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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 | 국내 첫 기후소송 공개변론장을 가다

최종 수정일: 4월 26일

 

정부의 기후 대응 계획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이 시작됐다.

지난 2024년 4월 23일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는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과 일반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오후 2시에 시작한 공개변론은 저녁 7시에 끝났다. 쟁점은 한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40%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는가다. 청구인 측은 감축목표가 불충분하고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고 정부 측은 탄소집약적인 국가 경제 구조를 생각하면 목표를 높일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구 평균기온을 1.5℃와 2℃ 이내로 유지하기로 한 '파리협정'이 우리나라의 헌법보다 상위에 있을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물론 이것은 2022년 7월 브라질 대법원이 '파리협정은 '초국가적'인 인권조약이라고 인정한 사례'가 있기는 하다. 0.5℃의 차이가 불러올 영향에 대한 재판관의 질문도 있었다. LULUCF(토지이용·토지전용·산림분야) 산정방식에 대한 질문이었다. 탄소예산, 감축목표 세부 이행계획, 이행 여부 담보 등을 두고도 변론이 오갔다. 2차 공개변론은 5월 23일에 예정되어 있다.



 

4년만에 열린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 공개변론


기후소송과 관련해서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이 열린 것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최초다. 헌법재판소에 1년 동안 제기되는 사건은 2000건 이상이다. 이중 공개변론을 여는 경우는 채 10건도 되지 않는다.

헌재가 기후 위기 헌법소원과 관련해 공개변론을 열었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의 기후 대응 상황을 헌법 차원에서 논의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이날 공개변론은 2020년 3월 기후환경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이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약 4년 1개월만에 열렸다. 헌법소원은 국가의 공권력 행사나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에 헌법재판소에 제소해 그 침해된 기본권의 구제를 청구하는 제도다. 청구인들은 기후 위기가 단순히 경제나 환경 정책 문제가 아닌 기본권 문제라는 것을 주장한다. 공개변론은 헌재에 제기된 다른 기후소송 3건을 모두 병합해 진행되었다.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 국민의 기본권 침해


청소년기후소송은 2020년 3월 13일 청소년기후행동 회원 19명이 제기한 소송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7년 대비 24.4%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현 탄소중립기본법)이 청구인들의 생명권과 환경권 그리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주장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시민기후소송은 2021년 9월 정부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탄소중립기본법으로 대체하고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를 2018년 대비 35% 줄이는 것으로 법제화한 것에 대해 기후위기비상행동·녹색당·진보당과 시민단체가 탄소중립기본법이 실질적인 기후 대응을 할 수 없는 법률이며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방기한 위헌적 법률이라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아기기후소송은 2022년 6월, 5세 이하 영유아 등 62명으로 구성된 소송단이 제기한 것으로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이 아기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40%로 감축하는 것이 소극적이어서 아기들의 생명권과 건강권 나아가 행복추구권까지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탄소중립기본계획 헌법소원은 2023년 7월,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와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등이 2023년 4월 발표된 '제1차 국가 탄소중립기본계획'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두 단체는 탄소중립기본계획의 계획 기간이 2030년까지의 목표만 있을 뿐, 2031년부터 2042년까지의 계획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탄소중립기본계획은 20년을 계획 기간으로 기본계획을 세우도록 되어있다는 것과 재원 조달 방식이 미흡하다는 것을 문제 제기했다.  

이번 기후소송의 쟁점은 2030년까지 국가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까지 감축하도록 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충분한가이다. 청구인 측은 감축목표가 불충분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 측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기후 재난 가능성만으로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헌재는 총 2차례의 공개변론을 비롯해 청구인과 정부 측이 각각 낸 의견서를 심리할 예정이다. 이후 탄소중립기본법 등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판단한다. 헌재가 법률 위헌을 결정하기 위해선 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한다.



