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탐방취재 | '한살림' 곽현용 전무 | 가치소비가 생명농업을 지속시킨다

최종 수정일: 4월 25일

 

황희정 기자, 김동혁 영상기자, 양성욱 촬영기자 2024-03-21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부터 경기도 여주로 귀농해 농사지었다. 유기농법을 쓰면서 직거래를 열었고, 규모가 점차 커져서 한살림 경기동부 생활협동조합을 창립했다. 여주환경운동연합 의장,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사무처장을 지냈고 지금은 한살림연합 전무이사를 맡고 있다. 아들과 어머니는 여주에서 농사짓고 있다.

 

자연을 살리고 소비자의 밥상을 살리자


한살림은 1986년 한살림농산을 개설한 후, 1988년 창립한 생활협동조합이다. 1970년대부터 근대산업문명, 자본주의적 운영체제가 우리 사회에서 지속가능할지, 의문이 있었다. 그 극복 방법으로 '농사짓는 방식을 바꾸고자'는 데서 한살림이 시작됐다. 생명농업으로 땅과 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농사를 짓자는 거다. 그렇게 생산한 농산물을 소비자와 직거래해서 농업도 살리고 세상도 살려가자는 목표였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협동으로 땅과 자연을 살리고 소비자의 밥상을 살리고 생명을 살려 나간다는 기본원칙과 관점은 지금껏 흔들리지 않고 한살림을 규정하는 핵심 가치이다. 곽현용 전무는 "전국 30개의 지역생활협동조합에서 90만명의 조합원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생산지에서는 2300개의 농가가 생명농업운동을 하고 있으며, 120세대의 가공생산자들이 한살림 가치에 걸맞는 가공식품, 생활물품을 제조하여 함께합니다."라고 한살림의 현재 상황을 밝힌다.

 

큰 이익 창출이 아니라, 적정 규모의 가족농


생명운동, 생명농업 개념은 한살림에서 출발했다고 보면 된다. '생명농업'은 유기농업과는 차이가 있다. 유기농업은 농약을 치지 않고 비료를 쓰지 않는 기술적 대응을 말한다. 생명농업은 그런 기술적 대응과 더불어 농사짓는 방식도 바꾼다. 단일작물 대량생산이 아닌 다작물 가족농 중심이라고 한다. 5~6천평 정도의 소농, 가족농에서 여러 작물들을 돌려 짓고, 순환적인 체계를 구성해 나가는 방식이라고 한다. 이렇게 해야 땅도 살고 자연도 살고 대량농업보다 좀 더 지속가능한 생산이 이뤄진단다.

곽 전무는 "경제적으로 큰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한살림의 관점이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적정 규모인 가족 농업으로 생산자의 기본 생활을 보장할 생산 규모를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구조를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짜 나가는 게 생명농업, 한살림운동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밝힌다.


한 땅에 연속 두 번, 똑같은 작물을 심지 않기


곽 전무는 1999년 경기도 여주로 귀농했다. 우리 농업 규모가 축소되고, 농민 수가 줄고, 농촌이 약화되는 변화를 지켜 보면서, 우리 사회의 미래 안전망이 없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나부터라도 농사를 짓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아이들을 도시의 경쟁적인 환경 속에서 키우고 싶지 않다는 욕심도 있었죠."라고 귀농 배경을 설명한다. 곽 전무는 20여년 농사를 지어오며, 물론 고생도 했지만 지금은 잘 선택했다고 자부한다. '농사는 나이 든 사람이 가장 자존감 있게 사는 방식'이라 생각하며, 주변에도 귀농을 많이 권유한다고 한다.

