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특별기고ㅣ박진희 | 햇양파, 기후 위기의 증인

 

박진희 2024-06-14


박진희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 [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연재


 

늘 곁에 있어도 좋은, 양파 같은 사람


내 별칭은 ‘양파’이다. 귀농해 양파의 생육 과정을 지켜보며 양파의 매력에 빠져 별칭을 양파로 짓게 되었다. 장을 보러 가면 언제나 양파가 있었기 때문에 도시에 살 때는 양파를 언제 심고, 언제 수확하는지 관심이 없었다. 귀농 후 초보 농부가 되었다. 농사일을 하다 보면 가끔 얼치기 철학자 같은 생각이 찾아오곤 했는데, 양파를 심고 거두는 일도 나를 얼치기 철학자로 만들곤 했다. 봄에 양파를 심기도 하지만, 우리는 늘 초겨울에 양파를 심었다. 한겨울을 땅속에서 보내며 언 땅을 뚫고 나오는 양파 새싹에 나는 언제나 경외감이 일었다. 양파는 저장성도 좋아서 수확하고 저장고에 넣어 잘 보관하면 다음 해 햇양파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 걱정 없이 양파를 먹을 수도 있었다. 나도 그렇게, 언 땅을 뚫고 자라는 마음으로, 늘 곁에 있어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양파라는 별칭을 짓게 되었다.


한국인은 1인당 연간 30kg를 소비한다


6월. 햇양파가 쏟아져 나오는 계절이다. 한국인의 여러 음식에 두루두루 쓰이고 있어 재배 역사가 수백 년은 훨씬 넘었을 것 같지만, 양파는 단군신화부터 등장하는 마늘과 달리 조선 말기인 1908년 미국과 일본에서 도입했다고 알려져 있다. 서양에서 온 ‘파’라고 해서 이름도 ‘양파’라 불린다. 어디서 언제 도입되었는지와 관계 없이 양파는 한국인에게 없으면 곤란한 중요한 양념 채소이다. 한국인은 1인당 연간 30kg 정도의 양파를 소비한다. 모든 농산물이 그렇듯 양파도 여러 품종으로 나뉜다. 익는 시기에 따라 크게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으로 나뉘고, 색에 따라 황양파, 흰양파, 적양파로도 나뉜다.


양파는 온화하고, 습이 많고, 서늘한 기후에서 자란다


1970년 재배 면적이 4549ha였던 양파의 재배면적은 2024년 1만8628ha가 되었다. 양파는 농촌이라면 대체로 어디에서나 심고 수확되므로 주산지 개념이 없을 것 같지만 양파 재배를 많이 하는 곳은 전남(6862ha), 경남(3860ha), 경북(2703ha), 전북(1827ha), 제주(1015ha)로 이들 지역의 양파 재배 면적은 전체 양파 재배 면적의 87%를 차지한다. 양파는 생육 기간 중 생육 촉진을 위해 일시적으로 저온이 필요하다. 그리고 온화하고 습이 많고, 서늘하기도 한 기후에서 잘 자란다. 생산량이 많은 지역은 모두 이런 요건이 충족되는 지역인데 제주는 1920년, 무안은 1930년, 경남은 1940년대부터 양파를 재배해 왔다. 전남의 무안과 경남 창녕의 양파는 지리적 표시제 등록 농산물이기도 하다.


6월 양파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 제공_창녕군


기후 위기로 양파 주산지 기준이 달라졌다


5월~6월 양파는 자주 뉴스에 오르내리며 가격이 적정한지, 수급이 안정적인지 세간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다. 가격 변동은 수급 불안정에 기인하는데 농림수산축산부는 올해 양파가 기후 위기로 꽃이 올라오고(추대), 갈라지는(분구) 생육 장애가 발생했으나 지난해보다 재배면적이 늘어 수급이 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추대와 분구 피해를 입은 지역이 많고, 농협 등의 매장에서 이런 양파를 ‘맛난이 양파’라며 팔고 있으므로 기후 위기로 양파 생산에 피해가 있음은 자명하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양파 생산량 변동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양파 수확 시기인 봄과 초여름 사이 급강하거나 급상승하는 기온 변화와 장마처럼 자주 내리는 비가 내리면 양파 생산량은 감소한다. 반면 평균 최저기온이 상승하고, 고온이 유지되면 오히려 생산량이 증가할 가능성도 높다. 농림부는 기후변화에 따라 농산물의 생산과 생육환경이 변화되어, 재배 적지가 이동하고, 재배면적이 변화하고 있음을 이유로 지난 2022년 ‘채소류에 대한 주산지 지정 기준’ 고시를 개정한 바 있다. 이 고시에 따라 양파 주산지는 재배면적은 800ha 이상에서 190ha 이상으로, 생산량은 5만2600t에서 1만2481t 이상으로 바뀌었다. 양파 주산지는 앞으로도 무사할 수 있을까? 햇양파의 아삭함은 계속될 수 있을까? 햇양파도 기후 위기의 증인으로 우리 밥상에 오르고 있다.

댓글 0개

관련 게시물

전체 보기

Kommentare

Mit 0 von 5 Sternen bewertet.
Noch keine Ratings

Rating hinzufüg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