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 기자 2024-10-25

김용선은 서울대학교 지구과학과 지구환경과학부에서 해양물리 및 기후역학을 공부했다. 석사과정에서는 수치모형을 통해 동해의 순환을 모의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Texas A&M 대학에서 알레한드로 오르시 교수 밑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많은 수송량을 보유한 남극순환류와 그 전선의 변동 역학을 분석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3년 여름부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순환기후연구부에서 우리나라 주변 해역과 태평양에서 해양환경 현장 관측 및 자료를 분석하는 일을 했다. 작년부터 해양순환기후연구부의 부장으로 있다. 과학기술연합대학 대학원과 한국해양대학교의 해양전문대학원의 부교수로 물리해양학과 기후역학의 전문 연구 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깨어 있어라, 그 날이 다가온다

석사 연구를 수행하던 시가만 해도 특별한 동기나 방향성 없이 막연히 '해양'을 공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05년 개봉한 <The Day after Tomorrow>라는 재난 영화를 보고 남극의 해류 변동 연구에 뜻을 두게 되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홀 박사는 남극 대형부이에서 측정한 심층 수온을 계속해서 모니터링하는데, 이를 통해 대서양 해류가 급격히 느려진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한다. 그는 이 해류의 갑작스러운 속도 저하가 대재앙의 시작임을 깨닫고 이를 전 세계 지도자가 모여 있는 UN에서 설명하여, 재난 발생을 막기 위한 대책을 촉구한다.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가 그러하듯 이 영화의 설명이나 내용은 과장이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해양은 갑작스러운 빙하기나 재난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 1만2000년 전 즈음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북미를 가득 덮고 있는 얼음이 녹아 세인트로렌스 강을 통해 라브라도 해에 얼음물이 갑작스럽게 유입된 적이 있다. 염분이 아주 낮고 밀도가 낮은 물의 유입은 북대서양에서 형성되는 심층수의 침강을 막았고 이에 대서양의 해류 순환이 아주 낮아진 적이 있었다. 이 해류 순환 약화로 인해 형성된 소 빙하기를 영거 드라이어스(Younger Dryas) 시기라고 한다. 해양의 이런 역할에 매료됐던 것 같다. 영화 속 홀 박사처럼 멋진 해양학자가 되길 바랐던 것 같기도 하다.
'해양순환기후'를 관측해 미래를 예측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해양 전 분야에 걸쳐 종합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국내 유일의 연구기관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해양순환기후연구부'는 한국 주변해와 대양의 물리특성과 해수순환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해양환경을 관측·분석하고, 지역해부터 전 지구 해양까지의 수치 모델링을 통해 해양 환경·기후를 진단하고 미래 변동성을 예측(전망)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해양순환기후연구부에서 수행되는 연구는 크게 현장 관측을 통한 해양환경 분석과 수치 모델링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현장 관측은 연구선을 타고 바다에 나가 직접 관측을 통해 바다의 다양한 물성과 그 순환의 세기를 측정한다. 북서태평양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강하고 수송량이 큰 쿠로시오 해류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 쿠로시오 해류 및 태풍 발생의 주요 해역이 되는 필리핀 해, 분지되어 제주해협을 통과하는 제주난류의 해류를 측정한다. 세계 최초로 4년 이상 수송량 시계열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관련해 부서에서 하는 연구는 북태평양에서 발생하여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의 발달 과정 및 예측, 해수면 상승, 고수온 현상인 열파 등 다양한 기후 재해의 발생 역학 및 단기 전망을 AI와 수치모형을 통해 분석하고 있다. 순환-생태계 접합 모형을 사용해 해양환경의 변화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있다. 모델링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로는 연구원에서 자체 개발한 지구시스템 모형(KIOST-ESM)을 통해 국내 해양 분야 최초 국제 결합모형 상호비교 프로젝트(CMIP6)에 참가했다. 이 모형을 적분해 과거 기후 재현 및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생산하여 IPCC 6차 평가보고서 작성에 기여했다. 부서에서는 KIOST-ESM을 개선해 CMIP7에 참여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해양 수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해양의 수온이 높아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온실기체인 대기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가파르게 증가해 2014년 400ppm을 넘어선 이래로 올해 5월 평균이 426.9ppm을 넘었다. 빠르게 증가한 온실기체의 영향으로 대기가 빠르게 데워지고 있다. 동시에 상대적으로 차가운 해양은 대기 열기 증가분의 90%를 흡수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해양 수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지역적인 원인도 있다. 우리나라는 쿠로시오 해류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이 쿠로시오의 세기가 감소하고 주축이 지속적으로 북상하면서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대마난류'의 수송량 또한 1980년 중반 이후로 증가하고 있다. 증가한 수송량은 40년 전과 비교하여 0.4Sv(1Sv ≡ 100만㎥/s) 정도다. 한강의 평균 유량인 670㎥/s과 비교할 때, 과거 40년 전보다 현재 적도에 기인한 따뜻한 난수가 한강 유량의 600배만큼 더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차가운 욕조에 온수를 틀면 금세 따뜻해지 듯 우리나라 바다도 따뜻해지고 있다. 이 외에도 집중호우로 인해 양자강으로부터 담수가 유입 될 때, 바람이 약해 바다물을 섞어 주는 효과가 약해지면 우리나라 주변의 수온은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해양 수온이 높아지면 해양 순환이 약해지고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
해양 수온이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해양의 순환이 약해질 수 있다. 해양은 대기의 증가된 열의 90%를 흡수하는데, 해양의 표층 수온은 증가하게 되고 차가운 하부 수온 때문에 해양의 성층 세기는 증가한다. 이 경우 해양의 상하층이 더욱 섞이지 않게 되면서 해양의 순환이 약화되어 고인물처럼 바뀔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해양 상층부가 더욱 뜨겁게 되어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더 증가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동시에 해양의 산소 흡수 능력이 떨어져 빈산소 해역은 점차 확장된다.
