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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라 | 텀블러보다 시스템이 먼저다, 수도꼭지를 잠궈야

 

황희정 기자 2024-11-22


김나라는 그린피스의 플라스틱 캠페이너다.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INC4 회의에 그린피스 대표단의 참관인 자격으로 참가했다. 2022년부터 플라스틱 캠페인을 담당한 김나라 캠페이너는 한국 정부가 우호국 연합(HAC)소속이자 제5차 협상회의 개최국으로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앞장설 것을 촉구해 왔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4차 회의를 참관하고


국제 플라스틱 협약 4차 회의로 오타와에 다녀왔다. 5번으로 성안을 하고자 시작됐던 협약의 4번째 회의였기에 많은 진전이 이루어지는 것을 내 눈으로 보겠구나 하는 기대를 안고 캐나다로 향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진전이 없었음에 실망도 컸다. 협약 협상을 위해 모인 회원국들은, 2022년에 이 협약을 만들기로 합의한 당시의 야심이 다 사라진 것 같았다. ‘누가 누가 잘 하나?’, ‘이 정도면 다른 나라보다 잘하나?’ 하며 도토리 키 재기를 하는 모습에서 사라진 야심을 더 느꼈다. 이 협약을 만들기로 한 것은 하나의 국가 혹은 일부 지역에서 벌이는 당장의 노력 정도로는 해결이 안 될 정도로 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하기 때문에 시작됐다. 서로 비교하기보다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더 강력한 목표 설정과 그로 나아가기 위한 로드맵이 만들어져야 한다. 5차 협약에서 회원국들이 이 협약을 시작했던 그 본연의 이유를 잊지 않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일부 산업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계 시민과 지구 환경을 위한 선택해야 한다.


플라스틱 문제 해결은 생산단계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린피스 활동 전에도 9년 정도 동물보호단체에서 활동했다. 동물을 위해 일하면서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지구 환경을 보면서 ‘어떻게 다 함께 살아 남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항상 했던 것 같다. 특히 플라스틱 이슈의 경우 심각성도 이것이 문제라는 것도 알지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개인으로서 한 명의 시민으로서 막막했던 것 같다. 각종 구조 장비를 배낭에 넣고 출장을 다니면서도 텀블러를 챙기지 못해 플라스틱에 담긴 음료를 사야 할 때 스스로 죄책감을 많이 느꼈다. 한여름 뙤약볕에서 물이 없어 탈수가 온 동물에게 플라스틱에 담긴 물을 줄 때도 똑같은 죄책감을 느꼈다. 혼자만의 고민이 이어지던 중 그린피스와 함께하게 됐다. 지금은 플라스틱 오염의 정도와 그 심각성에 대해 더 많은 이해가 생겼고, 그 해결이 어디서 시작되어야 하는지도 명확해진 것 같다. 플라스틱 오염 해결은 개개인의 노력과 참여도 중요하지만, 생산단계에서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으면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너무나 잘 알게 됐다.


텀블러보다 시스템이 먼저다


2023년 그린피스에서의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 기업 조사에 참여해 주신 시민분들과 함께했던 오프라인 세미나가 기억에 남는다. 한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함께 플라스틱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어느 한 분 지치지 않고 열심히 듣고 토론해 주셨다. 어린아이부터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까지 정말 다양한 시민분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자 하는 열정이 감명 깊었다. 한 기자분과의 인터뷰도 생각난다. 기자님이 텀블러를 쓰는 나를 보면서 ‘알고 있지만 오늘도 저는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셨네요.’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과거의 나와 기자님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시민이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재사용과 리필 옵션이 확보된 시스템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에서 살아가는 동물들


올해 그린피스에서 ‘2024 한강하구 플라스틱 조사’를 진행했다. 현장 조사 당시 충격이 생생하다. 민간인 출입이 되지 않아 드론을 띄워 모니터링을 하며 오염 정도를 파악하는 조사였다. 높은 상공에서는 아름다운 습지의 모습이었는데, 고도가 낮아지면서 드러나는 그 수많은 쓰레기에 숨이 턱턱 막혔다. 괴롭힐 인간의 출입이 없는 만큼 다양한 동물이 제각각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자연이어야 하는데, 정작 인간이 만든 엄청난 양의 쓰레기 더미에서 ‘그나마 안전하다’는 듯 먹이활동을 하고 헤엄쳐 다니던 동물들의 모습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특히 왜가리가 쓰레기들 사이에서 두리번거리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평화롭고 아름다워야 하는 자연은 더 이상 평화롭고 아름답지 못했다. 비단 눈에 보이는 쓰레기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 같아 더 숨막혔다. 그 안에 잘게 부서져 남아있는 플라스틱이 얼마나 있을지 생각해본다.


시민의 목소리를 모아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으로


일상 속에서 플라스틱을 덜 소비하는 방법은 많은 분들이 알고 있다. 그에 더해 우리와 같은 환경단체의 목소리에 힘을 더해야 한다. 우리 미래와 우리 자신을 위해, 특히 이 협약은 시민들이 만들어 가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목소리가 필요하다. 그린피스의 경우 2년간 세계 시민의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11월 23일에는 전 세계 시민과 부산 벡스코 주변을 도는 행진에서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해 우리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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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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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Nov 25

결국 수도꼭지를 잠궈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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