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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을 반대하는 사람들

 

2024-11-14 평창올림픽반대연대

2022년,나가노, 삿포로, 도쿄, 평창의 올림픽반대 4도시 회의 모습  사진 평창올림픽반대연대
2022년 나가노, 삿포로, 도쿄, 평창의 올림픽 반대 4도시 회의 모습 사진 제공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2017년 개별적으로 반대하던 그룹이 모여 연대활동을 시작했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 기간을 전후로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정보를 알리고 '올림픽'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시작했다.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소책자를 만들어 배포했고, 전국 각지에서 19차례의 워크숍을 진행했다. 국제연대 저항의 성화 릴레이, 한일 올림픽 반대 포럼 등의 활동을 해 왔다. 평창올림픽 개최 이후, 계속되는 올림픽 개발사업과 개최지 상황을 지속적으로 답사하고 모니터링하면서 올림픽에 맞서는 사람들과 국제 연대 활동을 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가 올림픽 위원회의 ‘그린워싱'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가 올림픽 위원회는 ‘그린워싱’을 하고 있다. 환경보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세계를 위협하는 생태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2024년 9월 8일 폐막식을 끝으로 파리올림픽⋅패럴림픽이 막을 내렸다. 두 달여 동안 세계 주류 언론의 이목은 파리에서 열린 국제 체육대회에 집중되었지만, 체육 경기는 올림픽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올림픽 개발사업, 또 이와 연계된 ‘그랑파리’ 광역 개발사업으로 유럽연합 자연보호 구역이 파괴되었고,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커뮤니티 가든이 철거되었으며, 가파르게 상승하는 지가에 주민들은 더욱 외곽으로 밀려난다. 사회주택은 축소되며, 빈민과 노숙인의 주거가 위협받고 있다. 파리기후협약의 목표를 2050년까지 달성하려면 올림픽을 포함한 메가 이벤트의 개최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평가해야 한다.


올림픽은 자연을 파괴했고, 파괴된 자연은 돌이킬 수 없다


하계 올림픽 종목 중 하나인 서핑 경기는 파리에서 1만5천킬로미터 떨어진 프랑스령 타히티에서 개최되었다. 타히티에서는 유명한 국제서핑대회가 개최되어 왔으며 경기를 위한 기존의 시설이 바다의 산호와 조화를 이루며 잘 갖춰져 있었으나, 올림픽 주최 측은 콘크리트 기초와 알루미늄 구조로 이뤄진 새 심판석 공사 계획을 세웠다. 타히티 정부와 주민들, 프로 서퍼와 해양과학자들이 나서 건설 계획을 반대하고 대안을 제시했으나 결국 공사는 강행되었다. 선수촌을 짓는 대신 선박을 활용해 '친환경' 개최라 선전했지만, 작은 해안마을 테아후푸(Teahupo'o)에서 대형 크루즈선 정박을 위한 대규모 준설 공사가 진행되며 천혜의 산호 해안은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되었다.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이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타히티 사람들의 목소리는 어떤 주요 의사결정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개최 도시마다 반복되는 파괴 현장, 그 현실을 직시하면 악순환 막을 수 있어

올림픽을 통해 모든 것을 마법처럼 훌륭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업자들은 누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누가 어떤 이익을 얻는지, 그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말하려 하지 않는다. 지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좋은 일은 올림픽의 덕분이라고 쉽게 함부로 말하지만, 올림픽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인한 결과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더 나은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다며 제시하는 계획들이 나태한 거짓에 불과함은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올림픽의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은 모든 개최지마다 반복해서 벌어져 왔다. 하지만 올림픽 사업의 주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거짓된 역사를 만들어 자신의 사업을 지속할 당위를 스스로 부여해 왔다. 우리는 단지 개최지 사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

 

2019년 로스앤젤레스, 파리, 도쿄, 평창 올림픽 반대 활동가들이 도쿄에서 8일동안 진행한 국제공동행동 중 거리 집회 모습. 사진 제공

2030년 삿포로동계올림픽 유치를 막아 내다

 

197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였으며, 최근까지도 2030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추진했던 삿포로시는 2023년 4월에 2030년 동계올림픽 유치 추진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 삿포로에서는 2022년 7월에 나가노, 평창, 도쿄 등 올림픽 개최 도시들이 모이는 공동 집회 ‘올림픽을 멈추자! 4도시 회의’가 개최되었다.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지금까지의 활동을 통해 올림픽에 맞서는 각 지역 사이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해 왔기에 공동 집회에 참여했다. 이후로도 삿포로올림픽대책실은 계속 올림픽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공론의 장을 만들고, 공동 행동을 통해 2030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막아 낼 수 있었다. 2034년 올림픽 유치 추진의 가능성을 열어 두긴 했지만, 올림픽 유치 추진 과정의 여러 문제에 대한 삿포로 사람들의 적극적인 행동은 다른 도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복원 약속을 무시하고 '올림픽특구사업'도 멈추지 않고, '개발'까지 주장하는 '평창동계올림픽'


평창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직후 제정된 올림픽 특별법에 따라 지정되었던 ‘올림픽 특구’에 해당하는 건설 사업은 올림픽 개최에 필요한 시설을 확충한다는 목적을 위해 각종 예비 조사 및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생략하는 특혜를 적용받는다. 법의 본래 취지를 생각하면 특구 사업은 올림픽이 막을 내리는 동시에 끝나야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도 강원도 곳곳에서 특구 사업은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동계올림픽으로 파괴된 많은 산과 숲이 있었지만, 가리왕산처럼 곤돌라 철거 약속까지 완전히 무시한 채 복원의 시늉조차 하지 않고 산림개발을 주장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가리왕산을 둘러싼 모든 약속은 무참히 깨어져 왔다. 우리의 요구는 단 하나,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가리왕산 복원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계산기를 또다시 두드릴 필요는 없다. 보호 산림의 가치는 현재의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있다.


올림픽 재해를 반복하지 말자

     

다음 동계올림픽 개최 예정지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지역, 하계올림픽 개최 예정지 로스앤젤레스, 최근에 2030 동계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알프스 프랑스 권역에서는 이미 거센 올림픽 반대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올림픽이 개최되는 거의 모든 곳에는 올림픽에 맞서는 이들이 있다. 현재 오세훈 시장은 2036 서울올림픽 유치 의사를 거듭 표명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이미 내년까지 진행할 올림픽 유치 활동에 25억원 이상의 예산을 배정했다. 또다시 올림픽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를 향해, 이곳에 살고 있는 서로를 향해 질문은 이어진다. 올림픽과 메가 이벤트의 미래 선택지는 단순하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방식으로 완전히 재구성하거나, 근본적으로 개최를 재고하는 것이다. 올림픽 재해를 직접 겪은 우리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어디에서도 이러한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함께 이야기해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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