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특별인터뷰 | 영화 '땅에 쓰는 시'의 정다운 감독, 김종신PD를 만나다

 

황희정 기자, 양성욱 영상기자 2024-05-03


땅에 쓰는 시(Poetry on Land)

감독 : 정다운

제작 : 김종신

개봉 : 2024.04.17.

상영시간 : 113분

작품 소개

영화 <땅에 쓰는 시>의 주인공은 정영선 조경가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굵고 깊은 조경을 책임져 왔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1호 졸업생, 국내 최초의 여성 국토개발기술사다. 6년의 제작기간 동안 정다운 감독은 정영선 조경가의 삶과 자연, 가치와 미래를 담았다. 정영선 조경가가 지어 낸 이 땅의 수많은 정원을 담았고, 하나하나마다 스며 있는 가치를 탐구했다. 도심 속 선물과도 같은 선유도공원부터 국내 최초의 생태공원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과거와 현재를 잇는 경춘선 숲길 등 우리 곁을 지켜주는 아름다운 정원에는 한국적 경관의 미래를 그려 온 조경가 정영선의, 공간과 사람 그리고 자연이 가득하다.


 

<땅에 쓰는 시>는 대한민국 1호 여성 조경가인 정영선 교수의 이야기를 담은 기린그림 제작사 세 번째 극장용 장편 다큐멘터리다. 정영선 교수는 한국 조경 역사의 산증인이다. 선유도공원, 호암미술관 희원, 서울식물원, 서울아산병원 정원 등 그의 손길이 닿은 공간들은 한국 조경 역사의 흐름 그 자체다. 정다운 감독은 어릴 때부터 시골에서 자라 왔기 때문에 국토개발을 위해 자연이 훼손되는 것에 상처가 있고, 자연 없이는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정 감독은 자신이 사랑했던 공간들이 정영선 선생의 작품이라는 걸 알고 다큐멘터리 제작이 운명임을 느꼈다고 한다. 조경계에서 영화 제작을 요청해 오기도 했다. 건축계와 달리, 한국에서는 조경계가 너무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축과 조경이 함께 가야 정말로 아름다운 작품이 나올 수 있는데, 우리나라 문화 특성상 조경 자체에는 관심이 적다고 한다. 날 좋은 4월 말, 북촌에서 정다은 감독, 김종신 프로듀서와 <땅에 쓰는 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한민국 1호 여성 조경가, 정영선 교수를 만나다


정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한다고 결정하는 데는 정말 강력하고 어마어마한 내적 동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모든 창작이 그렇겠지만 다큐멘터리가 가진 특이성이 있다. 일단 자신의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큐멘터리스트의 전제 조건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통해 나를 표현한다는 거다. 정다운 감독은 작업도 영혼을 갈아 넣듯 힘들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영선 선생을 보자마자 작품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할머니 손에 자란 정 감독은 나이를 담은 얼굴의 주름선만 봐도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이다. 정영선 선생은 할머니이고, 너무나 멋있는 여성이었다. 이렇게 매력적이고 유쾌하고 멋진 인물을 다루지 않을 수 없었다. 결정적으로 정 감독이 아주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한국의 경관 훼손과, 개발 논리로 자연이 상처 받는 문제에 대한 답을 정영선 선생이 내주었다. 자연의 복원력, 생명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하니 이걸 믿어도 된다고 말씀해 주었다. 물론 자연만 믿고 그냥 놔두는 것이 아니라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이 말이 정 감독에게 큰 위로가 됐다고 한다. 주인공은 평생 시를 쓰는 마음으로 살았다. 시를 쓰듯 정원을 설계하고 경관을 만지며 조경을 한다. 영화는 그런 주인공의 마음을 따라간다.


사진 : <땅에 쓰는 시>의 한 장면

조경은 땅 위에 꽃과 나무와 풀과 호미로 시를 쓰는 것


<땅에 쓰는 시> 제작 기간은 6년이 걸렸다. 중간에 코로나가 있어서 동력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다. 정영선 선생을 뵙기도 조심스럽고, 사람들이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그 모습도 찍기 불편했다고 한다. 제목 <땅에 쓰는 시>는 정 선생의 표현이다. 조경은 땅 위에 꽃과 나무와 풀과 호미로 시를 쓰는 것이라고 선생은 표현한다. 또 선생에게 시는 아름다움 그 자체다. 아름다운 시처럼 조경 작업을 하자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시라는 것은 은유다. 시는 직접 표현하기보다는 우리에게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조경하는 사람도, 그걸 보는 사람들도 조경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을 음미하고 생각하고, 시를 쓰듯이 혹은 시를 읽듯이 감상하기를 바란다. 이 마음이 제목 <땅에 쓰는 시>에 들어가 있다.


사진 : <땅에 쓰는 시>의 한 장면


미래 세대에 바치는 연서


조경도 영화도 미래를 보면서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영선 선생은 늘 지금만 생각하지 말고 미래를 보라고 말씀한다. 미래 세대에게 더 좋은 것을 전달하고 싶어서 그렇게 애끓는 심정이라는 거다. 지금 이 땅은 당신이 너무나 사랑하는 손자 세대들이 살아갈 공간이다. 우리의 것이 아니고 우리가 잠깐 빌려 쓰고 그 다음 세대에게 넘겨 주어야 할 것인데 지금의 우리는 너무 다 소진하고 있다. 정다운 감독과 김종신 프로듀서는 조경을 미래 세대에 바치는 연서라고 하는 게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절박해질 수밖에 없고, 우리는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고 한다. 자기보다 자신의 아이들이 더 행복했으면 하는 게 부모의 심정인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사진 : <땅에 쓰는 시>의 한 장면


 

정다운 감독

사진 : 정다운 감독, planet03 DB

정다운 감독은 중앙대학교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건축대학원 ‘건축과 영상’ 코스에서 HPHIL 학위를 받았다. 건축 영상, 영화 제작사 '기린그림'의 대표로 <한국 현대건축의 오늘>(2016), <이타미 준의 바다>(2019),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2022)를 연출했다. <이타미 준의 바다>로 2019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CGV배급지원상, 올해의 여성영화인 다큐멘터리상, 제주영화제에서 트멍상(관객상)을 수상했다.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로 DMZ 다큐멘터리 영화제 예술공헌상을 받았다. 2022년 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2021년 건축문화공헌상을 수상했다. 중앙대학교 영화학과에서 미장센과 다큐멘터리 제작 수업을 진행했다.


김종신 프로듀서

사진 : 김종신 프로듀서, planet03 DB

김종신 프로듀서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컬리지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했다. '기린그림'의 공동 대표이며 2008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업을 시작으로, 국립현대미술관 건축관의 이타미 준, 김종성, 김태수 전시영상, 황두진, 김찬중, 가온건축의 건축영상을 제작했다. 정다운 감독과 다큐멘터리 <한국 현대건축의 오늘>, <이타미 준의 바다>,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 <땅에 쓰는 시>(2024)를 만들었다.








댓글 0개

Commentaires

Noté 0 étoile sur 5.
Pas encore de note

Ajouter une n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