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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 나무는 사람이 죽입니다

최종 수정일: 6월 16일

 

김우성 생태정치포럼 운영위원장 2024-04-05



가지치기의 계절입니다


가로수는 우리가 문을 열고 나서면 맨 처음 만나는 초록입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매일 만나는 존재들입니다. 우리에게 소중한 그늘을 주고, 맑은 공기를 주며, 도시의 온도를 낮춰주고, 도시에서 살아가는 작은 존재들에게 소중한 서식지를 제공합니다. 도시에 초록의 싱그러움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더하고, 도로와 인도를 분리함으로써 우리의 이동을 조금 더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고마운 가로수의 존재를 소중하게 대하고 있을까요? 봄입니다. 나무를 심는 계절이고, 또한 가지치기의 계절입니다. 보통 우리는 나무들이 잎을 틔우기 전에 가지치기를 합니다. 가지치기는 잘 이뤄지고 있을까요?  



이 메타세콰이어들은 ‘가지치기'가 완료된 상태입니다. 

“이러실거면 그냥 깔끔하게 자르시죠.” 

“이래도 살아요.” 

저 나무들은 저 자리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요? 나무의 미래를 예상해 보겠습니다. 일부는 죽을테고, 살아남은 친구들은 다시 가지를 뻗겠지만 가지가 자라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나무껍질이 찢어지면서 가지도 떨어질겁니다. 상처 부위로는 계속 빗물이 들어가면서 나무 속은 계속 썩어 들어갈 겁니다. 결국 아름답지 않게 된 나무들은 다시 베어지게 됩니다. 나무를 베는 예산은요? 다친 나무를 보며 함께 다친 사람들의 마음은요? 돈과 시간을 들여 우리 주변을 망치는 일들을 이제는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 




아름드리 히말라야시다의 허리가 잘려나갔습니다. 나무는 오래 살고, 크게 자랍니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크게 자라는 나무를 전깃줄 아래에 심으면, 나무는 크기를 줄이기 위해 가혹한 가지치기를 당하게 됩니다. 몇 년이 지나 다시 가지가 자라면, 또 가지치기를 당합니다. 전깃줄이 나무 위에 있고, 나무가 살아있는 한 주기적으로 가지를 잘라야 합니다. 나무는 오래도록 만든 가지와 잎을 모두 잃었고, 우리는 마을의 풍경과 길 위의 그늘을 잃었습니다. 나무는 상처 부위를 회복하지 못하면 서서히 죽어갈 것이고, 우리는 반복적으로 예산을 낭비하게 될 것입니다.




동네 놀이터에서 만난 메타세콰이어입니다. 메타세콰이어 위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건물도 없고, 전깃줄도 없습니다. 그러나 메타세콰이어는 꼭대기가 잘렸습니다. 아마도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서 힘들게 잘랐을텐데, 잘라야 하는 이유를 저는 모르겠습니다. 왜 잘랐을까요? 안전상의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 형태가 아름답다고 생각해서 잘랐을까요? 사람들이 나무를 대하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대체 왜?’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굳이 잘라야 할 필요가 없는 나무는 자연스럽게 자랄 수 있게 해주세요. 예산과 노력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나무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자라지 않게 해 주세요



학교 옆 나무들도 전깃줄을 피하기 위해 가지치기를 당했습니다. 우리는 반복되는 고통의 사슬을 끊을 수 있을까요? 미국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깃줄 높이 아래까지만 자라는 나무를 선정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총 18개 품종의 나무를 심어 오랫동안 관찰했고, 9개 품종의 나무가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이 나무들은 다 자라도 키가 전깃줄의 높이를 넘어가지 않습니다. 매년 가지치기 예산을 지출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무도 고통받지 않아도 되고, 작업자도 원치 않는 일을 하지 않게 되며, 가로수를 보는 사람들도 마음을 다칠 필요가 없습니다. 구조를 바꾸면 문제 해결에 한 발 다가설 수 있습니다. 




학교 운동장 변두리에 있는 플라타너스입니다.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강한 가지치기를 당했고, 속은 썩어 있으며, 큰 구멍도 뚫려 있습니다. 아이들은 3~6년 정도 학교를 다닙니다. 아이들이 자랄 때 나무도 같이 자라야 하고, 졸업한 후에 학교를 방문했을 때 크게 자란 나무를 보며 학창시절을 회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른들이 나무를 함부로 대하면 아이들은 나무는 원래 함부로 대해도 되는 존재라고 배우게 됩니다. 플라타너스는 원래 저렇게 생긴 나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나무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라지 않게 해 주세요. 



폐교된 학교의 운동장에서 만난 플라타너스입니다. 학교가 문을 닫고,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지자 플라타너스는 행복을 되찾았습니다. 큰 줄기 위쪽의 많은 부분을 잃어버렸지만, 너무 늦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플라타너스는 다시 햇볕을 쫓아 연약한 가지를 냅니다. 사람이 떠나고 시간이 지나면 플라타너스는 더 행복해질 겁니다. 나무는 사람이 죽입니다.


나무를 나무답게 살게 해주세요



담양에서 만난 커다란 플라타너스들입니다. 플라타너스는 충분한 공간이 있는 곳에 심어주면 빠르게 자라 큰 그늘을 돌려주는 나무입니다. 그늘 아래에서 사람들은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담양에는 메타세콰이어 길이 있고, 관방제림이 있고, 죽녹원이 있습니다. 담양 사람들은 오랫동안 크게 자란 공공수목의 아름다움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무를 나무답게 살게 해주세요. 




담양에는 200년이 넘은 가로수길, 관방제림이 있습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구역 안에는 185그루의 큰 나무들이 아름답게 자라고 있습니다. 큰 나무 아래를 걷는 사람들의 걸음과 표정은 우아하고 행복합니다.  

가로수와 같은 공공수목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편익을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조성되고 관리돼야 합니다. 좁은 공간에는 작게 자라는 나무를 심고, 그늘이 필요한 곳에는 크게 자라는 나무를 심으면 됩니다. 나무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반복되는 무리한 가지치기로 예산을 낭비하고 나무를 괴롭힐 필요가 없습니다. 적지적수(適地適樹), 맞는 땅에 맞는 나무를 심으면 됩니다.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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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kommenta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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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æst
23. m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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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우리에게 오랫동안 맑은 눈으로 자연을 보신 분인 쓴 글

감동~~

쫌 주변 식물과 함께 살자. 동물과도....


Synes godt om

Gæst
07. apr.
Bedømt til 5 ud af 5 stjerner.

글이 와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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