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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ㅣ박진희ㅣ탄소중립 농산촌 기업은 탄생 가능할까?

 

박진희 2024-05-03


박진희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 [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연재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은 많다


농산어촌에 살다 보면 창업의 기회가 수시로 찾아온다. 농림어업의 소득은 적고, 공동체성은 살아있다고 판단되니 마을이나 영농조합과 같은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창업 지원 사업이 아주 많다. 그러나 평생 농사만 지어본 농민과 농촌의 주요 인구 구성원인 고령자들이 창업을 하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정부의 계획과 달리 이러한 창업 지원 사업은 종국에는 건물만 남는 일이 많았고, 지원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일어나 분쟁을 겪는 공동체도 많이 생겨났다. 이런 부작용이 있다고 해도 농가 경영체를 만드는 지원 사업이나 마을 단위 사업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농촌유휴시설 활용 창업지원사업, 농촌 신활력플러스사업, 농산어촌지역개발사업, 관광두레사업, 산림일자리 발전소 사업, 산촌공동체 활성화 지원사업, 자율어업공동체 선정 및 육성, 어촌뉴딜 300. 농산어촌을 대상으로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은 여전히 많다.


농산어촌 기업은 지속가능할까?


정부는 건물과 분쟁만 남는 사업이 되지 않도록 공동체 창업 지원 절차를 세분화했다. 예비, 신규, 재지정, 고도화 등 성장 단계별로 지원을 구분하고, 단계별 심사를 거쳐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했다. 사업을 결심한 마을공동체에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가 투입되어 주민들간 토론을 이끌어 내고, 다양한 의견이 공동의 의견으로 모아질 수 있도록 한다. 농림어업을 배경으로 하니 사업 내용의 주요 분야는 유통, 가공이 되지만 체험과 관광까지 아우르는 융복합 사업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컨설턴트에게 컨설팅을 받고, 선진지 견학을 다녀온다. 사업 공간이 기획되고, 디자인된다. 설계를 검토하고, 공사가 시작된다. 구성원 중 누군가는 공동체 창업 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교육을 열심히 받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기업은 마을 기업만 살펴보더라도 1590여개에 이른다. 다른 공동체 창업 사업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족히 수만개가 될 것이다. 잘사는 농산어촌을 만드는 목적을 가진 농산어촌 창업의 기본 전제는 당연히 농산어업의 유지와 발전이다. 그런데 이렇게 창업된 농산어촌 기업은 모두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미래를 바꿀 요인은, 기후 위기와 4차 산업


구성원의 하나가 되어 참여해본 사업도 있고,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업도 있으며, 컨설턴트나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사업도 있다. 이런 경험에 비추어볼 때 농산어촌 창업 지원 사업은 농촌을 살려야 한다는 당위는 있으나 어떻게 살리겠다는 전략이 없다. 농촌 어메니티(amenity)에 대한 조사와 활용은 있으나 바뀌는 농업 환경에 대한 분석과 미래에 대한 예측이 없다. 농산어촌의 미래를 가장 크게 바꾸어 놓을 요인은 기후 위기와 4차 산업이다. 농산어촌 마을 기업과 공동체 기업은 기후 위기와 4차 산업에 대응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4차 산업은 공동체가 아닌 청년과 개별 농가 지원이 주를 이루고 있고, 사실상 저금리 대출 보조 사업이라고 봐야 한다.


탄소중립 로컬 기업으로 가는 길


마을 기업이나 공동체 창업은 여전히 특산물의 생산,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 개발, 특산물을 활용한 체험과 관광을 콘텐츠로 삼고 있다. 그래서 전국 어디에서나 특산품이 들어간 00빵을 먹고, 000 체험을 하는 비슷한 구조의 사업들이 넘쳐 난다. 이걸 통해 소멸 위험에 맞서 관계 인구를 늘리겠다는 장밋빛 계획만 앞세운다. 수십년에 걸쳐 서서히 전국의 주요 작물이 바뀌어 왔다. 사과하면 대구였지만 어느새 장수, 청송이 사과 주산지가 되었고, 이제는 평창 등 강원권이 사과 주산지로 바뀌어가고 있다. 복숭아의 주산지도 수십년 동안 바뀌었다. 어류 자원도 바뀌었고, 산림자원도 바뀌어간다. 그런데 여전히 농산어촌 로컬 기업은 현재의 주요 작물에 기대는 사업 공정만을 선보인다. 산림 기반 사업은 치유만을 강조한다. 이제 농산어촌 공동체 기업은 기후 위기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탄소중립 로컬 기업을 자기 정체성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그리고 탄소중립 기업이 되기 위한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노력 없이 농산촌 기업이니 당연히 자연친화적이라거나 농촌을 위하는 기업으로 생각해 달라고 한다면, 대기업의 그린워싱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회의나 교육의 진행을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돕는 역할.

*어메니티(amenity): 어떤 지역의 장소, 환경, 기후가 주는 쾌적성. '농촌 어메니티'는 농촌 고유의 가치와 정체성을 보여 주는 유형, 무형의 자원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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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May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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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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