해양 수온이 상승해 슈퍼태풍의 발생 빈도 점차 증가
해양의 수온이 높아진다는 말은 해양의 열함량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해양의 열함량이 높아지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기 중으로 많은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태풍이다. 태풍은 저위도의 열을 고위도로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미국 국가해양기상청(NOAA)의 코신 박사(Kossin, 2018)에 따르면, 북태평양의 태풍은 1950년대부터 약 20% 정도 이동 속도가 감소했다. 이동 속도가 감소하면,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유발하는 태풍이 더욱 천천히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사회경제적, 인적 피해는 더욱 급격히 증가한다. 또한, 1970년 후반 태풍의 풍속 또한 12% 이상으로 증가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는 슈퍼태풍의 발생 빈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해수면이 높아져 2100년에는 약 1,9억명이 연안에서 내륙으로 이동해야 할 상황
해양의 해수면 상승 또한 수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수온이 상승하면 열팽창과 남북극의 빙하 감소가 발생하며, 이것은 해수면을 급격히 높일 수 있다. 1993년 이후, 전 세계 해수면은 매년 4.3mm의 비로 상승했다. Kulp and Strauss(2019)는 낮은 이산화탄소 농도 배출에서도 2100년에는 현재와 비교하여 해수면이 50~70cm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약 1.9억명의 사람들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연안에서 내륙으로 이동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해수면이 상승하면 여름철 집중호우나 태풍과 같은 극한 기상현상과 더불어 해일이 발생할 수 있어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다. 2003년에 발생한 태풍 매미는 마산 지역을 포함해 우리나라 주변에 큰 해일 피해를 입혔다. 수온 상승으로 해수면이 상승할 경우, 2100년 마산의 해일고는 현재와 비교하여 67cm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주 바닷물, 고수온 경보기준인 28도를 넘어 32.5도 기록
수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해양생태계 또한 변화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 해역이 아열대화되면서 한류성 어종인 명태나 도루묵의 어획량이 급감하고 방어, 오징어나 멸치와 같은 난류성 어종이 우리나라 전역에서 증가하고 있다. 특히 평균 수온이 증가하면서 극한 고수온 현상인 열파 또한 급격히 증가했으며, 인간의 영향으로 열파가 20배 이상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경우, 해양 생태계는 황폐화된다. 올해 8월 7일 제주 바닷물은 고수온 경보 발효 기준인 28도를 넘는 32.5도를 기록하게 되면서 양식 광어가 집단 폐사하고 산호숲이 녹아 내리는 백화현상이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로서는 대기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 총량을 줄이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것도 전 지구적인 대응이 필요한 문제다. 특히나 화력발전소를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현장 관측 데이타로 '기후평균장을 구축해 '예측 성능' 높이고 싶어
해양에서의 현장 관측은 대규모 인력, 조사선, 첨단장비를 활용하여 얻은 자본·노동 집약적 연구 성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 관측 자료는 시공간적으로 일회성·지역적 자료라는 특성 때문에 해수 물성이나 해류 변동의 역학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현장 관측 자료를 통해서 '기후평균장'을 구축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싶다. 기후평균값과 관측값 사이의 분산을 파악할 때, 이것이 기준값이 되어 해양 환경의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평균장'은 수치모형의 초기 조건으로 사용된다. 우수한 기후평균장이 구축되어 모형의 초기 조건으로 입력될 때, 모형의 예측 성능이 제고될 수 있다. 현재까지 우리 연구팀은 우리나라 주변의 수온과 염분, 용존산소에 대한 기후평균장을 계산하여 일반에 공개했다. 물리 변수뿐만 아니라 생지화학 변수까지 포함한 전 지구 기후평균장을 구축하여 소중한 관측 자료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동시에 수치모형의 예보 성능 향상에 기여하고 싶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획하여 해양 지층 아래로 저장하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바닷속에 천연가스를 모두 채집하고 난 다공성 지질 구조에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최근 동해 가스전에서 천연가스의 채집이 끝났고, 이것을 활용하여 대기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현재 저장된 이산화탄소가 안정적으로 저장될 수 있는지,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 지에 대해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대기 이산화탄소의 생물학적 펌프의 역할을 수행하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해양숲 조성에 관한 연구도 진행 중에 있다.
우주보다 어려운 바다의 세계
미국 빅테크 기업의 공격적인 투자로 항공우주 분야가 최근 눈부시게 발전했다. 버진 갤럭틱은 상업 우주 비행에 성공했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는 사용한 우주로켓을 젓가락 로봇 팔로 잡아 재사용하는 기술을 전 세계에 선보였다. 우주여행의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바다로 눈을 돌리면, 작년 6월 가라앉은 타이타닉호를 탐사하기 위한 민간 심해 잠수함이 폭발하면서 탑승하였던 영국 국적의 억만장자 해미시 하딩을 포함하여 그의 아들, 해양 전문가 등 총 5명이 그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는 인류가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해양을 탐험하고 연구했으나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 많음을 시사한다. 이에, 많은 전문가가 우주여행보다 해저 탐사가 더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해양은 거칠고 예상할 수 없으며 알고 있는 부분은 참으로 적다. 그래서, 허먼 멜빌은 바다를 백경으로 묘사했던 것 같다. 우리가 모르는 해양이 지구시스템의 기후를 조절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해양을 알지 못하면 기후변화를 예측하거나 전망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앞으로 예상되는 기후 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것이 우리가 해양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이며, 해양과학기술원에서 나와 부서의 많은 연구진이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주여행을 말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바다를 너무 모르는 것 같네요. 바다가 지구시스템의 기후를 조절하고 있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