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공부했다. 식물을 비롯한 자연생태계 전체가 인간의 역사, 문화, 정서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대로 알아야 사랑도 가능하다. 필드조사를 하면서 관찰하고 기록했던 시간들이 자연을 알아가고, 자연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자연적으로 놔두는 것이 더 생태적이다


문경자연생태박물관 전경 planet03 DB
문경자연생태박물관 전경 planet03 DB

2005년 경상북도에서 포항과 영천, 문경에 자연생태공원을 만든다는 발표를 했다. 문경은 이미 1999년부터 사업비 150억원을 들여 문경새재 도립공원 3만4000평에 생태연못과 습지 등을 조성하고 있었다. 도는 생태공원 조성이 끝나면 도립공원 입장객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관람객 유치를 위한 시설물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고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생태공원은 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고 종다양성을 늘리는 데 기여해야 한다. 생물들을 잘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야 한다. 이용자들이 식물이나 동물, 곤충들이 자연환경 속에서 성장하고 활동하는 모습을 잘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자연적으로 놔두는 것이 더 생태적이다. 당장 관람객을 끌어들이려고 애쓰기보다, 조성 후 10년이나 20년이 지나 문경생태공원만의 독특한 생태환경이 만들어지는 게 낫다. 그것이 진짜 경쟁력 있는 지역의 자연자산(Natural Capital)이다.


자연과 인간의 수다, '초록의 시간'


문경자연생태박물관은 문경새재 도립공원 입구에 있다. 생태박물관 1층과 2층 복도에는 식물의 '세밀화'가 전시되어 있다. 유명 작가의 작품이 아니다. 지역 주민들이 생태공원에서 만난 나무와 식물의 꽃과 열매를 그렸고, 박물관은 그것을 책으로 발간했다. 초록의 시간이라는 제목의 책자는 15명의 지역 주민이 펴낸 그림책이다.



어르신을 비롯해 지역 주민들은 일주일마다 박물관에 모여 나무와 식물을 관찰했다. 자신들이 본 꽃과 나무와 열매가 변해가는 걸 그림으로 남겼다. 책은 벚나무, 굴참나무, 느릅나무, 박주가리, 병아리꽃나무들과 지역 주민들이 나눈 수다로 채워져 있다. 서로가 서로를 본대로 느낀 대로 쓰고 그리고 있다.

초록의 시간은 나무와 꽃과 사람이 함께 보낸 문경이라는 '공간'과 참여 주민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한 '시간'의 기록이다.


"길을 걸으며 무심코 지나쳤을 나무와 꽃들의 열매, 꽃잎, 나뭇잎 하나하나 들여다 보면서 변하는 모습이 얼마나 신기하고 아름다운지 알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관옥/ 층층나무)

"생태 그림책 만들기 모임에 기대와 설렘으로 신청했습니다. 매주 새로운 과제로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면서 자연을 접하는 마음이 새로워졌습니다." (김외숙/느릅나무)

"알고 나면 보이나니, 보이면 사랑하게 된다라는 성인의 말씀처럼 오랫동안 깊이 관찰하고 스케치하고 색을 입히면서 행복했다." (고다운/앵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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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itado
05 a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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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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