과학적으로 요구하는 감축목표를 세우지 못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 위반 


해외에서는 이미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 책임에 대한 판결이 있다. 네덜란드 대법원은 2019년 ‘정부는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20%에서 25%로 확대하라.’는 ‘우르헨다 소송’ 판결로 기후 소송의 획을 그었고,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21년 ‘미래 세대를 보호하기 위한 예방 조치도 국가 의무’라며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미래에 떠넘기는 현행 법령은 위헌이다.’라고 판결했다. 독일 정부는 헌재 결정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0년 65%, 2040년 88%로 상향시켰다. 탄소 순배출량 0가 되는 탄소중립 목표 연도도 2045년으로 5년 앞당겼다. 미국은 2023년 몬태나주 법원이 ‘정부가 에너지 사업 허가를 내주면서 기후 영향을 고려하지 않도록 한 조항이 위헌’이라며 정부 기후 대응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최근 ‘스위스 정부의 온실가스 정책이 충분하지 않아 2000명이 넘는 여성 노인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며 ‘8만 유로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라고 판결했다.

기후소송은 정부에서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시카고주는 6개 글로벌 석유기업을 대상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상품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고의로 호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나라 한 기업은 호주 티모르해에서 천연가스를 개발하다 온실가스 배출로 주민 재산권과 환경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고 결국 사업을 중단했다. 경남환경운동연합은 국민연금공단이 ‘탈석탄 선언’을 했음에도 좌초 자산이 될 수 있는 석탄기업에 투자를 확대해 국민연금에 재정적 위험을 초래했다는 취지로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기후소송은 기후변화라는 중대한 위협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틀 안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전 세계적인 흐름 위에 서 있다. 세계 각국의 최고법원이 기후변화가 인권과 기본권의 문제이고, 과학적으로 요구하는 감축목표를 세우지 못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 위반이라는 판단을 연이어 내리고 있다. 한국에서 기후 위기 대응이 인권과 기본권 문제라는 헌재 결정이 나오면 아시아, 나아가 세계적 기후 문제 해결은 새로운 국면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대한민국 기후소송 공개변론 공동대리인단 기자회견문




안녕하십니까? 기후소송 공동대리인단 윤세종 변호사입니다. 

오늘 저희는 지난 4년간 청소년, 어린이 그리고 각계 각층의 시민들이 제기한 기후변화 헌법소원의 첫 변론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기후변화는 우리 사회의 근본을 뒤흔드는 위기입니다. ‘안정된 기후에서 살아갈 권리’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환경권의 가장 근본적인 내용이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 255명의 청구인들은 국가의 기후 대응이 국민들의 환경권과 생명권을 침해하며, 특히 본격적인 기후 위기 속에서 살아나가야 할 세대들에 대한 차별이라는 헌법적 확인을 받기 위해 이 소송에 나섰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청구인들이 묻고자 하는 것은 “지금처럼 해도 우리 사회가 괜찮은가?”라는 질문입니다. 괜찮지 않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기후 대응 수준으로는 재난적인 기후변화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 과학의 평가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지금이 최선이라고, 앞으로 더 잘 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청구인들이 바로 지금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요청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나중’이란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2030년까지 제대로 온실가스 감축을 하지 못하면 우리에게 남겨진 탄소예산은 모두 소진되고, 기후변화의 마지노선이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온도상승 1.5도를 막을 수 있는 기회는 지금이 마지막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헌법재판소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 왔습니다. 국회와 정부의 기후대응 실패가 우리 국민, 특히 다음 세대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헌법재판소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전 세계 각국의 최고법원이 기후변화가 인권과 기본권의 문제이고, 과학적으로 요구되는 감축목표를 세우지 못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 위반이라는 판단을 연이어 내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소송은 기후변화라는 중대한 위협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틀 안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전 세계적인 흐름 위에 서 있습니다. 이 사건이 본격적인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시작점이 되기를 바라면서 저희 공동대리인단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변론하도록 하겠습니다. 시민 여러분들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2024. 0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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