곽 전무는 지금도 8가지 이상의 작물을 기른다. "우리 농사 원칙은 같은 땅에 두 번 연속, 같은 작물을 심지 않는 것입니다."라며, "한 작물을 계속 같은 땅에 심게 되면 그 작물에 해를 주는 바이러스, 세균, 벌레들이 계속 모입니다. 그럼, 작물에 병들이 나고 농약을 더 써야 하는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올해 파를 심었다가 내년에 땅콩을 심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파에 해를 끼치던 바이러스는 땅콩에는 영향을 줄 수 없어요. 내년에 땅콩을 심으면, 파에 피해를 주던 바이러스가 싹 없어져 버리죠."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또 다품종을 심게 되면 기후위기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한다. 한 종목만 많이 심었다가 기후가 맞지 않으면 완전히 망할 수 있는데, 다품종을 심으면 특정 기후에서 살아남는 작물과 살아남지 못하는 작물이 있게 되고 그럼, 전체적으로 타격을 덜 입는다는 이야기이다. 안정적인 생산과 수입이 역시 보장이 된다고 한다.


예측 불허 기후변화, 농사의 가장 큰 위협


감자나 양파는 지금껏 기후변화로 타격을 덜 받는 작물이었다. 2016년 여주에 비가 안 와서 감자와 양파가 전혀 크지 못했단다. 보통 연 3000만원의 매출이 났는데, 당시는 600만원밖에 소출이 없었다. 또 감자 심는 시기도 변했다고 한다. 곽 전무는 "20년 전 내가 귀농해서 농사를 지을 때는 2월이 따뜻해서 2월 말 정도면 감자를 심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감자 심는 시기가 꽤 늦어졌습니다. 심어 놓고 싹이 나올 쯤 서리가 오거나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서 감자 싹이 얼어버리는 피해를 크게 봤죠. 이 상황이 3년간 지속되고 있습니다."라며 안타까워한다. 감자는 추위에 강한 품목이라서 올해는 아들과 감자를 심고 난 다음 그 위에 부직포로 덮어야 할 것이라며, 굳이 할 필요 없던 일들이 자꾸 생긴다고 덧붙인다.

과일시장도 지금 난리란다. 한살림에는 지금 과일이 없단다. 과일 나무는 겨울이 되면 휴지기에 들어가는데, 올 겨울엔 비가 온 날이 많고 따뜻해서 과수가 계속 성장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과수 농사에서는 나무에 성장 호르몬제 약을 써서 생육을 일시적으로 정지시켜 냉해 피해를 방지하는데, "한살림은 그런 약을 아예 쓰지 않는 게 원칙이라 더 피해가 큽니다."라고 사정을 밝힌다. 이처럼 기후 예측이 어려운 게 농민들을 힘들게 한다. 날씨 패턴을 종잡을 수 없어서 대처가 힘들다는 것이다. 한살림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라서 생산의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를 기본 과제로 여기고 논의해 오고 있다고 한다.


유기농산물의 소비가 지구를 살린다


곽 전무는 "미래 세대까지 내다보며 지속가능한 식량생산의 안정 기반을 마련하려면, 땅과 생태를 보존하는 걸 전제로 한 농업이어야 합니다. 식량 위기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려면 생명농업이 이뤄져야 하죠."라고 말한다. 대규모 농사지에서 나오는 평당 생산량보다 가족농, 소농 체계에서 나온 평당 생산량이 3~4배 더 많다는 것이다. 소농의 생산성이 더 뛰어난다는 말이다. 곽 전무는 농촌에 가족농 중심의 공동체가 더 늘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도시와 농촌의 균형을 이루고, 삶이 지속가능해진다고 보고 있다. 소농 중심의 생명농업이 확장하려면,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소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곽 전무는 "소비자가 우리 세대와 미래 세대의 지속성을 위해, 소비를 책임 있게 함으로 오히려 소비가 생산을 이끌고 확장시켜야 합니다."라며 이를 중요한 과제로 본다. 앞으로 유기농산물 이용이 자신의 건강을 넘어서 지구의 생태계를 살리고 지속가능한 삶을 만들어 나간다는 '가치소비 의식'이 절실하다고 말을 맺었다.




 

 

 

 


댓글 0개

Comments

Rated 0 out of 5 stars.
No ratings yet

Add a ra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